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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는 정말 포괄수가제 때문에 망한걸까? 알아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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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민수햄 욕이 네이버 댓글 점령했던데

대부분 내용이 포괄수가제로 산부인과 망쳐놓고 무슨 낯으로 나오냐 이거더라고?

나도 예전부터 궁금했던거라 진짜 포괄수가제가 산부인과 망한 원인인지 찾아보기로함.


일단 포괄수가제가 뭔지부터 설명해보면...

기존의 수가제도는 행위별 수가제인데, 말 그대로 행위 하나하나에 수가를 부여하는 방식임. 검사는 검사대로, 처방은 처방대로 하나하나 다 가산함.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는 의료의 질과는 무관하게 말 그대로 행위수에만 보상을 부여하기 때문에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있음.


포괄 수가제는 '제왕절개'라는 하나의 종목에 대해 동일한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임. 검사를 몇번을 더 하건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음.

이렇게 되면 의사는 과잉진료를 할 유인이 사라지게 되고, 환자는 더 적은 돈을 내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게된다는게 포괄수가제의 도입 배경임.

물론 반대로 과소 진료를 할 가능성, 의료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의료의 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재입원률'이라는 수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량화를 함.



이 연구는 지금까지 나온 논문 죄다 때려박은 메타연구인데, 재원일수 (Length of Stay)는 유의미하게 줄어든 반면 재입원율 (Readmission)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함.

사실 Confidence Interval이 (0.62-1.01)로 아슬아슬하게 1에 걸쳐있어서 그렇지 감소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함 ㅇㅇ

논문 1, 논문 2 물론 한국에만 한정한 연구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되려 외래 방문 수가 떨어졌다는 결과도 나옴.


아니 근데 갑자기 가격을 딱 고정해놓으면 뭐먹고 살라고 이러는거냐?

사실 인식과는 다르게 2013년 포괄수가제 정책에서는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의 평균적인 진료비에서 18% 높은 수가를 책정해뒀음.

정부 입장에서는 사실 의료비 절감보다는 보장성 확대에 주축을 두고 편 정책이기 때문임.


그렇다면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의료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조기 퇴원을 강요하는 병원이 늘면서 환자들의 불만도 많아질 것

2. 고객이 내는 비용이 동일하기 때문에 상급 종합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일어날것이다.

3. 동시 수술에 대해 동일한 수가를 제공하기 때문에 동시수술을 할 인센티브가 없다.

4. 신 의료 기술을 도입해도 수가가 동일하기 때문에 의료기술을 도입할 인센티브가 없다.


상급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 포괄수가제 적용 이후 진료형태의 변화

1. 위 연구에 따르면 퇴원 후 50일내 환자 1인당 외래 방문 수/재입원 수를 조사해봤을때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음.

조기퇴원, 의료의 질에 문제가 있었다면 퇴원 후 문제가 생겨 재방문하는 케이스가 증가했었어야겠지?

2. 또한 기존에 포괄 수가제를 진행하던 병원 또한 수술 건수가 감소했고, 상급 종합병원도 비슷한 비율로 감소하였음.

이는 수술 건수 자체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음은 물론이고, 상급 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도 예상하던것과는 다르다는것 보여줌.

3. 이건 제법 타당한 주장이고, 실제로 2015년부터 동시수술에 대한 별도 수가가 인정되도록 개정됨.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 또한 신설되었음.

4. 이것 또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통해 해결 가능함. 미국을 예시로 들면, 신 의료기술이 효과가 있고 경제성이 있다고 예상되는 경우, 50%에 달하는 '별도 보상'을 2~3년의 짧은 기간동안 보장해줌. 그 동안 보상을 받기 위해 병원들이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면 나머지 병원도 경쟁을 따라가기 위해 기술을 도입한다는 발상임.


아무튼 포괄수가제가 의료계 주장과는 다르게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 산부인과가 망한 원인이 포괄수가제 때문인지 찾아보기로 함.

먼저,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은 포괄수가제 적용 시점인 2013년 이전에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음.

출산율 감소에 의한 기대수익 감소, 피안성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시장 확대는 기존에도 존재한 문제이기 때문임.




포괄수가제 전후의 개/폐업 비율 통계임.

어! 포괄수가제 적용한 2013년에 피크찍었네!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전년도보다 폐업한 의원의 절대적인 수는 적음.

오히려 전문의 배출 감소에 의한 개업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고, 이후로는 개/폐업 비율이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줌.

그리고 전체적인 개/폐업 비율도 볼 필요가 있음. 산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폐업 비율도 2013때 피크를 찍었음. 아마 리먼사태 영향이 아닐까 추측해봄.



이건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건수임. 애초에 포괄수가제 시행 전부터 파멸적인 하락을 시작하고 있었다는 뜻임.

또 2013년도에 전공의를 시작했다고 해도 2017년에면 전문의가 되어있을텐데, 전문의 배출은 오히려 늘어남.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건수와 산부인과 장래성에 얼마나 관련이 있냐? 하면 사실 그렇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긴 함. 전공의들이 전공 선택할 때 시장 상황을 잘 모를수도 있긴 하니까. 참고만 하라고 올려둠.

이건 별개의 이야기인데,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비슷하거나 늘어나는데 남성 산부인과 전문의만 급속도로 퇴출된다는게 재밌는 통계임.

야간 분만같은 일은 보통 육아 등등의 문제로 남성 전문의가 담당했는데, 분만 건수 감소랑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음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5876

 

제왕절개 분만이 늘고 있는 추세…당신의 선택은?

현대 의학사전은 아기를 낳는다는 뜻의 분만을 ‘labor’로 표기한다. 출산은 여성들의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노동은 고통이다.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여성들은 산통의 경험을 말할 때 “하늘이 노래졌다. 내가 죽나보다 할 때 아기가 나왔다”고 하고, “자동차가 몸 위로 뭉개고 지나는 통증을 느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여성들은 임신 소식을 들어 기쁘지만, 아기를 어떻게 낳을까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출산이 임박할 때까지도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출산한 여성들을 보면, 대략

www.docdocdoc.co.kr


또 포괄수가제 이후로 돈 안되는 자연분만 안하고 제왕절개만 한다!라는 말이 있음

근데 포괄수가제 탓이라고만 보기는 힘든것이.. 제왕절개 비율의 증가는 전세계적인 트렌드임.

그 이유는 산통을 참기 힘들어서, 계획출산이 늘어서, 노산 비율이 늘어서 등등 다양하지만 단순 포괄수가제 영향은 아니라는거임.

그리고 우리나라는 포괄수가제 전에도 원래 제왕절개 비율이 높았음..


산부인과가 망하던건 포괄수가제 이전에도 있던 현상이고, 포괄수가제 이후로 가속됐다는 근거는 미비함. 

출산율 감소는 이전에도 있던 문제이고 피안성정으로 대표되는 비급여과, 영상의학과 등으로 대표되는 워라밸과의 등장으로 더 폭망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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