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때 파산한 허츠를 경매에서 59억 달러에 낙찰받고, 1만 5천명을 해고하고 부채를 감축하며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시킨 톰 와그너(나이트헤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그레그 오하라(세르타레스 매니지먼트)는 렌터카 업계와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였음.
둘은 무경험을 오히려 업계에 대한 파괴적인 접근 기회로 사용함. 와그너는 상장 직전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허츠를 포지셔닝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었음. 완전히 다른 방식이란 바로 전기 자동차 대량 구입으로 연결됨. 그들은 나름대로의 재무적 분석을 통해 렌터카의 미래가 전기차에 있다고 확신함. 전기차의 생산량과 수요는 계속 올라갈거라 모두가 예상하고, 머스크가 자율주행의 시대가 곧 도래하며 유휴 상태인 전기차를 로봇택시로 대여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거라 입을 털던 시기였음.
그 움직임은 즉각적이였음. 테슬라에 전례 없는 규모인 1만대의 전기차를 주문했고 우버 드라이버들에게 전기차를 독점으로 공급하기로 함. 또 전 세계 수천개의 허츠 대리점 네트워크를 통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자율 주행 시대의 서비스 센터가 되려는 꿈도 꾸었음.
2022년에는 테슬라에 이어 폴스타에서 65,000대, GM에서 175,000대의 전기차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함.
그게 전기차라면 닥치고 지르던 시대 정신과 딱 맞들려서 허츠의 시가총액은 165억 달러가 되었는데...
테슬라를 그저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한 ^돈통^으로 여겼던 한 남자가 전기차 치킨게임을 걸면서 모든걸 망침
< 렌터카 비즈니스의 기본은 무엇인가? >
새 차를 대량으로, 옵션은 없거나 조금만 추가해 염가에 사서 -> 몇 년 굴리고 -> 팔아먹는다 -> 무한 반복
당연히 중고차 가격과 신차 가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데 신차 가격이 떨어지니 중고차 가격도 속절없이 떨어짐
근데 허츠는 코로나 직후 전기차가 비쌀때 고점에 물렸단 말임
그래서 에이비스버짓이 주가 변동은 컸지만 코로나 전보다 한참 더 오른 위치에 있는 반면(이쪽은 그래도 만하임 중고차 지수 같은 일반적인 요소들을 따라감), 전기차를 높은 가격에 물려버린 허츠는 상장 이후로 거의 4분의 1토막이 나버림.
한 편, 기사에서는 허츠가 크게 좆된 주된 이유가 전기차긴 하지만 그 외의 문제도 많았다고 지적하는데
1. 역사적으로 여러번 좆됨.
허츠의 역사를 간략히 보면 1918년 월터 L. 제이콥스가 시카고에서 Rent-a-car Incorporated로 설립한게 1923년 John D. Hertz에 팔렸고, 30년대와 40년대에는 제너럴모터스가 소유했다가 일본식 종합상사/자이바츠 사업이 각광받던 1967년에는 Radio Corporated of America(RCA)라는 가전기업에 팔렸음. 1985년에는 유나이티드 항공에게 또 팔렸다가 2년 뒤에는 포드 모터스에 팔렸는데, 2005년 사모펀드에 매각됨.
2005년 인수한 사모펀드는 사업 자체는 56억 달러에 평가하고 부채를 포함한 총 기업가치는 150억 달러로 보았음. 바로 1년 뒤인 2006년 증시에 상장한 이래로 좆되는 역사가 시작하는데, 2012년 마크 프리소라라는 CEO는 경쟁사 달러쓰리프티그룹을 인수하려 빚을 과도하게 당겨 썼다가 차량 교체 시기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고, 2014년에는 칼 아이칸이 깽판을 쳐서 프리소라를 쫓아내고 존 태규라는 사람이 들어왔는데, 소형차와 패밀리 세단을 가득 사뒀다가 유가 급락 때문에 중대형 SUV로 수요가 몰리면서 안 팔리는 악성 재고 중고차만 떠안게 됨. 존 태규도 2017년에 짤리고 취임한 새 CEO 캐시 마리넬은 무려 10억 달러를 써서 차량 추적, 예약 시스템을 개편했는데 이 시스템이 너무나 엉망이였던 탓에 아직도 고치고 있음.
그렇게 개판이 된 상태로 코로나를 쳐맞고 떡실신함.
2. 비효율적 운영.
* 렌터카 기업의 필수 덕목은 수요 예측과 차량 배치 능력임. 허츠는 이 작업을 위해 계약직 직원을 고용했는데 이들은 정규직보다 비쌌음.
* 1번의 마지막에서 언급된 시스템 문제. 차량 위치, 반납 여부, 이용 가능 여부가 시스템에 제대로 뜨지 않아 이용 불가능한 차량이 예약되는 일이 일어남.
* 게다가 차량을 반납했는데도 시스템에 반납 안 했다고 떠서 수백 명의 무고한 고객들을 체포시킴. 허츠는 이들에게 1억 6,800만 달러를 내야 했음.
* 인력 운용의 비효율성. 허츠보다 25% 더 많은 차량을 운영하고 28% 더 높은 매출을 보이는 에이비스는 직원이 2,500명 적음.
* 2021년 상장 직후 골드만삭스 CFO였던 스티븐 셰어가 CEO로 취임했는데, 이 사람은 뭐 해보지도 못하고 나감(후술)
3. 독단적 경영.
사실 주된 문제인 전기차 몰빵과 연관되는 내용임. 오랫동안 렌터카와 중고차 시장을 경험한 허츠의 직원들이 경영진에게 "잘못된 구매 결정은 중고차 판매 수익에 의존하는 렌터카 기업에 치명적"이라고 계속 경고했지만 무시당함. 경영진이 전기차의 중고차 판매 수익성보다 렌터카 회사가 보유하는 기간의 낮은 운영 비용을 중시했기 때문임.
4. 사실 전기차의 유지보수비는 저렴하지 않았다?
2023년 들어서 허츠가 보유한 차량들이 이용 불가능한 상태로 있는 시간이 증가함. 수리 문제도 있었고, 교통 사고 비용도 높았음. 전기차 자체는 유지보수비가 저렴했는데, 문제는 이용자들에 있었음.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특유의 급가감속 성능을 파악하지 못해 충돌 사고가 자주 일어났음. 구체적으로, 허츠의 테슬라 자동차는 다른 차종 대비 4배 더 자주 사고가 일어남.
테슬라는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처럼 전국적인 딜러 네트워크가 없음. 이 말인즉슨, 사고나 고장이 일어났을 때 가까운 곳에서 달려와 빠른 수리 서비스를 제공할 네트워크가 없다는 말임. 한 노동자는 "심지어 백미러 같은 기본적인 부품도 구하기 어려웠다, 차를 몇 주 동안 방치해야 했다"고 증언함.
(2023년 10월 HTZ 일일 주가 변동)
(HTZ, CAR의 분기 순이익)
그렇게 쌓인 문제가 2023년 10월 테슬라 전기차 가격 대폭 할인이 시작되면서 커다란 부메랑으로 날아와, 허츠는 테슬라 차량의 가격을 재평가하며 엄청난 감가상각 손실을 입게 되었고 경영진 사이에서도 대립이 심해져, 결국 톰 와그너가 백기를 들며 보유중인 테슬라들을 대규모 처분하게 됨.
고작 1년 된 테슬라 모델 3를 3천 3백~3천 5백만원대에!
엄청난 손실임.
경영진의 반목은 더 심해져서 지속적으로 테슬라 대량 구입을 나쁜 거래라고 생각하고 빨리 폐기하자고 주장했던 골드만 출신의 스티븐 셰어는 와그너와 싸워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지만, 지독한 테슬람이였던 와그너는 이 결정과 허츠의 새 전략에 계속 불만을 품었고, 결국 셰어는 "이건 내가 원해서 맡은 자리가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1월 8일 퇴임함.
이제 허츠는 테슬라를 매각하고 차량을 재구성하면서 감가상각 문제에서 자유로워짐. 하지만 허츠는 결국 코로나로 망하기 이전의, IT 시스템 문제가 한가득 쌓여있고, 잘못된 차량 구입 전략의 후폭풍을 정리해야 하고, 과도한 비용과 비효율로 점철된 기업으로 되돌아감. 그러는 사이 2023년까지 30억 달러의 허츠 주식을 매입했던 와그너와 오하라의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2억 2천만 달러(11%)의 손실을 입었음. 테슬라, 루시드, 리비안, 폴스타의 고점에 물려서 불행한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들과 별반 다를바가 없게 된 셈임.
한 편 와그너는 이전에도 위험한 베팅을 걸고 끝까지 버틴 경험이 여럿 있는 자신감 강한 사람이라, 허츠에 관해서도 "머지 않은 미래에 자신이 옳았음이 증명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함.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4-04-03/hertz-htz-selling-electric-cars-ends-its-failed-tesla-bet?accessToken=eyJhbGciOiJIUzI1NiIsInR5cCI6IkpXVCJ9.eyJzb3VyY2UiOiJTdWJzY3JpYmVyR2lmdGVkQXJ0aWNsZSIsImlhdCI6MTcxMjE5NzMzNSwiZXhwIjoxNzEyODAyMTM1LCJhcnRpY2xlSWQiOiJTQkRYME1UMEFGQjUwMCIsImJjb25uZWN0SWQiOiI2N0MwQTU3RjA0Qzc0RDc4QTU4OTlERjIzNkVERDdDQSJ9.0kyx2UNiN53vzYqdjAH-e_9IkIdfO9vgZO8pI2v_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