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학생 모임 ‘자랑스러운우리의부산대’는 5일 부산대 사회관 정문 앞 정원 예원정에서 과잠 시위를 진행했다. 박수빈 기자
5일 오전 10시 부산 금정구 부산대 사회관 정문 앞 정원. 잔디밭에는 형형색색의 부산대 ‘과잠’이 줄지어 늘어섰다. 과잠 옆에는 ‘자랑스런 부산대학교, 부끄러운 총학생회장’ ‘학교망신 학생우롱 총학생회장은 사퇴하라’는 내용의 피켓과 현수막이 설치됐다. 일명 ‘과잠 시위’가 펼쳐진 이곳을 지나는 학생들은 사진을 찍거나, 나지막하게 박수를 쳤다. ‘한 편에 자신의 과잠도 놓여 있다’며 다른 학우들에게 자랑을 하는 학생도 볼 수 있었다. 많은 학생이 공개적으로 총학생회장에 대한 비판 의사를 표현한 데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부산대 학생 모임 ‘자랑스러운우리의부산대’는 이날 부산대 사회관 정문 앞 정원 예원정에서 과잠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이 과잠을 모아 잔디밭에 펼쳐 둔 이유는 부산대 이창준 총학생회장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70여 명의 학생이 과잠을 제공하며 함께 뜻을 모았다.
앞서 이 학생회장은 지난달 18일 당시 국민의힘(현재 무소속) 장예찬(수영) 예비후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논란(국제신문 지난달 20일 8면 보도)이 됐다. 해당 기자회견은 ‘막말 논란’에 휩싸인 장 후보가 수영구 공천 취소에 불복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자리였다. 기자회견 후 이 학생회장이 장 후보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SNS 상에 퍼지자, 학내에는 ‘연이은 막말로 논란이 된 정치인을 지지하는 데 신중했어야 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학내 곳곳에는 이 학생회장의 행보를 비판한 대자보가 붙었고, SNS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잇따라 업로드됐다.
이후에도 이 학생회장은 그의 해임을 논의하는 대의원총회 개최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잇따라 물의를 빚었다. 또 확대중앙운영위원단 측에 “저는 단언컨대 법을 어긴 적도 학칙을 위배한 사실도 없다”며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을 모욕하고 (중략) 학생회 임원진들의 사기를 꺾는 특정 몇몇 분께는 강경한 법률적 대응으로 맞설 것임을 알린다”고 입장을 밝히며 연이어 빈축을 샀다.
이 학생회장을 향한 학내 여론이 악화되자, 그의 책임을 촉구하는 학내 움직임도 함께 커졌다. 120여 명의 부산대 학생들은 지난달 ‘자랑스러운우리부산대’를 창설하고 이 학생회장의 책임을 묻는 단체행동을 추진·계획 중이다. 이번 과잠 시위를 주도한 부산대 A 학생은 “시험기간 소음 피해를 최소화 위해 ‘경북대 과잠시위’를 벤치마킹했다. 시험이 끝나면 더욱 적극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생회장은 “논란을 키운 점에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부산대 발전기금 출연이나 총학생회장단의 정기적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대의원총회 개최 거부와 관련해서는 “대의원총회와 같은 학생의결기구에서는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안건만 상정해야 하는데, 지난달 안건은 ‘논란에 대한 학생회장의 응답’이 상정됐다. 수정된 안건을 다시 상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부산대 학생 모임 ‘자랑스러운우리의부산대’는 5일 부산대 사회관 정문 앞 정원 예원정에서 과잠 시위를 진행했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