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만화는 지난 화 요약이나 사진이 없는 부분만 그릴 듯?
히로시마 입갤... 개인적으로 일본은 정말 처음인지라 꽤 긴장했었음
언어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 한자로 된 단어의 훈독 규칙만 파악하면 얼추 단어만으로 소통할 정도로는 써먹을 수 있다는 거
교통에 대해선 우리랑 비슷하게 교통카드가 보편화됐지만 아직 현금 사용률이 높고, 여행객 사이에선 교통 패스도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
그나마 치안과 음식에 있어선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여행을 결정하기까지의 부담은 없었음...
공항에서 젊은 남자를 통해서 입국했는데 역시 기괴한 여행 일정 때문에 꽤 이것저것 물어봤음
2월에 아마쿠사를 대체 왜 가냐부터, 처음 여행오는 거 맞냐 등등... 그나저나 이런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잘생겼었음... 게이아님
혹시나 배차 놓칠까봐 사진도 못 찍고 정신없이 버스타고 역까지 도착. 히로시마 공항이 탈출하기 꽤 안 좋은 편이라곤 하는데
순수 이동 거리가 길어서 그렇지, 배차가 생각보다 많아서 안심했었음. 대략 편도로 1450엔이었음.
역시 당황스러웠던건 한글 안내가 정말 잘 되어 있다는 것. 어디를 가도 한글이 보이니 그나마 긴장이 덜어졌달까...
오자마자 카레 집에서 멈춤... 하지만 내가 찾는 카레 집은 일관갤에서 엿보고 온 곳이 따로 있다. 이 곳에서 먹을 시간이 아니라는 거
트램에는 낭만이 있다... 처음 타는 트램에 입구/출구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승무원이 무지 친절해서 살았음
뭔가 버스와 철도가 아닌 제3의 대중교통을 탄다는 그 기분, 정해진 길이지만 도로 한가운데를 땡겅땡겅거리며 묘한 속도로 뽈뽈거리는게 재밌음
이번에 대전에도 트램 만든다던데 과연 거기에도 낭만이 있을까?
그렇게 일관갤에서 조사할 때부터 점 찍어둔 식당, 혼도리 아케이드의 <Gariber>에 왔음.
이번 여행의 여러가지 목적 중엔 찐 일본식 카레를 있는대로 먹는 것도 있었음
역시 첫 식당이라 겁먹었지만 메뉴에 영어가 적혀 있어서 살았음(아직 파파고를 쓸 순발력도 안 갖춰진 상태)
비좁은 식당에 후끈후끈하게 올라오는 카레 향, 푸근한 인상의 모녀, 회사원이 주인 아주머니한테 히사시부리데스네~하는
그런 그 거시기한 로컬 분위기 지렸는데 이땐 너무 초짜라서 분위기조차 못 즐겼다
맛은 카레치곤 생각보다 약하긴 한데, 은은하게 치고 올라오는 그 향이 꽤 좋았음.
저때는 베이컨 커리로 끝났지만 가지/양송이/치즈/토마토 등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언젠가 또 도전할 듯. 두 그릇 먹을 듯
혼도리 아케이드에 온 이유?라고 해야되나? 어차피 입국 자체도 애매한 시간이었고, 아직 술집을 가기엔 너무 모른다고 생각해서 시간 떼울 거리를 생각해봄.
아케이드하면 오락실, 오락실하면 격겜이고 난 격찌니까 격겜도 한번 조지러 찾아옴
경마? 도박?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한 층이 그런 오락에 할애되어 있던데 사람들 죄다 그거만 하는게 좀 문화충격이긴 했음
격찌층에는 나와 리듬겜 친구들과 죠죠겜 친구들, 그리고 철권하는 회사원 뿐이었다...
장난 안치고 2차 카레 진지하게 고민했음...
히로시마에 대해서 핵폭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알고 있던 사전 지식이 히로시마가 스포츠열이 꽤 있다는 건데
혼도리 아케이드를 걷다 보니 온 사방이 스포츠 구단과 관련된 대자보가 걸려 있던 걸 보며 실감하게 됐었음.
사진 찍던 중에 아저씨가 갑자기 앞에 가서 서셨는데 뭔가 기묘한 사진이 되어버림...
암튼 히로시마에 왔는데 핵폭탄을 지나치면 서운하지 싶어서 일단 원폭돔으로 향함.
역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원폭돔. 책에서만 봐오던 폐허를 이렇게 보니까 신기하긴 했음
이 날 강물이 엄청 잔잔했어서 보자마자 포토찬스 각이라며 일단 찍어봤는데
막상 주변엔 나같은 사람이 1명 밖에 없었음... 이런 광경이 흔한건가? 싶어도 다른 사람들 사진 보면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미스터리임
막상 컴퓨터로 보니까 자글자글하네 으
핵 맞고 뚜껑? 비석이 통째로 날라가버린 쿠나이 오카모토(~1689)씨의 무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예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건데, 원폭과 관련된 위령비 중에 어느 한쪽은 홀대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음.
근데 히로시마의 위령비는 공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는게 뭔가 안 맞아서 그게 궁금하기도 해서 좀 찾아본 건데,
1967년 원폭피해자협회가 설립된 직후 동년에 히로시마에 잔류하던 재일 한인들의 건의에 따라 위령비 건립이 바로 추진되었음.
반면 나가사키의 위령비의 경우는 1975년(나가사키의 의료조사단이 한국 내의 원폭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함)부터 본격적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1979년 모금을 통해 건립됐음. 어느 쪽이 관심을 못 받았다던가 하는 이유보단, 아마 당시(투하 전/후) 도시에 거주하던 재일교포의 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음.
근데 히로시마 위령비의 원래 위치는 다른 기념비/위령비가 너무 많아서 평화공원 바깥에 배치했었다고 하는데,
1998년 ~ 1999년에 걸쳐서 위령비를 공원 안에 비치하라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지금의 잘 보이는 위치로 오게 된 거였음.
원래 위치는 조선의 황족이었던 이우(흥영군)가 피폭된 채 발견되었던 아이오이 다리 입구에 있었다고 함.
홀대받고 구석에 있다더라~라는 썰은 군함도에 있는 위령비에 대한 이야기나 옛날 위령비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섞인게 아닐까 싶음.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나도 아는게 없고 이만큼을 다 읽을 사람도 없을 테니 줄이겠음...
그렇게 히로시마의 밤은 깊어져 가고... 첫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 나도 곧장 숙소로 돌아갔음.
사실 프롤로그 만화만큼이나 똘기있는 여행이라곤 장담 못함...
현실이 더하다지만 만화는 과장하는게 가능하니까...
하지만 개씹오지와 대도시를 하루 이틀 새에 오가고,
참새모는 할아버지랑 친구를 먹는다던가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카레를 3일 동안 문을 두들겨서 기어코 먹게 된다거나,
여길 왜 옴? 소리를 들어보거나,
운 좋게 행사 마지막날의 불꽃놀이도 구경해보고,
잃어버린 지갑을 경찰서에 주워준다거나 하는
그런 여행은 이제 시작인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