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얘기하지만 과거형이다.
지금 아니고 아주 오래전 과거임.
나의 모든 풀생활이 담긴 외장하드가 날아갈 위기가 되어 사진 옮기는 작업을 하게 되면서 예전 사진들을 다시 훑어보게 되었는데
예전 양귀비 사진을 찾았....
우리 집엔 원래 양귀비를 매년 키워왔었음.
당연 꽃양귀비, 개양귀비라고 부르는 관상용 양귀비지.
이리 예쁜 꽃을 피워주니 일년초라 매년 씨를 뿌려야 하는 귀찮음도 견딜 수 있음.
그런데 어느 해 아마릴리스화분에서 뭔가 하찮은 빨간 꽃이 무리지어 피어났음.
생긴건 양귀비스러운데 이렇게 아마릴리스 화분에 양귀비씨를 뿌렸다면 그건 수전증에 기억상실증인데...?
아무래도 옥상정원이다보니 씨가 날아들었거나 지나가던 새가 남긴 것이거나....
생기는 씨방도 매우 하찮게 생겼음.
그 동그랗고 커다란 마약양귀비 씨방과는 달리 보통의 개양귀비처럼 도토리모양으로 길쭉해보이고...
이건 개양귀비 씨방.
둘을 비교해보면 위의 양귀비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털'
가시양귀비도 키워봤는데 저렇게 털이 있었고
털색이 이렇게 하얗기도 하고
이렇게 어두운 빛깔을 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털이 있어야만 했는데
얘는 털이 없었다.
그리고 기존 화분에 날아들어가 끼여살던 것들과는 달리 빈 화분에 날아 들어가 제대로 자리 잡은 녀석이 하나 피었는데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
엄청 화려한 양귀비가 피었는데
그땐 아무리 찾아봐도 마약양귀비라는 명단에 이렇게 생긴 아이는 없던지라 어디선가 날아든 원예종이겠지... 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얘도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라고 나오네.
그리고 이렇게 크게 꽃을 피운 아이의 씨방은 이렇게 동그랬다.....
다행히 컬러가 내 취향이 아닌지라 또 키워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지라 씨를 받거나 하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네...
몇 년 뒤 우리 집에서 몇 킬로 떨어진 동네 산책을 하면서 정원에 이 꽃이 핀 집을 발견했었음.
얘는 어떻게 자꾸 퍼지고 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