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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2일차 / 라프로익 파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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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안내서
· 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1일차 / 포트샬롯


2일차 동선 : (버스)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 - 라프로익 증류소 - 포트샬롯 호텔 식당 -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

-

아일라에서의 실직적 첫날이 밝았다.

오늘은 라프로익 증류소의 Usige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숙소인 Port Charlotte Hostel은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밤 중에 파돗소리가 들리곤 했다.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 식당 밖으로 보이는 풍경
이 작은 창이 좋아 매일 아침 사진을 찍었다.


2일차 아침은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로 진행했다. 각종 씨리얼, 토스트, 잼, 커피 등이 셀프 바 형태로 구비되어 있어 필요한 만큼을 꺼내 식사를 했다.


숙소가 위치한 포트 샬롯에서 라프로익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멀다. 어제와 달리 월요일인 오늘부터는 버스가 다니는 만큼, 숙소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아드벡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아일라의 주요 동네들에는 버스 정류장이 굉장히 촘촘하게 세워져 있는 편인데, 웹사이트에 올려진 노선도는 메인 포인트만 적혀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버스의 최종 종착지인 아드벡만 노선도에 적혀 있으나 라프로익과 라가불린 증류소 모두에서 버스가 정차한다.

그리고 이날도 버스가 조금 늦었는데, 아일라 버스 시간은 전체적으로 3~5분 정도 늦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경우는 없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재밌었던 점이라면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마다 버스 기사의 이름을 부르면서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버스 기사도 지역 주민은 물론, 이름을 모르는 관광객들에게도 내릴 때 마다 'Thanks Pal!'이라며 씨익 웃어주곤 했다.

그렇게 항상 승객 중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버스의 덜컹거림을 뚫고 들릴 정도의 휘파람을 부는 버스 기사 John의 모습은 아일라 사람들의 친밀함과 유쾌함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에 한 일본인 부부가 탑승했다.

내 바로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기에 왠지 모를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게 되었다. 일본어가 미숙한지라 살짝 걱정을 했었으나 역시 아일라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랄까, 굉장히 영어를 잘 하셨기에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남편 분의 이름은 히데(Hide)씨로 도쿄에서 자기 이름을 건 바를 운영하고 계신 분이었다. 심지어 일본의 증류소 중 하나인 치치부 증류소의 마스터와 친구라 6월 중에 자기 바 한정판 위스키를 출시한다며 병 디자인과 캐스크 사진을 구경시켜 주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입고 계신 옷도 치치부 옷이었다.


히데씨는 주기적으로 아일라에 오고 계셨는데, 오늘은 아드벡과 라가불린에 방문한다고 하셨다.

이번 여행 동안은 보모어의 보모어 호텔에서 지내는데, 그 숙소의 사장님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가능하다면 내일 저녁에 보모어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포함하여 라프로익까지 가는 내내 한참동안 위스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 섬인 아일라에는 좁은 길이 많다.

라프로익에 도착하기 직전에도 무슨 일인지 길이 막혀 조금 앞서서 길에 내려 증류소까지 뛰어서 들어갔다. 버스 안에서 엄지를 들며 Keep up Pal! 이라 외치는 버스기사 John과 손을 흔드는 히데씨가 보였다.


마침내 마주한 라프로익 증류소.
내가 정말로 여기에 왔다니!


투어 안내문에 15분 전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열심히 뛰어서 들어온 비지터 센터.

사실 이후에 알았지만 투어 시간보다 조금 늦어도 다 같이 기다렸다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며 가방을 풀었다.

라프로익 증류소 한정판 핸드필 2종. 사고 싶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라프로익에 가는 4월 1일이 2024년 첫 Usige 투어의 시작일이었다.

Usige 투어는 무려 4시간이 넘게 이어진다. 생산 과정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하이킹과 점심식사, 그리고 웨어하우스 테이스팅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 테이스팅 투어 2회치에 가까운 105유로짜리 비싼 투어였지만 첫 증류소 투어에서 아일라를 온 몸으로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투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는 소소한 목표가 있었는데, 평소 취미로 제작하던 위스키 일러스트레이션들을 인쇄해서 증류소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일러스트, 라프로익 10년


가방에서 주섬주섬 포장한 포스터를 꺼내 스테프 분에게 전달해드렸다.

이런 선물은 처음이라며 비지터센터의 직원분들과 함께 사진응 찍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성공한 덕후'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포스터를 전달하고 조금 기다리자 투어가 시작되었다. 2명의 프랑스인, 2명의 독일인, 3명의 싱가포르인과 나까지 총 8명이 투어에 함께하였다.


투어가 시작되자 증류소 속 생산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타이밍이 좋아 실제로 플로어 몰팅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몇 조각 주워먹어 본 몰트에서는 특유의 단맛이 느껴졌다.


몰트를 갈고 남은 것들은 아일라에 있는 농장들에게 먹이로 주고, 농장들에게 몰팅을 위한 보리를 받는 순환 구조를 가진다고도 들었다. 정말 사방에서 양을 볼 수 있었던 만큼, 양을 풀어놓지 않는 겨울 시기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피트 연기를 몰트에 입히는 모습.


라프로익하면 역시 특유의 메디시널한 피트향으로 유명한데, 그만큼이나 피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피트를 처음 사용하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닌 아일라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뭐든 태워봐야만 했고 그 중에서 피트가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였다고 한다.

피트 채집장의 그림이 붙어있었다.


아일라 섬에서는 무려 80%의 지역에서 피트가 나온다고 했다. 말 그대로 피트가 넘쳐나는 땅이다. 여기저기 땅이 울퉁불퉁한 이유도 아래에 피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대략적으로 현재 발견된 사용 가능한 피트는 500년치 정도가 있으며, 10년 숙성을 더 고려하면 라프로익 10년은 510년 뒤까진 계속 마실 수 있을거라는 농담을 들었다.

어쩌면 500년 뒤에는 논피트 라프로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피트를 태우는 모습. 이 연기가 윗층으로 올라가 몰트에 피트를 입힌다.

손을 넣어봐도 된다길래 농담인줄 알았는데, 사실 연기를 입히는 과정인지라 오히려 미지근한 바람이 느껴졌다.


복잡해보이는 장치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라프로익 글자가 잘 보이는 포토존이 있었다.

아일라에서의 첫 증류소 벽 글자 사진.


사진을 찍는 동안 가이드 사르샤는 아일라 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현재 아일라엔 약 3,500명이 거주하고 있고 취업률이 거진 99.5% 정도 된다고 한다. 새로운 증류소가 들어서고 관광객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했다. 같은 이유로 과거에 섬을 나섰던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돌아와 인구도 꾸준히 늘어 몇 년 뒤에는 4,000명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위스키라는 콘텐츠이자 섬 전체가 동원된 산업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들 몇 장이고 사진을 찍은 다음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 스틸 하우스로 이동했다.

라프로익의 증류기. 수 자체도 굉장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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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진행해준 사르샤는 과거 브룩라디와 킬호만에서 가이드를 진행하다 옮겨왔다고 한다.

워낙 작은 섬이다 보니 가이드 뿐 아닌 일반 직원들도 다른 증류소의 방식을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뒤섞이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실제로 이후 섬 여기저기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기 약 10년간은 꾸준히 옮겨다니는 과정을 거치다 이후에 은퇴까지 오래 정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증류소 설비 투어를 마치고 비지터 센터로 돌아와 하이킹 전 정비 시간을 가졌다.

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일차 : 라프로익 파트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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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분량 관계상 파트 2에서 이어집니다.

[시리즈] 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안내서
· 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1일차 / 포트샬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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