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게시물 : 국민도 정부도 의사도 자본을 이길 수는 없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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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글을 더 쓰려고 했다가 실베간 글에서 정치싸움 기미가 보길래 한동안 글 안썼음.
이제는 5월이 되기도 했고 정치선동으로 몰릴 가능성도 떨어졌다 생각하니 그 뒤에 이야기를
마무리가 될만한 글을 이어서 써보려고 함.
말이 대충 퉁쳐서 의료인이지 그 안에 한의사 치과의사 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별별 인간들이 다 있고
그놈의 의새들도 병원장 교수 개원의 전임의 전공의가 있고 제일 따까리 의대생들이 있음.
각자 도생하는 느낌으로 자기 먹고살길 찾아 나가는게 현재 상황인데
요새에는 고등학교때 사회시간에 경제를 가르치지 않는지 의문이 좀 있네.
내가 글 제목에도 박아놨지만 이건 결국 심플한 먹고사니즘 문제임.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자영업자들임.
교수들이 지금 나가는데 우물쭈물하는 가운데 필수과 교수들이 앞서서 사직하는 이유?
자기 아래 전공의들이 그나마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과 교수들은 당장 몸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음.
근데 필수과 교수들은?
과로로 죽어나갈때까지 버티다 한계가 오는데 앞으로 자기 아래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망이 없음.
나머지 교수들은 어쨌든 버티면 대학병원이 망할때까지 버틸 수 있음.
빅5는 당장 고용되어있는 교수 숫자도 많고 유보금도 제법 있어서
어지간하면 안무너질꺼라 치면 그쪽 교수들은 더 동앗줄 붙들려고 할꺼임.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개업을 하는것은
어떤과에서 어떤 진료를 하던간에 시장에 뛰어든다는거임.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 지원율이 역대 최저라는게 [21.8 : 1]임.
그만큼 안정성을 중시하는게 사람 성향이고, 의사들중 특히 교수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함.
개원한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자본금도 없고 자리잡을때까지 대출받고 박치기해야하는데
그 리스크를 짊어지는걸 좋아할 사람은 없음.
전임의나 전공의는?
7대 요구사항 제 1번이 뭔지 보면 바로 감이 와야함.
아직 돈을 20년은 넘게 더 벌어야 함. 앞날이 김.
그런데 개원시장이 10년 뒤 포화상태가 될꺼라는 예고통첩을 받았음.
그럼 뭐해야한다? 지금 바로 앞날이 불확실한 수련 때려치고 바로 개원가에서 돈되는 트레이닝 받아야 함.
피부 딸깍 통증 딸깍? 말이 딸깍이지 그것도 아무나 손대는거 아님.
각자의 노하우가 있고, 고정 고객이 있고, 그 손님을 끌어와야함.
지금 1년이라도 미리 튀어나가서 자리잡아놔야 10년 뒤 새파란 애들이 의료시장에 뛰어들 때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는거임.
그럼 가장 삽되는건? 이미 학교 입학해있는 의대생들임.
개원가 경쟁에서도 밀릴게 뻔한 현실인데,
대학병원에서의 처우는 좋아질 기미가 없음.
아빠나 친척이 병원 운영하는 금수저 아닌 이상 자기가 입학할때 꿈꿨던 미래같은건 나가리인거임.
게다가 이쪽은 자기돈내고 배우는 입장이라 법적 구속력같은 문제에도 걸릴게 없음.
그나마 남자 의대생들에게 있을법한게 병역리스크인데,
일반병 대우도 이전보다 나아졌겠다, 토익도 고득점으로 받아놨겠다,
카츄사 트라이 해보고 안되면 걍 일반병 가면 됨.
3년 병역이 2년 이하로 줄어드는데
자기 미래 생각하면 지금 투쟁에서 꿇릴게 없음.
이전 2020년 케이스에서도 보면 알겠지만 국시를 단체로 거부하니까 의대생들 대신 애가 탄쪽은 병원과 교수들이었음.
인턴 전공의 수급이 안되면 병원이 안돌아가는걸 알기 때문에 그럼.
당시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투쟁을 년단위로 보고 있었는데,
이때 문재인 정부가 '정치란 무엇인가'를 보여줌.
당시 최대집은 정부에 소송 걸린게 몇개 있었음.
태극기부대 하다 이빨털다 걸린건지 사적인 뭔가를 하다 걸린건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그랬음.
이 최대집과 문정부가 무슨 딜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최대집은 자기가 의협회장이라는 대표성도 있고 강성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기도 하고 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정부와의 협상 권한을 일임해달라고 함.
그리고 협상 권한을 위임받자마자 당일 새벽 짜잔?
전공의나 의대생들 요구안이 거의 들어지지 않은 협의안을 정부와 만들고
막후에서 딜을 친 뒤 의협회장 이름으로 싸인을 박음.
우연찮게 그 뒤 최대집에 걸린 소송들이 모두 다 기각되거나 무죄판결이 나옴.
덕분에 그 당시의 급한 불은 꺼졌지만, 당시의 의대생들에게는 큰 불신감을 남겨줌.
그리고 4년이 지난 올해 다시 투쟁의 시간이 온 결과는?
일단 집단행동을 지양함.
각자 협의는 각자 눈높이에 맞는 사람들과만 하고,
그 뒤 행동해야할 행위 자체도 알아서 판단하는거임.
요는 의협이 약간이라도 헛소리 할라 치면 들이박는거임.
따라서 의협이 정부와 막후에서 딜을 칠 여지가 애초에 없음.
당장 아래에 전공의가 빠져나가니 교수들의 업무 부하가 심해지는지라
과부하 걸린 교수들이 전공의에게 돌아오라는 사인을 보내면?
'넌 이 착취사슬의 중간관리자였자나' 하고 박아버리는거임.
이전에는 뭐가 되었든 다들 전문의 타이틀은 따야 나중에 환자 끌어올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점에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그럴 경황도 없는거임.
대학병원 내에 교수직은 앞으로 늘어날 일은 거의 없을꺼고,
10년 내에 개원가에 자리잡지 않으면 이리저리 치이다가 실패한 자영업자로 끝나는거임.
따라서 의협이나 교수가 말빨이 먹히지가 않음.
어차피 전공의들은 전문의시험 앞둔 말년차들 제외하면
수련 중간에 포기하는게 이득이란 계산을 이미 때린 상태고,
현재 상황에서 더 나빠질 곳도 없다는걸 알고있음.
그나마 지키려고 하는게 의사면허증 하나라 정부가 이걸로 겁박하려고 하지만
자기 외에 대학병원 시스템에 갈려들 사람이 없다는걸 너무 잘 알고 있음.
의대생들은? 그 겁박할 면허증조차 없음.
걍 자기돈내고 대학다니다 휴학하겠다는 애들을 처벌할 방법 자체가 안보임.
개개인별로는 다들 사정이나 생각이 어떨지 몰라도
집단 전체로 보면 다들 보이지 않는 손에 충실하게 의거해서 행동하는 것일 뿐임.
내가 5월 넘어가기 시작하면 지방 대학병원이 파산위기 뜰꺼라고 이야기한 이유가 이거임.
대학병원은 수술하며 돈벌고, 2차병원들은 입원시켜 돈벌고, 3차 병원들은 진료하며 돈을 벌게 되어있음.
근데 당장 수술할 인력이 없음.
간호사들이 PA를 환영할꺼라 생각함?
의사들이 하는 업무를 자기들이 여태껏 보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업무를 지시하는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환자가 잘못되었을 떄 책임도 의사가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임.
근데 간호사가 C line 잡다 기흉이라도 터지면 책임소재를 누구한테 물을꺼같음?
심지어 간호사는 한해 2만명씩 뽑아제껴서 대체인력도 많음.
월급이 느는것도 아닌데 형사소송거리만 늘어난 와중에 소송당하면 나 대신 다른 간호사가 자기자리를 대체함.
전공의 갈아넣기 시스템 대신 간호사 갈아넣기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것 뿐임.
그럼 여태껏 이들을 고용하던 대학병원들은 뭐라고 하느냐?
원래 적자였는지라 전공의 간호사 처우를 올려줄 수 없었다고 하던게 지금까지의 레파토리임.
물론 이건, 특히나 수도권 병원들 기준으로는 이미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라는건 이쪽 계통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는데,
그간 유보금 신나게 쌓나왔다가 수도권에 병상을 와장창 늘릴 예정이었기 때문임.
문제는 현재의 시스템 상 없는 의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을꺼고
그럼 의료인력에게 개원가급의 돈을 줘서 유인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기에는 수지타산이 안맞겠다 싶으니
결국 어디선가 현재처럼 노예로 부릴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름.
그 결과 나온게 그놈의 기습적인 의사 2000명 증원임.
박민수가 병협가서 축사하고
정부가 전공의들이 병협과 합의하라고 발표하는게 결국 이런 배경에서 나온거임.
전공의들이 이 꼬라지를 보고도 '아 그렇군요' 하고 사직을 철회할리가 있나.
물론 개원가는 이 사태를 보며 나라걱정이야 하겠지만,
자기 밥그릇 챙기는건 역시나 다른 이야기임.
당장 개원가에 값싸게 부려먹을,
심지어 젖뉴비도 아니고 대학병원에서 80-120시간 구르다 온 숙련인력들이 시장에 풀린다는 이야기임.
따라서 개원가는 잠잠할 수밖에 없음.
10년 20년 뒤 개원가 시장이 북새통이 된다 해도 지금 자리잡은 개원의들은 다 은퇴하고 난 뒤의 이야기일 뿐이니까.
당장 값싼 고급인력이 땅바닥에 쏟아졌는데 줍줍해야지.
지금 사태는 누구를 악마화 할것도 아니고 누구를 성자로 만들 것도 아님.
걍 보이지 않는 손이 너무나 당연하고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을 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