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에서는 경찰관들이 순찰차는 세워두고, 도로변과 백사장 등 곳곳을 걸어다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고 합니다.
근무시간에 이른바 러닝머신에 올라가 뛰는 경찰관들도 있는데요.
걸음 수에 따라 기부금이 쌓이는 행사에 참여하는 거라는데, 사정을 좀 더 알아보니, 마냥 훈훈한 얘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제주시의 한 해수욕장 입구.
경찰관들이 차량을 세워둔 채 걷기 시작합니다.
해변길을 따라 시작된 발걸음은 백사장으로, 도로변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순찰을 하며 걸음 수에 따라 기부가 되는 걷기 행사에 참여 중인 겁니다.
"여기 지금 오늘 3천 보 걸음.."제주도 곳곳을 걸어다니는 경찰관들은 한 달 전부터 부쩍 늘었습니다.
제주경찰청이 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석 달간 하루에 6천 보씩을 걸으면 범죄피해자들에게 5천만 원을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한 이후부터입니다.
좋은 취지이지만, 문제는 상당수 경찰관들에게 강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겁니다.
현장에서는 이 행사 때문에 많은 경찰관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선 경찰서들은 걷기 실적이 인사 고과에 반영된다며, 경찰관들에게 휴대폰에 걸음 수가 측정되는 앱을 깔도록 지시했습니다.
행사 앱에 경찰관 개인별, 경찰서별 걸음수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경찰서 간 경쟁도 더해졌습니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근무시간에 러닝머신을 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
걷기 경쟁에 내몰린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세워둔 채 멀리 걸어가는 일이 잇따르면서, 사건 대응에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은 "걷다가 절도범을 잡는 등 우수사례가 나오면 승진과 평가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었다며, 감점은 없고 가산점을 주겠다는 거라 강요는 절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