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붕이들은 자기가 받은 어린이날 선물 중 뭐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누군가는 로봇을 받고, 누군가는 파워레인저 칼을 받고...
아마 대체로 장난감 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중붕이는 어릴 적부터 중붕이의 소질이 있었는지
장난감에는 별 관심 없고 대형 마트 가서 게임을 하나씩 사 달라고 했다.
그 시절 마트 게임 코너에는 진열대에 게임 CD가 쫙 깔려 있어서,
한 번 가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고민하다
부모님이 장 다 보고 돌아오실 때까지도 못 골랐던 기억이 있다.
그 중에서 중붕이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게임은 이거였다.
바로 삼성전자 이름을 달고 나온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되시겠다.
1부터 7까지 나왔는데, 나는 5 4 6 1 3 7 2 순으로 좋아했다.
워낙 오래 전 게임이라 집에 CD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요새는 두기런처로 다 깔 수 있는 모양이다.
당장 깔아서 거기까지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스크린샷은 여러 영상에서 따 오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짱구 5 병원 브금과 같이 시작
짱구는 못말려 1
짱구 극장판 1기와 2기를 섞어놓은 스토리의 게임이다.
사실 스토리랄 것도 없는 게, 극장판 배경을 따라간다 뿐이지
대화문 같은 것도 딱히 없어서
그 시절엔 이게 극장판 얘기인 줄도 몰랐다.
지금 15세 달고 나오는 짱구보다 훨씬 매콤한 초기 짱구를 5세로 틀던 낭만의 시대에도
차마 여장남자 메인 빌런을 내세우기는 그랬는지
투니버스에서 틀어준 건 온천이랑 정글 정도였으니까 더더욱 모를 법도 했다.
짱구 1의 특징이라 하면 구슬을 얻고 변신이나 소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닭은 어렸을 때 기준으로도 사기였는데, 저거 하나 있으면 하수도 프리패스였다.
물론 손가락 ㅈㄴ 아픔
짱구는 못말려 2
그냥 미니게임천국이라 딱히 말할 껀덕지가 없다.
어렸을 때도 이게 뭐야 하면서 이미 옛날옛적에 깬 짱구 5를 처음부터 할 정도였으니
짱구는 못말려 3
이건 짱구 2와는 다른 방향으로 좀 이질적인 게임이다.
플랫포머라기보다는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을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인게임 스크린샷을 보는 편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짱구가 뿅망치로 화면에 나오는 적들을 다 때려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다.
훈이 맹구 철수 유리 다 적으로 나오고
암흑마왕에 나오는 헥슨 같은 애들조차 잡몹으로 소모된다.
게임 템포도 굉장히 빨라서, 짱구와 적의 이동속도라던가
짱구의 공격속도라던가가 상상을 초월한다.
뇌 빼고 하면 이것만큼 재밌는 게 없는데,
공격 속도가 키보드 연타 속도를 따라가서
이거 하면 항상 시끄럽다고 엄마한테 혼났다.
특이한 점은 2인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는 동생과 함께 플레이했다.
짱구는 못말려 4
극장판 2편 부리부리왕국의 '보물'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왜 제목이 '비밀'이 되었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다시 초심을 찾았는지 짱구 1과 비슷한 방식으로 리턴했다.
적을 밟으면 물리칠 수 있고,
생명을 다 까먹으면 세이브 포인트(일기장 아이템)부터 시작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스토리 전개가 들어간다.
스테이지 시작하기 전에 영상도 나오고,
보스몹 만나면 대화도 한다.
대부분은 짱구가 적을 긁는 내용이다.
4부터는 게임 내에서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미니게임을 클리어해야만 스토리 진행이 되는 건 아니지만,
더 편한 길을 뚫는다던지 추가 목숨을 얻는다던지 하는 메리트가 있다.
근데 이 미니게임이 어렸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크고 나서 사양 좋은 컴퓨터로 다시 해 봤더니 연산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져서 제대로 플레이할 수가 없었다.
적이 순간이동하는 것마냥 짱구한테 날아와 부딪힌다.
아무튼 지금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짱구는 못말려 5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짱구가 작아져서 사악한 왕바이러스를 물리친다는 내용의 게임이다.
어렸을 때 패키지판으로 샀는데, 설명서 이외의 추가 구성품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는 적을 밟으면 되는 마리오식 게임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레벨, 체력, 마법력, 장비, 주문, 소모템 등등이 존재하는 RPG가 되었다.
보물상자를 열어 아이템이나 열쇠를 찾고
열쇠를 사용해서 닫힌 문을 열고
지하철 문으로 들어가서 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RPG였다.
체력 회복은 밥 새우튀김 케이크 등 먹는 거
마법력 회복은 수영복 잡지
경험치는 초코비 로열 초코비
방어구는 팬티 등등
아이템도 짱구 세계관에 어울리게 만들었고
갇혀있거나 쓰러진 캐릭터들을 구해
스테이지당 1번 제한이 있는 소환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보통은 병원에서 왕바이러스를 잡고 끝난다.
나름 막보스라고 짱구 빨아들이면 원킬나는 패턴도 있다.
왕바이러스를 잡으면 엔딩 크레딧이 나오고,
딱히 뭐 얘기해 주는 것도 없어서 그냥 끝났구나 하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기 마련인데...
노컨티뉴로 왕바이러스를 잡으면 히든 스테이지가 열린다.
히든 스테이지답게 적들은 죄다 강화형으로 나오고,
맵도 어린애들 기준으로는 꽤 어렵게 나왔다.
근데 왕바이러스를 여기서 잡아도 동영상에 변화는 없다.
그냥 재밌으라고 넣은 곳이었을까?
짱구는 못말려 6
이번에는 원시시대로 간 짱구다.
4편처럼 적을 밟아서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돌아왔고,
거기에 더해 박치기 등으로 공격을 할 수도 있다.
당시에는 재미있게 했지만 정작 지금 다시 해 보면 허접한 점이 느껴지는데,
아마 이 즈음을 기점으로 짱구 게임 예산이 줄어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게임은 시작할 때 난이도를 고를 수 있는데,
어려움으로 해야 설산을 깨고 진엔딩 루트가 열린다.
갑자기 미래인들이 나오고 쓰레기나 핵폐기물이 나오는 걸 보면
아마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으려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어린애들이 이거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첫 만남에 패드립을 박아버리는 데빌구
요새 짱구는 너무 순해졌다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면, 이거는 어머니가 특히 좋아하시던 게임이었다.
게임 같은 거 어렵다고 손도 안 대시던 분이 이 게임은 잘 맞으셨는지
나보다 빨리 진엔딩 보고 자랑하셨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게임 윈도우 8 이후로는 잘 안돌아갈 텐데,
가상머신 깔던가 해서 돌리면 해결된다.
짱구는 못말려 7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할 짱구 게임이다.
대강 흰둥이가 닌자캣한테 납치되어서 구하러 간다는 내용
밟으면 데미지가 들어가기는커녕 몸박딜이 들어오고,
뿅망치나 다트, 폭탄을 사용해서 공격해야 한다.
그래픽을 딱 보면 대충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최초로 3D를 도입한 건 특이한 점이지만,
당시 3D 기술 한계도 있고 해서 오히려 짱구랑 배경, 적이 따로 노는 것 같은 효과를 불러왔다.
적들도 물리치면 그냥 먼지가 되어서 사라진다.
도트 하나하나 찍어줬던 이전 게임들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나름 교육을 잡아 보겠다고 퀴즈 코너를 넣었다.
난이도 자체는 상당히 쉬워서, 당시 초3이었던 나도 쉽게 풀 수 있었다.
항상 틀리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대한민국의 원수를 묻는 문제였다.
원수 그거 나쁜 거 아님? 하면서 당시 김정일 직위였던 국방위원장인가 골랐는데
그 원수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초5쯤 되어서였다.
맵을 보면 열쇠 6개가 있는데, 각 맵마다 하나씩 배치된 거 안 먹으면 막스테이지 못 들어간다.
최종 보스는 액션가면으로 변장한 하이그레마왕
오른쪽 맨 끝에 가서 액션가면 발차기 한 대 맞아주면
액션가면은 나를 못 때리고 나만 때릴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다.
병신겜
오늘은 짱구 게임의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중붕이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시리즈는
한국 패키지 게임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마지막에는 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 두어야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때때로 짱구 5를 깔아서 해 보곤 한다.
게임불감증이 찾아올 때 깔아서 해 본다.
할 때마다 재미있다.
그러면서 가끔은, 주말 아닌데 컴퓨터 켠 거 숨기려고
본체에 냉장고에서 꺼낸 치즈 붙여서 열 식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나에게 있어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는 내 어린 시절을 불러올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