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우와 신포도를 비롯한 5개 작품을 제출해 본선에 진출하게 된 나무맛물입니다.
저는 사실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이 없고, 벌써 40년 넘게 그림을 그려오신 아버지 작품을 라벨 사이즈에 맞춰 편집해서 제출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에 제가 그림그리는 꼴을 보시고, 너는 그림은 재능이 없으니 공부를 하거라 라고 진로를 일찍 정해주셨습니다 ㅎㅎ)
아버지께서는 주로 유화를 그리시고, 아래 작품들은 모두 캔버스나 종이 위에 그리신 걸 촬영한 것들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주로 유화, 그 중에서도 특히 풍경화를 주로 그리시고, 가장 자주 다루시는 소재는 소나무입니다.
너무 많아서 다 나열하자면 끝이 없고....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런 그림들이네요.
저는 사실 표현주의 화가들이나 추상화, 조금 톡톡튀는 재미가 있는 화가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아버지께 왜 항상 소나무를 고집하시는지, 또 추상화는 왜 잘 그리지 않으시는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그림은 추상화다'라고 하시면서,
한 때 추상화를 열심히 그려보기도 하셨지만
아버지께서 그리시는 목표는 어려운 이야기 없이 그림만으로도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셨고,
한국의 정서를 잘 담아내는 소재이자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강건한 소나무라는 소재가 자신의 성품과 가장 잘 맞는다고 하셨습니다.
때로는 소나무 말고 다양한 소재들을 수채화나 유화로 그리시기도 하는데요
귀여운 강아지가 있는 시골 풍경이라거나
정물
여행 다니셨던 곳의 풍경
그리고 그 중에는 제가 그려달라고 부탁드린 여우와 신포도도 있습니다.
제가 그려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잘 그려주시지는 않는데, 이 녀석만큼은 예외였네요 ㅎㅎ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제가 시험 준비를 하면서 참 마음에 끌리게 된 이야기입니다.
올라가서 막상 따먹어 보기 전에는 포도가 정말 신지, 달콤한지 알 길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죠.
여우가 포도를 시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와 포도가 정말 신 포도인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저는 이 우화가 인간의 욕망과 진실 사이의 간극, 그 둘 사이의 공허한 '무관함'과
진실을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답답함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답답함을 이겨내려고 어떤 방법이든 써서 포도를 따먹어 보려는 욕망과 호기심으로 살아가는게 사람 아닐까 싶어요.
라벨로 만든 작품들 중에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아침 숲길'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인데요, 라벨 사이즈로 편집하니
이렇게 나왔습니다.
비슷하게 원래는 이런작품을 사이즈에 맞춰서 편집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네요
나름 비율과 구성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편집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그림을 그리시면서 하도 팔을 장시간 들고 계셔야 하다보니, 이제는 팔과 어깨가 삐그덕삐그덕 하십니다.
그런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 인정받아 병과 함께 담기게 된다면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고 상상해보게 되네요.
최종 라벨로 선정되게 된다면, 꼭 한 병 사서 아버지께 선물드리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