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똥손이다
나의 손은 잿더미를 몰고 다닌다
내 글씨는 몇 시간뒤 내가 봐도 못읽고
내가 붙인 스티커는 항상 한쪽으로 쏠려있다
호기롭게 구매한 rg는 전부 와이프가 만들어줬고
나는 hg도 조립하기 힘들다
아들이 태어나 이것저것 요청하기 시작했다
아주 어설프게 개발새발 조립해 주었다
나는 5살 짜리 아들 수준의 손재주임을 알게됐다
슬립낫 기타리스트를 동경한 내가
와이프 임신했을때 매번 옆에서
싸이코소셜, 피플=쉿 등등 기타로 연주해 주면
뱃속의 아들은 좋다고 엄마배를 뻥뻥 찾다
태교의 영향인가?
아들은 뽀로로 노래와 메탈을 아우르는 취향을 가진
아기가 됐다 기타와 드럼이 달리기 시작하면 아들은
점프나 박수가 아닌 해드뱅잉을 한다
매니악한 취미를 가진 나를 닮아서 그런가
아들도 온갓 요상한 것들을 좋아한다
4살때 까지 장승(마을을 지켜주는..)에 빠져있던 아들은
한살 더 먹더니
흡혈식물 대소동이라는 1986년작 영화에 빠져있다...
그리고 어버이날 오늘 아침 아들이 유치원갈 준비를 하며
말을 했다
‘아빠가 대왕파리지옥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는 요청이었다...
요청하면 다 들어주는 아빠이기에 아들은 아주 신나게
유치원에 등원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5분 정도 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나같은 똥손은 설계도 따윈 의미가 없다
설계도도 똥이기 때문이다
그냥 대충 생각나는데로 즉흥적으로 만들어야한다
대충 적당한 공박스를 줍고 문구점에서
가위 풀 그리고 커다란 색종이(?)를 사왔다
아까말한 커다란 색종이
(반으로 접은거임 존나큼)
이렇게 붙여준다
아들은 이제서야 아빠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채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짠
나는 힛갤에서 아모캣을 처음 봤을때 잘만들었다 생각했고
그뒤 고퀼 아이언맨 머가리가 올라왔어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남들이 뭐라해도 아모캣 당신은 내겐 신같은 존재야
입술과 이빨을 달려고하는데 아들이
그만만들라고 하며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흡혈식물은 첫끼로 크롱을 먹었다
크롱 넌 너무 설쳤어..
...
이런 비루하고 거적대기같은 것을 이렇게나 좋아해주다니
아들이 나에게 주는 어버이날 선물인가 보다....
10분의 짧은 사투 끝에 아들이 하루종일 행복한걸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
하지만 아들아 잘 땐 흡혈식물 입 밖에서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