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오늘 대검 참모들에게 이번 인사가 어제 발표될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총장의 손발인 대검 참모진을 거의 대부분 교체하면서도 이 총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을 건너뛴 인사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데,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과 인사 협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필요한 절차를 다 진행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오늘 대검찰청 참모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찬에 참석한 대검 부장 8명 가운데 6명은 이번 인사로 대검을 떠나게 됐습니다.
6명 모두, 부임 8개월만입니다.
이 총장 수족이 다 잘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부장들에게 "월요일에 인사가 날지 몰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한 오찬 참석자는 "인사 시기에 대해 의견이 안 맞았다고 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이 총장이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말씀하셨다"며 "조율이 된 거였으면 오늘 아침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검사장 이상급 39명이 교체되던 월요일.
이 총장은 직원들 격려차 강원도 영월과 원주지청을 돌던 중이었습니다.
인사 발표가 나자 이 총장은 이틀째 지방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상경했습니다.
대검 부장들에게 인사 소식을 알린 사람도 이 총장이 아닌 신자용 대검 차장이었습니다.
오전 9시쯤 신자용 차장이 부장들을 긴급 소집해 인사 소식을 알렸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박 장관은 어제 퇴근길에 '이 총장과 인사를 협의했냐'는 질문에 "필요한 절차를 다 진행했다"고 답했습니다.
토요일에 인사안을 두고 박 장관과 이 총장이 서울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 전직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이 인사안을 들고 와서 총장에게 보고하고 실무진들이 왔다갔다해야 협의"라며 "이것은 그냥 통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인사는 전광석화처럼 이뤄졌습니다.
권순정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이 주말에 고검장과 검사장들에게 일제히 전화를 걸어 그동안 고생했다며 사실상 '나가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석 총장은 수사팀을 믿는다고 했지만 검찰 내부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수사 지휘부부터 중간 간부까지 모두 교체됐기 때문에 당분간 김건희 여사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오늘 이임식에서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달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하지만 한 검찰 관계자는 "승진당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겉으로는 승진이지만, 수사 일선이 아닌 곳으로 밀려났다는 겁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맡았던 김창진 1차장은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주가조작 의혹을 맡았던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옮기며 비수사 보직을 맡았습니다.
공석인 수사팀 자리를 두고는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내에서는 당장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가 제동이 걸릴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중앙지검 2,3차장 검사들도 한꺼번에 교체됐기 때문입니다.
"차장이 한 명도 없는 건 초유의 사태"로 "민감한 결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수사가 멈출 거라고 했습니다.
신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모레 취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으로 윤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습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총장 징계를 밀어붙일 때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이창수 검사장에게 김 여사 관련 수사에 입장이 있느냐고 묻자 답하지 않았습니다.
목요일 출근하고 나서 답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과거 '검수완박'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 비리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