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게시물 : '명심'은 추미애라더니…국회의장 후보 우원식 '이변'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온 건,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의중 즉 '명심'으로 모든 게 결정되어선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기 때문인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추미애 후보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가 더해지며 친명 중진들은 물론 초선 당선자들도 '명심'을 따르지는 않은 걸로 보입니다.
지난 주말사이 정성호 의원과 조정식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국회의장 선거는 추미애 후보의 승리로 굳어지는 듯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의중' 즉 명심을 확인했기 때문인데, 사실상의 친명계 후보 '교통정리'가 이뤄지면서 의원들의 반감이 더 커졌고, 분위기 반전이 시작됐던 걸로 전해집니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 한 명의 뜻에 따라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낙점하는 정당은 바람직하지 않다"했고 다른 중진 의원도 "국회의원 각자의 판단에 (지도부가) 부자연스럽게 개입하다 보니 자정작용이 일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추미애 후보 개인에 대한 의원들의 불호가 강해 "조직력으로 밀어붙여 뒤집을 수 없는 후보였다"는 평도 나옵니다.
추 후보는'당에 반하는 독단적 행보'를 보일 거란 비판을 의식한 듯 오늘(16일) 정견 발표에서 과거 행보에 대해 재차 사과했지만,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22대 초선 당선인 표심도 예상과 달리 일사불란하지 않았습니다.
추미애 후보 지지를 일찌감치 선언한 원외·초선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 내부에서도 강한 단결은 없었고, 당내 여론보단 "당원들의 문자 선거운동 등이 판단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설명입니다.
두 후보 모두 친명계였던만큼 이번 결과가 비명계의 반발로 보긴 어렵단 게 중론이지만 이재명 대표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 대표 1인 체제에는 '경고'를 한 걸로 풀이됩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회의장 경선 이후 "당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추미애 당선인을 밀었던 강성 친명 당원들은 우원식 의원에 투표한 당선인을 색출하자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추미애 당선인을 의장 후보로 공개 지지했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의장 후보 선출이 끝난 뒤 "당원이 주인인 정당, 갈 길이 멀다"며 "상처 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강성 당원 2만 명은 추미애 당선인으로 추대해달라는 서명도 당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강성 친명 당원들은 결과 나온 뒤, 우 의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폭거"라고 반발했습니다.
'권력 서열 2위 국회의장을 당 대표가 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쓴소리를 한 우상호 의원, 우원식 의원이 속한 당내 계파 '민평련'과 친문 등을 향해서도 전방위로 저격했습니다.
우 의원에게 투표한 당선인 명단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일종의 살생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는 일찌감치 국회의장 투표를 기명으로 하자는 청원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우 의원 앞에서 당원 반발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우 의원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된 민주당이라는 사실에 결코 변함이 없다"며 "민심을 받들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Q1. 김 기자. 이변이 벌어졌다는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표 분석부터 해보죠? 어떻게 갈린 거예요?
저희가 취재한 결과 친명 대 비명 이렇게 갈린 게 아니라, 초선 대 재선 이상으로 갈렸습니다.
초선 그룹 상당수는 추미애 당선인으로, 재선 이상 그룹의 상당수는 우원식 의원으로 향한거죠.
제가 계산해보니 초선 그룹에서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나 '이재명 변호인단' 같은 강성 친명계, 찐명계가 약 60명이었는데요.
이들은 강성 친명 당원들 바람대로 추 당선인을 지지했다는 게 당내 분석이고요.
재선 이상 중진그룹 대다수와 친문그룹 20여 명은 대부분 우원식 의원을 찍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취재 결과 두 사람이 25표의 큰 표차가 난 것에 대해 당에선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 한데요.
'한 자릿수 차이'라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역시 당원들의 박탈감을 우려하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Q2. 중진 당선인들은 왜 추미애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거예요?
저희가 쭉 물어봤는데요.
재선 이상 당선인들에겐 추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맞붙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시 '윤-추 갈등'으로 윤석열 총장 존재감만 키우지 않았냐. 윤석열 정부 1등 공신이라는 당내 비토가 강하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추 당선인이 그동안 벌여왔던 독단적 행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윤추 갈등' 외에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한나라당과 야합해 노동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등 컨트롤이 힘든 사람"이라는 인식들이 강하더라고요.
이러한 '비토 추미애' 정서가 표결에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요.
친문 그룹들은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장관을 해놓고는 퇴임 후 문 전 대통령을 공격한 기억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추 당선인은 "지지해주신 국민의 열망, 당원의 기대에 못미쳐 송구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Q3. 두 후보 다 '명심'에 호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의추, 친명들은 추미애 대세론을 퍼뜨려왔는데, 이재명 대표 진짜 속내는 뭐예요?
이재명 대표는 직접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은 없죠.
실제로 추미애, 우원식 두 사람 모두 친명인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대표 주변을 취재해보면, 추 당선인 당선을 예측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변이 일어난 거죠.
현장에 간 저희 취재진이 당선 발표 직후 이 대표 표정을 봤더니, 좋진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만도 한 게, 4명의 후보들 중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같은 날 사퇴했죠.
박찬대 원내대표가 설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 마음, 즉 명심이 추미애 당선인으로 교통정리한 것이라고 퍼져 있었습니다.
이 대표 진심이 어디였든, 당내에서 '명심'이 있다고 본 후보가 떨어진 거죠.
Q. 이 대표가 그럼 더 분명하게 했어야 했던 건가요?
그렇다고 박찬대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추대 형식으로 가기에는 극일 체제 비판에 대한 부담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당내에선 이런 목소리도 터져나왔으니까요.
한 당선인은 강력한 상대 후보들을 제거했으니 '이 정도 시그널이면 의원들도 '명심이 곧 추미애 구나' 알아듣고 움직여주지 않겠냐'고 생각한 게 나이브했던 것 같다는 말도 나오더라고요.
Q4. 명심이 먹히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가겠어요?
물론 일부 금이 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 3선 의원은 "'명심'에 브레이크를 밟은거다, 정치적으로 굉장한 의미"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큰 타격은 아니라는 겁니다.
재선 이상 친명 의원 상당수가 우원식 의원을 뽑은 건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작용했고, 또 우 의원 역시 "내가 명심"이라며 친명 후보를 강조해왔으니까요.
이재명 대표 연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