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일차 파트 1 : 포트샬롯과 보모어 마을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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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일정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 - 보모어 숙소 - 부둣가 - Labels 카페 - 아드벡 - 라가불린 - 보모어 증류소 - 숙소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 전경
여행 5일차, 오늘은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을 떠나는 날이다.
이곳을 숙소로 정한 이유는 역시 가격이었다. 거진 모든 숙소의 숙박비가 최소 10만원이 넘어가는 아일라에 단돈 5만원 내외라는 압도적인 가격 때문이다.
동시에 기왕 여행을 가는 겸, 호스텔 나름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숙소를 잡게 되었다.
호스텔 입구와 사이로 보이는 바닷가
아일라에 숙소가 있는 마을은 크게 포트 샬롯, 보모어, 포트 앨런 세곳으로 나뉘어진다.
포트 샬롯은 도보 30분 거리에 브룩라디가 있고, 버스는 없지만 섬 기준 상대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킬호만 증류소가 있다. 포트 샬롯이 있는 바닷가는 아일라에서도 가장 수심이 얕고 해안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참고로 매주 수, 일요일 9시에는 포트샬롯 호텔 바에서 스코틀랜드 전통 악기 연주가 있으니 포트샬롯 동네에서 숙박을 한다면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보모어 마을 버스 정류소
보모어는 아일라 섬의 중심지로 모든 버스가 지나치며 당연하게도 보모어 증류소가 마을 한복판에 있다. 버스가 일찍 끝나는 아일라에서 섬의 정 중앙에 위치한 보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동에 제약이 줄어든다. 그리고 아일라에서 가장 큰 동네인 만큼 상대적으로 식당이나 바가 많은 편이다.
아일라의 아래에 위치한 포트 앨런은 새로 지어지고 있는 포트 앨런 증류소를 포함, 라프로익 - 라가불린 - 아드벡으로 이어지는 킬달튼 트리오 증류소에 접근성이 높다. 또한 페리를 타면 스코틀랜드 본섬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여기서 글래스고와 캠벨타운 모두로 오갈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추가적으로 섬 동쪽에 위치한 포트 아스케이그에도 호텔과 숙소가 일부 존재한다. 이쪽은 서쪽 증류소들, 쿨일라 - 아드나호 - 부나하벤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나 쿨일라를 제외하고는 버스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포트 앨런과 마찬가지로 페리를 타면 스코틀랜드 본섬으로 갈 수 있다.
머문 방과 잠시 빌린 My Islay 책 (우측 하단)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에서 머무는 동안 만난 한국인 친구 만큼이나 사장님 부부와 많은 나눌 수 있었다.
사장님은 첫날 체크인부터 같은 방에 다른 한국인이 있다며 친구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후로도 숙소에 돌아올 때 마다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기에서도 한국인 작가가 작성한 책을 아냐며 'My Isaly'를 꺼내서 보여주셨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또한 가지고 계셨다.
한국인 작가가 적고 그린 My Islay 책
사장님은 젊은 시절에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고 다니셨다고 했다. 당시 동남아 국가들을 거쳐 중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방문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무려 35년 전 한국에서 LG 전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셨다고 했다.
35년 전이면 여행이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며 특별히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냐는 질문을 드렸다. 다름이 아닌 사장님의 아버지가 1953년 한국전쟁 종전 직후, 한국으로 가 복구를 도운 엔지니어셨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터 들었고, 마침 기회가 되어 영어 강사로 일을 하게 되셨다고 했다. 놀라움과 함께 아버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사장님의 아버지는 아직 정정하시다고 한다. 내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기뻐하셨다며 좋은 여행 되길 바란다고 해주셨다.
포트샬롯 유스 호스텔 식당 공간
호스텔 식당 옆 테이블에는 여행기를 적을 수 있는 공책이 놓여져 있다. 대부분이 영어였지만 그 사이사이 한글 여행기도 보였다. 10년도 지난 글부터 바로 얼마 전에 작성된 글까지, 같은 취미와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시간을 넘어 소통하는 타임머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에 대한 이야기를 사장님과 나누고 있자,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하신 뒤 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오셨다. 바로 독일인 작가가 촬영한 스코틀랜드 사진을 담은 달력이었다.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는 여행의 매력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는 말과 함께 달력을 선물로 주셨다.
마침 나 또한 옥토모어 포스터를 2개 인쇄해 왔었기에 하나를 선물로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숙소에 전시해두겠다고 하셨다.
포스터 뒤에 인스타그램 주소를 남겼는데 실제로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스텔을 한국인에게 연락을 받기도 하였다.
인자하신 사장님 부부.
하루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면 언제나 좋은 하루 보냈냐며 인사를 건네주셨다. 나를 맞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금 더 집 같이 편안한 장소가 되었던 숙소였다.
그렇게 꼭 다시 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찍은 몇 장의 사진을 뒤로하며 숙소를 나섰다.
호스텔에서 나오자 뒤로 보이는 포트샬롯 호텔.
내일(6일차) 아일라를 떠나 캠벨타운으로 가는 날이다.
포트 샬롯은 섬의 동쪽 끝에 가깝기 때문에 가뜩이나 적은 버스 시간이 꼬이기 쉽다. 그래서 내일 오전 일찍 버스를 타고 포트 앨런으로 이동하여 페리를 탑승하기 위해 보모어로 숙소를 옮겼다.
포트 샬롯의 해변가.
첫날 이후로 간만에 날씨가 좋았다. 떠나기 아쉬웠던 이 아름다운 해변가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도착한 보모어
포트 샬롯에서 출발해 아드벡까지 가는 버스는 CO-OP 마트 앞에서 내리고 탈 수 있다. 반대로 포트 샬롯으로 이동할 때에는 맞은편 우체국(증류소가 있는 쪽)에서 탑승하면 된다.
아드벡 증류소가 문을 열기까지 시간이 남아, 짐을 숙소에 맡기고 보모어 동네를 구경하기로 했다.
2,3일차에 만난 히데씨 부부가 머물었던 보모어 호텔.
보모어 프랭크 콰이어틀리 콜라보레이션 제품 '노 코너 투 하이드' 속 전설의 기반이 된 원형 교회.
보모어 증류소와 벽 글자가 보인다.
정작 보모어 증류소 내에서는 벅 글자가 보이지 않는지라 증류소의 전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몇 장의 사진을 더 촬영한 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제 보모어 투어 이후 투어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쟤니스와 갔던 커피샵으로 이동했다.
보모어 Labels 커피숍. 오픈 시간에 맞춰서 들어갔다.
두마리의 작은 새가 있는 Labels 카페에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치즈가 가득 들어간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오븐이 예열되기도 전에 들어갔는지라 한동안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섬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관광객을 환영하지만 5월에 있는 페스 아일(Feis ile) 기간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곤란할 때도 있다고 했다.
날씨도 좋고 아직 아드벡 행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시간도 남았기 때문에 샌드위치를 마저 해치운 뒤 보모어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옆 길을 걸어 올라가면 고등학교가 나온다.
파고다가 있는 것을 보면 과거에 증류소 시설의 일부였던 것일까?
아일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일차 파트 1 : 포트샬롯과 보모어 마을 탐방 끝
5일차 파트 2 : 아드벡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