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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고토 회복을 주장하는 유럽 국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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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 얘기 아니고요.






중부 유럽의 작은 국가, 헝가리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헝가리 땅은 사실 그들의 오랜 고향이 아닙니다.

이들의 조상은 머나먼 우랄 산맥에서 기원한 서시베리아의 우그르어 파 유목민들인 마자르(Magyar) 족 이었죠.



헝가리의 대표 미녀, 바바라 팔빈

현대의 헝가리인들은 이웃 국가들과 외모 차이가 없는, 전형적인 유럽 백인들인데 어째서 조상들은 눈 째진 유목민들이었을까요?





본격적인 얘기는 8세기 말부터 시작됩니다.

본래 고향인 우랄 산맥에서 살던 마자르족들은 강력한 이웃 유목민 (훈족으로 추정) 등쌀에 밀려 현재의 우크라이나 근처로 민족 대이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지역은 또 다른 강력한 유목 제국인 '하자르 칸국' (Khazar Khaganate)의 나와바리였죠.

주 인종은 튀르크 인들인데 종교는 유대교를 믿는 특이한 친구들입니다.

종교야 어찌 됐든 마자르족은 강력한 하자르 칸국의 따까리를 자처하며 세 들어 살죠.

윗쪽에 마찬가지로 따까리 신세인 불가리아인들의 친척, 볼가 불가리아인들도 보이네요.









때는 9세기에 접어들고, 종주국인 하자르 칸국의 뿌리가 흔들리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마자르족은 이를 기회삼아 따까리 신세를 집어치우고 다시 한번 민족대이동을 결심하죠.

목적지는? 카르파티아 분지입니다.







분지(盆地) 란 산맥으로 둘러쌓인 평야 지형을 뜻하죠. 우리나라 대구를 생각하면 됩니다.

산맥으로 방어의 이점을 누리면서 내부는 평지의 이점을 가지는 아주 좋은 땅 입니다.

위의 지형도를 보시면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지방에 산맥이 아주 많은데요.





즉 산맥을 따라 분지를 나누면 이런 모습이 되죠. 슬로바키아, 헝가리 전체와 루마니아 절반을 차지하는 아주 넓은 땅이 카르파티아 분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땅에 원주민이 없었을까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또 다른 유목 제국인 아바르 칸국이(Avar) 땅의 주인이었지만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에게 개같이 처맞고 국가가 사실상 멸망 직전에 놓인 상태였죠.





덕분에 마자르족들은 아바르 칸국의 잔재를 쓸어버리고 카르파티아 분지에 무사히 안착하게 되니,

헝가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인 혼포글라라스 (Honfoglalás), 일명 위대한 조국 정복이 실현된 순간입니다.



이제 카르파티아 분지에 남은 건 아바르 칸국이 따까리로 부리고 있던 슬라브족들, 트란실바니아인들 등등 기타 힘없는 떨거지 떠돌이 민족들 뿐,

마자르족은 이들의 주인 노릇을 하며 새로운 패권국이 됩니다.





A sagittis Hungarorum libera nos, Domine! - 주여! 우리를 헝가리인들의 화살로부터 보호하소서! -수도사들의 기도문



새로운 고향에 정착했음에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들도 엄연히 유목민 피가 흐른다는걸 증명하고 싶다는듯, 유럽 곳곳을 들쑤시며 새로운 재앙이 되는 마자르족들


- 마자르족의 진격로


정말 유럽 곳곳을 들쑤시고 약탈하고 불태우고 다니다가 933년, 독일 왕 하인리히 1세에게 크게 패배당한 뒤, 그 이후부터 계속 기독교 국가들에게 역공을 당하기 시작하자


'이젠 우리 이빨이 안먹히나?' 싶었던 마자르족들은 바이킹이 그러했듯 기독교로 개종, 이웃 국가들의 분노를 피합니다.

개종과 함께 현지인들과의 동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이젠 이웃 국가들과 다를 바 없는 서양인의 모습이 된 마자르족들은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죠.





헝가리







중세 헝가리 왕국의 최대 강역입니다. 현재와는 비교도 안되게 거대하죠?

크로아티아를 제외하곤 모두 혼포글라라스로 얻은 땅 그대로 입니다. 당연히 헝가리인들에게 있어서 이 땅들은 모두 조국의 정당한 땅이었죠.

이 큰 땅을 바탕으로 헝가리 왕국은 지역 강국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중간에 헝가리 왕국이 한번 흔들릴 뻔한 일도 있었습니다.

1241년, 헝가리 왕국은 몽골 제국의 대대적인 침공을 받아 전 국민의 20%가 학살당하고 국토가 쑥대밭이 되는 피해를 겪죠.

그러나 헝가리의 명군, 벨라 4세의 대대적인 군제 개혁 아래 와신상담하며 군사력을 회복해 나갑니다.

1285년, 몽골의 2차 침공 때 벨라 4세의 노력이 큰 결실을 보게 되는데

폭풍 같던 몽골 제국군이 헝가리 왕국군의 우주방어를 뚫지 못하고 처참하게 개박살 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게 되죠.



몽골군은 헝가리의 요새를 넘지 못했고, 세계 제일가던 몽골의 기병들은 헝가리의 중기병들에게 패퇴했으며, 심지어 잔존 몽골병사들이 도망치다가 헝가리 민간인들에게 잡혀 죽는 일도 빈번했죠.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몽골에 대한 성공적인 저항 사례이며

'몽골이 회군만 안 했다면 전 유럽을 정복했을 것이다' 허무맹랑한 소리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죠. (이미 공세종말점이 끝나버린 몽골은 곧이어 벌어진 3차 폴란드 침공도 처참히 깨지고 후퇴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헝가리는 이후 천천히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약 200여 년 동안 헝가리는 왕위 계승을 위한 내전 또는 보헤미아, 오스트리아 등의 이웃국가들과 여러 전쟁을 벌이며

수많은 빚 더미에 올라앉습니다.






게다가 15세기, 이 시대 최종 보스이자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찢어먹던 오스만 제국의 대대적인 침공을 받아

국토가 삼분할 되는 대재앙을 맞게 되죠.



힘이 약해진 헝가리 왕국은 이웃 국가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의 페르디난트 1세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합니다.

즉, 헝가리는 오스트리아와 동군연합을 맺으며 오스트리아 밑으로 들어갔죠.






1699년, 오스트리아는 오스만 제국을 상대로 옛 헝가리 왕국의 영토를 탈환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싫어하는 헝가리인들의 반란도 있었지만 오스트리아는 이를 진압하고 유화책을 펼쳐 헝가리를 어루고 달랩니다.

하지만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됩니다.

헝가리인들의 입장에선 '동군연합은 동등한 관계에서 맺은 결혼 동맹이다. 우리 헝가리인들은 헝가리 땅에서 알아서 자치권을 누리겠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오스트리아는 실질적인 연합의 맹주로써 주도권을 쥐고 감놔라 배놔라, 헝가리를 타국과의 전쟁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녔죠.






때는,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대육군이 전유럽을 휩쓰며 오스트리아도 반병신으로 박살 내놓고 떠나자.




이를 눈여겨 본 헝가리인들은 '수백년동안 따까리짓 했으면 됐다! 이제 독립좀 하자!' 라며 1848년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키고 실제로 오스트리아를 밀어붙였지만....러시아 제국의 지원을 받은 오스트리아의 역공으로 반란은 진압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모든 자치권이 박탈되죠.






하지만 타인종에 대한 유화정책의 필요성을 느낀 오스트리아 제국은 헝가리와 타협을 통해 완전한 자치권을 돌려주며 '두 개의 평등한 국가가 연합한 제국'을 만듭니다

이른바 '대타협' 이라고 불리는 사건이죠.




이렇게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 이 탄생합니다. 붉은색은 오스트리아가 직접 통치하는 '시스라이타니아' 초록색은 헝가리가 직접 통치하는 '트란스라이타니아' 입니다.

이 나라는 참 기괴한 프랑켄슈타인같은 나라였습니다.

일단 이 나라의 겉은 한 개의 나라지만 속을 파보면...


양국인들은 각자의 국적을 가지며 여권도 별개,

화폐도 양국이 각자의 주권을 갖는 별개의 화폐,

외교부도 양국이 별개로 가지고 있고,

의회와 정부, 사법체계도 따로따로 돌아가고,

군대도 따로가지고 전쟁선포권도 따로 있었죠





정말 몸통은 하나에 대가리는 두 개 달린 나라였습니다.





물론 겉으로만 좋아보이지 속은 아주 큰 약점들이 즐비했죠.

당장 군대들은 서로 말도 안통해서 협력이 힘들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서로 정치적으로 분탕치면서 제 살 깎아먹는 짓도 서슴치 않았죠.

더군다나 이 제국은 오스트리아인과 헝가리인, 둘 만을 위한 나라였지 그 외의 슬라브인들이나 루마니아인들 등등의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쩌리 신세였습니다.

여러 인종이 뒤섞인 제국은 안에서부터 천천히 곪아갔죠.





훗날 1914년,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자 헝가리도 좋다고 동참하며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그 결과로 오-헝 제국이 패배하자 영프미를 미롯한 협상국은 오-헝 제국을 완전히 해체해놓고 박살을 내놓는데

위에서 언급됐던 헝가리의 특수한 자치성을 인정해 이들도 오스트리아와 동등한 전범국으로 보고 마찬가지로 완전히 해체해놓죠.



Nem, nem, soha! - 안돼, 안돼, 절대로!



이 헝가 해체쑈는 트리아농 조약이라고 불립니다.


중앙의 현대 헝가리 영토를 제외하곤 모조리 뜯겨져버린 땅들이죠.

붉은색 색칠들은 헝가리인들의 분포도입니다.

'엥? 아니 저 넓은 땅이 수백 년간 헝가리 땅이었는데 정작 헝가리인들이 과반수가 아니네요?'


여기서 헝가리가 단지 '오스트리아의 병신짓에 휘말려든 100% 피해자' 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죠.





아까 혼포글라라스 편에서 마자르족이 현지민들인 슬라브족과 트란실바니아인들을 지배했다고 했었죠?

이 친구들 사실 헝가리에게 완전히 동화되지 않고 아직도 남아있었습니다.




헝가리가 직접 통치하던 '트란스라이타니아' 에는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인이란 정체성을 갖게 된 슬라브족들과
루마니아인이란 정체성을 갖게 된 트란실바니아인들이 오랫동안 뿌리 내리고 살고 있었죠.

헝가리는 '이 땅들은 우리 조상 마자르족님들이 정복한 땅임, 꼬우면 덤비든가' 라는 자세를 고수하며 이들을 탄압하고 적극적으로 동화시키며 지내왔습니다.

당연히 이들 원주민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었고, 헝가리가 트리아농 조약으로 산산히 쪼개지자, 이들은 좋다며 독립국을 세웁니다.






하지만 헝가리 입장에선 '알빠임? 그 땅들 원래 다 내 땅이야. 수백 년 전 우리 조상님들이 피 흘려 정복하고, 수백 년 동안 피 흘려 지키고 가꿔온 땅이야 ㅅㅂ' 를 외치며 급격히 우경화되기 시작, 호르티 미클로시란 독재자가 노골적인 친나치 정책을 펼치며

'실지를 되찾자! 고토를 되찾자!' 라며 전쟁을 부르짖죠.




그리고 나치 독일의 비호 아래, 루마니아로부터 실지 절반을 뜯어내고 세르비아 땅도 조금 뜯어내는데 성공하지만....







얘한테 히틀러가 뒤지고 헝가리도 박살나며 뜯은 땅들은 모조리 토해내고 공산국가로 강제 개변됩니다.




어찌저찌 민주화 혁명으로 소련을 내쫒고 현대 헝가리 공화국까지 이어졌습니다만,






적잖은 헝가리인들이 여전히 트리아농 조약때 잃은 땅들을 '되찾아야 할 고토' 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개념은 '대 헝가리' 라고 불리우고 있죠.

물론 일반 헝가리 시민들의 생각으로 그쳤다면 단순히 현실감각 없는 극우들의 허황된 꿈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헝가리의 현 총리인 오르반 빅토르가 SNS에 대 헝가리 지도가 그려진 지구본 짤을 올리며 큰 어그로를 끌었단거죠.

한 국가의 수장, 그것도 유럽 한가운데 있는 나라가 고토 회복 주의를 암시하는 짤을 올린겁니다.

특히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의 빈축을 샀을테죠.


물론 현재 헝가리는 옆 동네 루마니아도 이길까 말까 할 수준으로 쩌리가 된 상태라 앞으로도 계속 허황된 꿈으로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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