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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할리우드 최악의 스캔들, 버지니아 라페 사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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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분석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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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헤이스 코드 이야기를 하면서 버지니아 라페라는 여배우의 사망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그 사건에 대해 좀 더 심도깊게 알아보려고 한다.


• 사건의 시작

버지니아 라페(Virginia Rappe)는 1921년 당시 30살의 젊은 여배우였다. 그녀는 당시 무성영화에 출연하며 나름 인지도를 갖추어 나가던 배우였다.

1921년 9월 5일 월요일 노동절에 유명 배우 로스코 아버클(Roscoe Arbuckle)의 초대를 받은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호텔에 도착했다. 아버클은 1219, 20, 21호 방을 예약하고 1220호를 여성들을 위한 파티룸으로 내어주었다. 라페는 정상적이었다면 1220호에 들어가있어야 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라페는 갑자기 1219호 방 안에서 심하게 고통스러워했다. 다급히 불려온 호텔 의사는 라페의 증상이 중독(혹은 만취) 증상이라 판단했고 모르핀을 투여해 통증을 진정시키려 했다.

이후 어느정도 상황이 호전됐는지 사건 이틀 뒤까지 그녀는 입원하지 않았다.

(실제 사건 직후 1221호실)

라페의 동행자였던 밤비나 델몬트는 아버클이 1219호에서 라페를 강간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의사는 라페의 몸을 검사했지만, 성폭행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9월 9일, 상황이 악화된 라페는 병원에서 방광 파열과 이로 인한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델몬트는 경찰 조사에서도 아버클이 라페를 강간하려다가 무거운 몸뚱이로 그녀를 짓누르면서 방광 파열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페의 매니저는 아버클이 라페와 관계를 맺는 것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얼음(또는 코카콜라병, 샴페인병)을 이용했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은 상반되었는데, 그들은 라페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자 아버클이 그녀의 복통을 진정시키기 위해 얼음으로 배를 문지른 것일뿐, 범죄를 위해 악용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로스코 아버클이 출연한 영화의 포스터)

당시 아버클은 많은 동료들로부터 "여자들에게 신사적이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남자"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유명한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도 "아버클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를 옹호했을 정도였다.

아버클은 라페의 사망 다음날 체포되어 구금당했다. 대배심은 아버클에게 1급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그를 기소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지방 검사 매튜 브래디는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기에 이 사건을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그는 라페와 같이 있었던 델몬트를 중요 증인으로 소환했다.

그런데 델몬트는 아버클의 변호인에게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내놓지 않으면 증언을 계속하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가했고, 재판 과정에서 증언이 이리저리 뒤바뀌었다. 

판사 또한 아버클이 라페를 강간하려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결국 재판이 흐지부지되나 싶었는데, 나중에 파티에 초대되었던 제이 프레본이란 사람이 "라페가 죽을 때 '아버클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고 말한 걸 들었다"고 증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 아수라장 속의 1심 재판

(실제 아버클의 변호인단)

1921년 11월, 아버클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최고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재판에 임했다. 당시 재판 소식은 대중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흔히 '찌라시'라 불리는 황색 언론들은 재판 과정을 전달하며 아버클을 마구 물어뜯었다. 각종 단체들은 아버클을 사형에 처하라고 주장했고, 법원에 출석하던 아버클의 부인에게 흥분한 사람들이 총을 쏘기까지 했다. 

1심에서 주요 증인들은 아버클에게 불리한 증언을 연달아 했다. 당시 파티 현장에 있던 베티 캠벨이란 모델은 사건이 발생하고 몇 시간뒤 아버클이 웃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라페를 치료했던 간호사는 아버클이 라페를 강간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몸에 타박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당시 호텔 벽에서 라페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이 발견되었는데, 몇몇 범죄학자들이 "이것은 성폭행을 피하기 위해 라페가 도망가다가 생긴 것"이라 주장했다. 라페를 검사한 의사 또한 "외압에 의해 방광이 파열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각 증언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다. 베티 캠벨은 검사 매튜 브래디에게 위증으로 기소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었다. 호텔 벽에서 발견되었다는 지문은 "사건 직후 호텔을 청소했다"는 호텔 사장의 증언 때문에 확실치 않은 증거로 분류되었다. 의사 또한 라페를 치료할 때, 그녀가 폭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아버클은 변호인 측의 최종 증인으로 나와서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증언에서 "라페는 자신이 5, 6년간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왜 그런 짓을 하겠냐"고 주장하면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라페는 원래대로 1220호에 있다가 동료 여배우가 자신을 마을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기에 1219호로 옷을 갈아입으러 왔습니다. 그 직후 갑자기 라페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나는 라페를 침대에 눕힌 뒤 다른 손님 몇 명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보니 라페는 옷을 찢으면서 발작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냉수가 담긴 욕조에 담갔습니다. 그 뒤 라페를 1227호실로 옮긴 뒤 호텔 의사에게 전화해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호텔 의사를 포함해 우리 모두는 라페를 보고 만취한 상태라 그런 거 같다며 그녀가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르핀 외에 더이상 치료를 하진 않았습니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아버클을 압박하면서 "그녀가 아픈 걸 알면서 더이상 치료를 하지 않은 건 강간하고 죽일 목적으로 한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아버클은 침착하게 "나는 모든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성적 접근을 한 적이 없고, 라페가 진짜 아팠던 것을 그때 당시에는 몰랐다. 난 라페를 폭행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배심원단은 40시간 넘는 토론 끝에 [무죄 10:2 유죄]로 교착상태를 내버렸다. 미국의 배심원 재판은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의가 다시 이루어졌다. 

변호인단은 아버클이 유죄라고 강하게 믿고 있던 여자 배심원 헬렌 허바드를 악당으로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고, 결국 1심은 무죄 판결이 나오고 말았다.


2심과 3심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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