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후기들이 쌓인 상태인데 바빠서 늦었다
동해 명물 칼조개로 시작해보자
동해안 조개들이 참 좋은게
바닷물 안 넣고 그냥 봉지째 들고 와도 이틀은 저렇게 살아있음
근데 좀 징그럽긴 하다
사이즈도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저번 3월 말에 갔을 때는 너무 작았음
맘만 같아서는 숯불에 조개구이를 조지고 싶지만
여긴 집이기 때문에 찜으로 먹어보자
특히 고랑가리비의 경우 시간이 중요한데
사실상 입 벌리자마자(다 익어도 입 안 벌릴 때 있는데 툭툭 쳐주면 벌림) 꺼내야 함
관자 옆에 힘줄이 하나 있는데 그게 좀 오버쿡되면 엄청나게 질기다
고랑가리비는 2분 정도면 다 쪄지는 듯
칼조개도 그냥 입 벌리면 바로 꺼내면 됨
알이 꽉 찬 고랑가리비
겉에는 익었고 속에 관자가 살짝 덜 익었는데
이 상태가 최고로 맛있다
큰가리비 해만가리비도 좋은데 이거나 좀 양식 많이 했으면
칼조개는 초장 찍어서 먹어봤는데
와 이거 진짜 개맛도리임
맛도 맛인데 식감이 이렇게 안 질기면서도 적당히 쫄깃한 조개는 처음 봄
조개 살 자체의 맛으로는 내가 먹었던 조개 중 거의 원탑급임
내장 세트 한 접시
위랑 간인데 볼락 종류나 그루퍼 농어 같은 육식 어종들 위는 아주 쫄깃해서 맛남
띠볼락은 종 자체가 간이 맛난데 물고기가 커야 아무래도 기름기가 잘 껴서 좋더라
막 엄청 맛있다는 기억이 나는 건 없었음
다시마 육수에 칼조개 나머지 몽땅 투하
칼조개니까 칼국수를 끓여먹을거다
끓으면 다시마 제거하고 조개가 입을 벌리면 조개를 꺼낸다
그 후 야채 넣고 끓이다가 면 넣으면 완성
역시 조개가 맛있으니 기본적으로 육수도 좋다
다만 내 취향에는 육수는 비단조개가 더 맛있었음
근데 살맛은 그냥 칼조개가 원탑이다
칼국수 가득 한 입 하고 큼지막한 칼조개 한 입 하면 극락임
이거 회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다음에 사면 먹어봐야지
초고추장 양념에 싹 비비면 개맛도리 밥반찬이 완성된다
회랑도 은근 잘 어울림
4일차
가장 사이즈가 큰 어종 3종을 제물로 바쳐 궁극의 초밥을 소환해보자
이건 쥐노래미인데 이쪽 면은 상처가 많네
특히 중앙에 저기 피멍이 크게 든 게 보임
그나저나 1kg도 안되는게 저렇게 기름기가 많냐 신기하네
띠볼락은 피칫토에 하루 정도 싸놨었는데
여러 번 얘기했던 거긴 하지만 이렇게 수분만 잘 잡아놓으면 의외로 숙성해도 맛있다
10월부터 그나마 맛이 들거라 예상했지만
지금도 기름이 잘 껴있고 살이 아주 좋다
주문진 기준으로 널널하게 잡아서 4~7월 빼고는 먹어도 될 듯
이것도 항상 나오는 거지만 갈비뼈 끊을 때 가위 쓰면 훨씬 편함
붉쏨
얘는 원래 구이가 될 예정이었지만 난데없이 포가 떠졌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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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는 이미 피칫토로 제거했으니 숙성지에 하루 잘 싸놨던 초밥용 필렛들
쥐노래미가 지느러미 쪽에 피멍이 제법 보임(거의 1/3 가격으로 싸게 산 b급이라 사실 이 정도는 감안해야 함)
필렛 한 가운데에 갈색으로 무언가 있는데 저것도 피멍이겠거니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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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주의) 진짜 개씹징그러움 경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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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오랜만에 등장하는 자연산 생선회의 주적 고래회충...은 아니고 뉴페이스 물개회충 되시겠다
얘는 고래회충이랑 다르게 생선이 살아있을 때부터 살에 박혀있는 아주 씹새끼들임
투명한 고래회충과는 달리 아주 선명한 갈색이고 일반적으로 고래회충보다는 사이즈가 큰데 저건 정말 크고 활력도 좋았다
지금 즉살시킨 뒤에 김치냉장고에서 4일 냉장시킨 쥐노래미에서 저렇게 살아서 움직이는거임
암튼 얘네는 그냥 살에 디폴트로 박혀있는 악질 고래회충인데 종숙주가 고래 대신에 물개 물범 이런 애들이라고 보면 된다
걔네들이 즐겨먹는 어종이 이런 쥐노래미 같은 애들이라 쥐노래미에서 자주 발견됨
근데 보통 그마저도 서해산 쥐노래미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동해에도 물범이 사는지는 저거 덕분에 인터넷 찾아봐서 이번에 처음 알았음ㅋㅋㅋ
참고로 저걸 홀딱 삼켜버리면 고래회충이랑 똑같은 원리로 끔찍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보이면 무조건 제거하도록 하자
고래회충이랑은 달리 적갈색이라 쉽게 눈으로 볼 수 있음
생명 활동을 하니 당연히 주변의 살에도 영향을 주는데 이 부분을 잘못 먹었다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꽤 도려내야 함
암튼 가족이랑 먹는 거라 초밥으로는 사용 불가고 무조건 익혀 먹어야 함
그래서 쥐노래미 대신 붉쏨이 네타로 들어갔다는 그런 사연이었다
붉쏨은 토치질을 좀 해주자
뭔가 껍질이 붉은 애들은 껍질 구우면 맛있을 것 같이 생김ㅋㅋㅋ
띠볼락 초밥
사이즈가 800g대로 좀 작아서 네타 사이즈가 잘 안 나오는데
와 이건 저번에 예측했던거랑 똑같이 4일차가 초밥으로 딱이다
대마왕 지느러미 초밥
사이즈가 작아서 2개 겹쳐서 쥐었음
달달하고 고소하고 풍미는 엄청 진하고
최고임
붉쏨 초밥
얘는 띠볼락보다 더 작아서 네타를 2개씩 포개놓음
와 근데 이거 감칠맛이 미쳤다
식감도 안 무르고 꽤 괜찮은게 숙성해도 맛있네
뽀얀 띠볼락 등살
4일차인지라 우럭 종류 특유의 활어 식감은 없지만 적당히 쫀득한게 아주 맛있음
뱃살
지느러미살 제외하면 중뱃살이 항상 최고로 맛있는 부위라고 생각함
등살보다는 좀 더 탱글한 식감과 기름기가 모두 갖춰진 개사기 부위임
뱃살은 원체 얇고 복막도 두껍진 않아서 그냥 같이 살려서 써는게 낫다
세로로 써니까 맛있네
가장 놀랐던 붉은쏨뱅이 숙성회
그냥 별 맛 없고 무를 줄 알았는데
감칠맛이 진짜 좋고 붉쏨 특유의 그 개운한 맛이 있는데
그 조합이 정말 호감임
동해 붉쏨을 숙성해서 먹는다면 꼭 껍질 토치질 해서 먹어보는걸 추천
저번 산지직송 편에도 나왔던 그 술찜 맞다
저 생선의 정체는 바로 물개회충 나왔던 그 쥐노래미
주변을 다 도려내서 살수율은 떡락했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먹을만하네요
뭐랄까 근데 쥐노래미 살 자체는 익혔을 때 그렇게 특색이 있었다는 기억은 없었음
아가미 뚜껑은 육수도 안 우러날 것 같아서 그냥 떼어버림
이번 띠볼락은 5년 정도 된 것 같음
저번에 까봤을 때 1kg 초~중반까지 크는게 7년이었으니
진짜 드럽게 느리게 크네
그래서 그런건데 얘네들 금지체장이 좀 있었으면 좋겠음
아 그리고 볼락이랑 달리 쏨뱅이는 이렇게 얼굴에 가시가 추가로 더 많다
저거에 손을 다칠 수 있으니 주의
한 번 청주 섞은 물에 데쳐주고 탕을 시원하게 끓여보자
다시마는 사실 미리 냉육수 받아놓은걸 쓰는게 가장 좋다
데코로 쓸 서더리는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살을 발라서 모아뒀음
요즘은 이런 스타일에 꽂혔다
ㄹㅇ 곰탕 스타일로다가 대파 막 썰어넣은거
역시 탕감계의 최강자 라인들이 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기본 이상은 하네
근데 사이즈들이 작아서 깊은 맛은 좀 부족한 느낌
횟감 타이밍을 놓친 볼락과 황점개볼락
그리고 문제의 대구횟대
이젠 얼마나 됐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아홉동가리 가마살
피칫토에 싸서 잘 말렸는데 이건 구워먹어보자
대구횟대는 기름이 적으니 직화로
기름이 적으면 연기가 덜 난다
대구횟대는 손질할 때 뼈를 다 발라놔서
그냥 쥐포처럼 요렇게 가위로 잘라서 먹으면 됨
야매 아카오로시(대충 무에 고춧가루 뿌려서 간 거)랑 같이 먹으면 더 좋다
역시 말린 생선구이라 맛이 없을수가 없음
근데 문제는 황점개볼락이랑 청볼락이 너무 사기라 좀 묻혔음
청볼락은 기름지고 황점개볼락은 농축된 감칠맛이랑 향이 끝내줌
휴가 성수기 직전 동해 놀러가서 주워온 맛도리 세트는 이걸로 전부 마무리
쥐노래미, 칼조개, 청볼락 등 뉴페이스들이 제법 있었는데
활어로 못 먹어본 대구횟대 빼곤 전부 상상 이상으로 아주 맛있었음
특히 띠볼락이 벌써 맛이 들었다는게 신기했고
(동해산) 붉쏨이 숙성회로 생각보다 정말 맛있으니 꼭 먹어보는걸 추천함
왜 동해산을 강조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나옴ㅋㅋㅋ
암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