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접는 아이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찌감치 5년 전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로 개척해놓은 폴더블폰 시장에 애플도 뛰어드는 모양새다. 폴더블 시장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강력한 경쟁자의 참전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와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폴더블 시장에 참여하면서 시장 자체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애플, 플립형 시제품 2개 제작
IT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7일(현지시간) 애플이 조개처럼 열리고 닫히는 ‘클램셸(Clamshell·조개껍데기)’ 모양의 아이폰 시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가로 방향으로 접히는 시제품을 최소 두 개 모델로 제작 중이며, 최근 아시아의 한 제조업체에 부품을 문의했다. 매체는 “만약 폴더블폰이 출시된다면 아이폰 역사상 가장 큰 디자인 변화”라고 전했다.
애플이 개발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고도 보도했다. 현재 아이폰만큼 얇게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디스플레이가 쉽게 부러질 수 있어 어렵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크기도 문제라고 전했다. 아직 배터리를 접는 기술은 없다 보니, 가로로 스마트폰을 접으려면 배터리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과 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출시 시기는 2026년으로 예상된다. 매체는 “2024~2025년 애플의 대량 생산 계획에는 폴더블폰이 포함돼있지 않다”며 “빨라야 2026년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처음 갤럭시 폴드를 시장에 선보였던 2019년으로부터 7년이 지난 시점이다.
화웨이·오포·비보…中 제조사도 추격
현재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8%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2~5위권 중국 제조사들과의 격차는 50%포인트 이상으로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선두주자다. 하지만 전년도 77% 점유율에 비하면 10%포인트 가량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점유율을 늘린 영향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가 68%로 선두를 달리는 와중에 화웨이(14%) 등 중국 업체들이 뒤를 쫓고 있다. 스태티스타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경쟁사의 신작 출시를 반기고 있다.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으로 미미한 가운데 경쟁사가 참여하며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의 시장 참여로 인해 지난해 3분기 중국 전체 폴더블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06% 팽창했다.
지난해 화웨이는 삼성의 ‘갤럭시Z폴드4’보다도 비싼 가격인 300만원대에 폴더블폰 ‘메이트X3’를 공개했고, 비보와 오포도 갤럭시를 따라 폴드와 플립 두 가지 형태로 제품을 출시했다. 구글도 '픽셀 폴드'를 출시해 현재 애플을 제외한 주요 스마트폰 기업들은 모두 폴더블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폴더블폰 '메이트X3'. 유럽 시장 출시가가 2200유로(약 300만원)로, 1799유로(약 250만원)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보다 50만원 가량 더 비싸다. 화웨이
삼성전자 "애플 진입 환영"
애플의 진입은 차원이 다른 시장 확대를 불러올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입한 2026년엔 전세계 폴더블폰 연간 출하량이 786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860만대에서 3년 새 4배 넘게 시장이 팽창한다는 예측이다. 2027년엔 출하량 1억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폴더블폰의 출시는 글로벌 폴더블 시장의 또 다른 급성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아직은 폴더블 시장이 틈새 시장이지만 혁신과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려는 브랜드에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2027년 1억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도 애플의 시장 진입을 반기고 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23 기자회견을 통해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한다면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며 “우리가 연 시장의 가치를 중국에 이어 애플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업체인 애플이 진출하면 향후 삼성 폴더블폰 기술 혁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폴더블폰을 써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