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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덕이든 아니든 어쩌다 한 번쯤은 접해봤을 캐릭터 디지캐럿
대강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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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즈'라는
오타쿠매장 마스코트 캐릭터로 출발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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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이 태생이다 보니
오타쿠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최대한 넣은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덕분에 씹덕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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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에 힘입어 애니화까지 되면서
씹덕들 사이에서 인기가 더욱 선풍적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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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챔프서 새벽에 틀어주던 게 이거였었다
지금은 -틀- 소리 듣는 콘텐츠지만
자타공인 모에 문화의 선구자 격일 정도로
한때 씹덕계를 풍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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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2년에는 신작이 방영되기도 했었다
아무튼 한때 씹덕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것으로
유명한 디지캐럿이지만
이 캐릭터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의외의 역사가 있다
다름 아닌
한때 헬로키티나 도라에몽과 같은
국민 캐릭터를 목표로 삼았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
즉 오타쿠용 캐릭터로 출발한 디지캐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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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짤 속 캐릭터들처럼
넓은 층이 즐기는 캐릭터 상품으로 키운다는
전무후무한 계획을 세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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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파뇨파뇨 디지캐럿이라는 아동용 외전을 내놓아보고
(한국에서는 뽀뽀뽀 코너로 방영)
이후 2003년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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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디지캐럿 제작사)가 디지캐럿의 전개를 확대
-저연령층에게도 소구해 라이센스 수익의 확대를 노린다
-4월부터 방영되는 신작은 초등학생~미취학 아동도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변경해 시청자층의 확대를 노린다
-타카라로부터의 여아 완구 전개와 소녀만화잡지 챠오에서의 만화 연재를 통해 단번에 인지도 확대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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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TV 시리즈 디지캐럿뇨 발표
52화나 되는 장편으로 제작
시간대도 아이들이 많이 보는 일요일 아침 9시 30분으로 편성
방송사도 전국으로 확대
메인 타겟층도 여아층으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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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블레이드등을 만들었던 타카라를 스폰서로 확보해
여아용 완구도 전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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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만화잡지인 챠오(웨딩피치, 햄토리, 미르모 퐁퐁퐁등이 연재된 잡지)에서 만화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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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층을 겨냥한 만화잡지까지 출간
설정도 싹 갈아엎고
작품의 스타일도
대중적인 느낌의 일상개그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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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배경을 아키하바라에서
친숙하고 서민적인 분위기의 상가로 변경
대충 짱구, 도라에몽, 마루코 같은 작품을 의도한 느낌?
거의 사운을 걸었다시피 한 대규모 프로젝트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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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 캐릭터는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퍼질 것이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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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사랑받는 '아키하바라 출신 국민 캐릭터'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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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가 팔리는 사자에상(*일본의 장수 국민애니)'을 목표로 하겠다"
와 같은 야심찬 포부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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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캐럿을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사장의 야망과
'아키하바라발의 국민 캐릭터'로 키우기 위해 힘내겠다는 타카라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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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거쳐
2003년 4월 방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했겠지만 좋지 못했다
애초에 성공했었으면
디지캐럿은 아이들에게 인기 있었던 캐릭터로 뇌리에 남았었을테고
이 글도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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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디지캐럿뇨가 경쟁해야 했던 작품은 무엇인고 하니
50주년 기념으로 리부트되었던 아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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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한 발걸음을 떼려는데
초장부터 이 분야 대부와 경쟁해야 하는
무슨 운명의 장난 같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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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은 첫화부터 11%를 찍을 정도로
호조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안
디지캐럿뇨는 평균 2~3% 정도를 기록한다
차이가 나도 너무나도 났었다..
아동애니 매출의 핵심인 완구도
실적이 별로여서
고작 핸드폰 장난감, 고무단 스테피, 수첩 이 3개를 끝으로 끊겼다
특히 고무단 스테피라는 완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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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이
옛날 여자아이들 놀이인
고무줄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고무줄이 전부였고
그걸 만원 상당의 값에 팔았어서
무슨 생각으로 내놓은건지 모르겠다는 혹평이 넘쳐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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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의 부진으로
브로콜리는 18억엔의 적자에 허덕이다
2003년 8월 완구 스폰서인 타카라에 인수되어 연명하였으며
10월에는 방송국 20국 중 12국에서
조기종영까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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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소녀들을 총집합시켜
프린세스 스쿨이라는 학교에 다니며
훌륭한 공주님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바꿔본다
이전보다도 더욱 여아 취향에 맞는 내용으로 바꿔서
반등과 연장방영을 노렸던 듯 싶다
하지만 방영 말기에 들어오고 나서야 변화가 이루어 졌다는 건
늦어도 너무나도 늦은 때였고
결국 연장방영 없이 그대로 끝난다
그렇게 디지캐럿의 국민 캐릭터화 계획은 실패로 끝.
당초에는 본작을 기점으로 타겟층을 넓혀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었던 듯 하나
흥행 실패로 그런 건 없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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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가 있다면 그래도 일요일 아침에 1년동안 했다는 것이 효과가 크긴 했다는 것
당시 신규팬 유입에 큰 공헌을 했었고
당시의 고전 팬들 사이에서도 어느정도 호불호는 있었지만 좋아해준 팬들 역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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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는 어렸을때 이걸 보고 자랐던 팬들도 최소 20대 중반이다보니 고전 팬들과 사이좋게 -틀-이 되었고
완전한 흑역사 취급까지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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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KBS랑 투니버스에서
은하공주 디지캐럿이라는 제목으로 틀어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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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지코가 한국에 진출했다는 제작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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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에서 디지캐럿으로 한국 애니 행사에 참여도 하고,
다양한 상품도 출시하고
원작자가 축전을 보내주는 등
브로콜리에서도 어느정도 기대를 걸었었던 듯 한데
한국에서의 흥행은 더 처참해서
26화로 조기종영되었었다
원인은 투니버스같은 애니채널의 전성기인 그때에
굳이 지상파에 방영했다는 점
시간대도 금요일 오후 4시로
아이들이 보기 힘든 시간대였었던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