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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딱 한번 발사되고 끝난 기체답게, 부란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희귀하다.
더군다나 그 기체를 만든 나라가 붕괴되었다면 더더욱 정보가 없을 수밖에 없겠지.
그래서 오늘은 지난번 못한 설명을 마저 끝내고 부란의 최후에 대해서나 알아보도록 하자.
부란은 크게 승무원실/화물실/엔진실로 구성되어있다.
승무원실은 2층 구조로 되어있으며, 하부 갑판은 창고와 화장실, 침실 등의 생활/저장구역으로, 상부 갑판은 조종석과 컴퓨터 시스템 등의 조종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
조종석의 모습.
테스트 기간동안 소련 당국은 사령관과 조종사 2명만을 태웠지만, 이론상 부란은 최대 10명의 승무원을 태울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일반적으로 7일, 자원을 가득 채웠을 경우 최대 1달동안 궤도에 머무를 수 있었다.
화물실은 길이 15.5m, 너비 6m, 높이 5.5m였으며 4개의 주요 패널로 이루어져 있었다.
1988년 11월 15일 최초 발사이자 마지막 발사 때 "모듈 37KB N37070" 를 실고 간 것이 유명하다.
이 모듈이 어떤 용도였는지는 불분명한데, 부란의 비행 데이터 수집을 위한 밀폐 모듈이자 유사시 승무원들이 대피할 수 있는 테스트 모듈이었다고 하며, 동시에 수많은 테스트용 테스트 모듈이 양산되어 총 6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소련 붕괴로 부란 프로젝트가 강제 중단되면서 이 모듈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부란의 주? 엔진은 2개의 궤도 기동 엔진으로 90kN 추력으로 362초간 가동될 수 있었으며, 엔진 옆구리에 붙어있는자세 제어엔진 38개는 4 kN의 추력으로 275 ~ 295초간 가동될 수 있었다.
우주선 치고는 너무나도 낮은 추력이긴 하지만, 부란이 궤도로 날아가기 위해 중(重) 로켓, 에네르기아의 보조를 받기 때문에 이정도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계속 하지만 부란은 딱 한척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계적 특성연구, 비행특성, 우주항해와 전기전자적 테스트, 내열 성능실험 등을 위해 다양한 부란 실험기들이 양산되었기 때문이었다.
크게 비행가능한 부란들과 우주항해가 가능한 부란들로 나뉘며, 이번 글에서는 각각의 부란들의 특징과, 이들의 현재 상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 건조중인 부란들
1. OK - GLI
아날로그 셔틀이라고도 불리는 OK - GLI는 부란의 비행특성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실험기로, 그 특성상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기 위해 4개의 제트엔진을 단 것이 특징이다. 물론, 최종형 부란과 거의 동일한 유체역학 및 무게중심을 가진 모델이었으며 비상탈출시트, 네비게이션 시스템, 가속 및 온도 시스템 등의 최종형 부란이 가져야할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갖춘 기체였다.
당연하지만 "자기 혼자 날아다닐 수 있는 로켓" 이라는 아이디어 덕분에 당대 유럽에서 엄청 핫한 우주선이었으며, 소련 붕괴 후에도 이 기체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소련 붕괴 후의 혼란기에 돈독 오른 구소련인들은 재빨리 "부란우주공사"를 만들고 1999년 아날로그 셔틀을 9년간 임대한다는 비공식 계약을 맺고 부란을 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보내 배에 실고 스웨덴 예테보리로 수출해버리고 만다.
스웨덴에 도착한 부란은 시드니 박람회에 등장하기 위해 다시 시드니로 향했지만, 그와중에 부란우주공사가 파산하면서 당시 준비중이던 아시아 순회공연 또한 취소되어버리고 만다.
이로 인해 전시회 주최국들과 실질적 보유국들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으며, 수많은 나라들의 분쟁이 발생하며 전시는 무기한 연기, 마침내 취소되었고, 2004년 독일의 슈파이너 기술 박물관이 구매하며 적법한 소유자가 되었으나...전시회 관련한 법적 분쟁 발생으로 당시 부란을 하역중이던 바레인에서 부란을 억류, 부란을 전시하려던 국가들이 셔틀을 사려고 하는 혼파망 속에서 2007년 독일로 들어오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우리의 부란은 독일에서 전시되며 잘살고 있답니다. 끝.
만약 부란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https://speyer.technik-museum.de/de/spaceshuttle-buran?pk_campaign=buran&pk_source=slash
여길 방문해 보시오.
2. OK-TVA
방열 테스트를 위해 1만개에 달하는 석영 타일을 부착한 OK-TVA는 -150도에서 1500도까지 극심한 온도변화 상황에서 기체의 안정성 및 기계적 신뢰성 검사를 위해 제작되었다. 또, 재돌입시의 극심한 소음이 우주선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166dB의 소음을 낼 수 있는 16개의 초대형 스피커로 50~2,000Hz의 주파수로 음파공격을 실시한다거나, 벤치에 넣어서 문자 그대로 우주선을 으깨본다거나 하는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1997년 부란은 모스크바의 Gorky 공원으로 이전되어 영화를 상영하는 일종의 놀이공원으로 개조되었고, 관광객이 너무 저조하자 2014년 전러시아 박람회장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3. OK-M
온도 및 유체역학적 테스트, 그리고 에네르기아 로켓과의 통합시험을 위해 제작되었다.
통합시험을 위해 에네르기아가 있는 바이코누르까지 옮겨야 했는데 도저히 육로로는 옮길수가 없어서, M-4 미야시셰프 장거리 전략 폭격기를 개조한 VM-T를 만들어야했다는 비화가 있다. 참고로 VM-T는 두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바이코누르 박물관에 전시되었다고 한다. 인근 학교 애들이 그렇게 좋아한다고.
4. OK-MT
밀폐, 추진 시스템, 유지관리 및 비행 매뉴얼 개발용 등 다양한 시험을 위해 개발된 기체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부란으로 더 알려져 있는 기체이기도 하다. 왜냐고?
그 유명한 MZK에 보존되어있는 단 두대의 부란이니까.
앞의 대가리 없는게 MT, 뒤에 있는게 1.02.
참고로 여기서 에네르기아도 발굴되었다고 한다.
5. OK-TVI
온도 및 압력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진 테스트 모듈이라고 하며 현재는 모스크바에 있다고 한다.
6. OK-KS
우주선 컴퓨터 시스템 및 전자/통신 시험용 부란으로, 역시 모스크바에 있다고 한다.
7. OK-1.01
각종 부란들 중에서 유일하게 우주 비행을 한 기체였다. 이놈의 원래 이름은 바이칼로, 우주여행을 떠나기 직전 이름이 부란으로 개조된 전적이 있다. 즉, 오늘날 우리가 부란으로 불리는 이 기체의 이름이 부란으로 정해지게 된 원흉인 셈.
우주여행을 한 유일한 부란답게 파리에서도 전시회를 여는 등 잘가났지만, 소련 붕괴 후 부란 프로그램이 폐기되며 이글루에서 영원한 잠에 빠져들고 만다.
안타깝게도 2002년 5월 유지보수를 하려고 7명의 노동자들이 접근하다가 노후화된 격납고가 붕괴되는 사고를 겪었는데, 이때 파괴되어버리고 만다.
8. OK-1.02
우주비행이 가능한 부란 2번째. 1988년 건조 시작. 1993년 부란 프로젝트 폐기로 공정률 95~97% 상태에서 기체 포기. 역시 OK-MT와 함께 MZK에 보존중.
특징으로는, 1.01이 실험용 무인기였는데 반해 1.02는 본격적인 우주탐사를 위한 유인 승무원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 1993년 미르에 도킹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나, 그 비행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았음.
9. OK-2.01
"차세대" 부란으로 1세대 1.01과 1.02의 각종 문제점을 수정 및 개선시킨 모델로, 30~50% 완공된 상태에서 모스크바 근처에서 스크랩.
그러나 완전히 스크랩된것도 아닌 상태에서 모스크바 인근의 투시노 구소련 공군 비행장 (요즘은 축구장이 건설된) 어딘가에 버려져있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국제 항공우주 에어쇼 (MAKS 2011)에 전시하겠답시고 복?원 시켰다고 한다.
10. OK-2.02
공정률 10~20%, 즉 대가리만 만들어진 모델. 투시노 공항에 역시 버려져있다고 한다.
특이점으로는 관광객들이 외부 타일을 긴빠이 쳐서 인터넷 경매로 팔아먹었다고 한다.
11. OK-2.03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제작되던 마지막 기체이자, 오늘날 그 위치나 사용된 부품 모두 어디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