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전선 이탈한 군인'과 다름없다 생각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보고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 현장을 떠나는 행위를 비롯해 사실상 파업을 조장하는 주동자 등에 대해서는 적극 수사하고 이후 사법처리 과정에서도 봐주기 없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고강도 법집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수십 년간 반복돼온 것처럼 이번에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무릎을 꿇는다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어떤 개혁도 앞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한의 규모'라고 이미 못 박은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2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초기에 엄정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범부처 대응을 본격화한다. 먼저 이날 오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린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관계 장관 회의는 수시로 열릴 것이며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조치가 빠르게 협의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와 행안부, 검찰과 경찰이 회의를 주도하되 필요에 따라 관계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의료 공백을 막는 일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사태의 장기화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지거나 개원의 등 다른 직역으로 업무 이탈이 확산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정부의 행정명령을 거부한 의사들을 상대로 행정처분은 물론 사법 절차에도 신속하게 돌입한다. 보건복지부는 일찌감치 이달 6일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의료법 제59조(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에 근거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내렸다. 윤희근 경찰청장 또한 검찰과 협력해 주동자 등을 구속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징역형 구형과 의사 먼허 취소 등도 적극 검토한다. 의료법 제59조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죄질이 나쁜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재판 결과 등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 처분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법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가장 강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500명 증원 수준으로 타협해 합의할 것' 등과 같은 유언비어도 나돌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단호하다. 전날 윤 대통령은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은 '끝까지 설득하되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기조에 따른 조치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군인이 전선을 떠난 수준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군인이 불만 있다고 총 버리고 이탈해버리면 국가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는 군인이나 의사나 똑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