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그나저나 어제 밤에는 궁상맞게 맥주 마시면서 질질 짰다
연속으로 병신같은 판단을 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그런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는 안도감,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타지에 있는 외지인'이 된 쓸쓸함... 같은 것들이 몰려왔었나 봄
누가 보면 여행 5일차가 아니라 50일차인 줄 알겠다 븅신
아무튼 어제도 했던 다짐이지만 오늘부터는 내 한계를 넘어서 달리지 않을 생각이다
종주이기 이전에 여행이니까 여행객답게 볼 거 보고, 즐길 거 즐기면서 가 보려고
그래서 구마모토역에서 쿠마몬 코인지갑도 사고, 쿠마몬 사진도 찍고 아무튼 여행객다운 무언갈 좀 해 봤음
???
길 찾기를 보행자로 찾으면 이런 길로 안내해 주고는 한다
그래서 차도로 찾았더니 이젠 이런 곳으로 안내함;
왼쪽으로 가면 국도, 오른쪽으로 가면 고속도로인데 까딱 고속도로 들어가서 경찰과 대면할 뻔 했다
아무튼 어찌저찌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지나...
오늘의 숙소에 도착했다
많이 어두워서 늦은 시간 같겠지만 6시도 안 된 시점이라 더 달릴 수야 있었겠지만, 어제의 다짐을 잊지 않고 그냥 얌전히 숙소에 들어갔음
오늘 묵을 다노우라 미치노에키에는 휴게실은 있는데 난방이 나오지 않아서 에어매트랑 침낭이 등판한 모습이다
와이파이 접속해서 영상 백업 좀 하고, 유튜브 좀 보다가 잠들었음
좀 대충 쓴 것 같지만 글 쓰는 게 귀찮아진 게 아니라 진짜 이게 오늘 있었던 일의 전부임...
일본 편의점 음식이 맛있다, 맛있다 참 유명하긴 한데...
사실 난 흠 그정둔가? 한국도 이 정도는 하지 않나 싶었거든?
근데 먹어보면 볼수록 슴슴하게 느껴지는 종류의 다양함과 맛의 풍부함이 있긴 있더라
특히 편의점 빵류가 참 맛있더라고
근데 삼김이랑 햄부기는 우리나라 편의점이 더 나은 것 같음ㅇㅇ
왼쪽으로 가면 산길, 오른쪽으로 가면 해안길인데 구글은 산을 타는 왼쪽 길을 알려줬다
산타기 시러잉~
아무튼 오른쪽 길도 스트라바 히트맵에 잡히는 거 보면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인 것 같길래 스트라바를 믿고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 봤다
그 결과는...?
얼마 전에 길을 깔았는지 달리기도 너무 좋았음
구글 넌 나가있어
가는 길에 지도에 신사가 뜨길래 여긴가? 하고 세전(5엔)도 했는데
더 가니까 진짜 신사가 나오더라
아까 건 뭐지? 멀티인가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우미노우라 마을의 촌장같은 할머니가 고생한다며 180엔을 쥐어주셨다
오다가 고양이들 엄청 많은 캠핑장도 봄
아직 잘 시간도 아니긴 했지만 잘 시간이었어도 여기서 자지는 않았을 것 같음
고양이 그거 귀엽긴 해도 내 침낭이나 텐트 스크래처로 써서 찢어지면 그대로 귀국하고 종주 끝나는 거임;
길 옆에 귤? 오렌지? 아무튼 시트러스 계열 과일들이 온실도 아닌데 열려 있는 거 보임?
남쪽으로 내려올 수록 지금이 1월이 맞나 싶은 이런 광경들이 보인다
이런 말도 안되는 날씨에 헥헥대면서 끌바를 하고 있었더니 아주머니 두 명이 집에서 내려오면서 물을 주고 가셨다
참 고맙네 이런 것들이
그래도 이렇게 풍경이 보일 정도로 올라오고 나면 곧 내리막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 이후로 거의 내리막과 평지만 달려서,
미나마타 병으로 잘 알려진 미나마타 시에 도착했음
여긴 폐수 불법방류가 일어났던 그 곳 바로 근처에 있는 에코파크임
역사관, 환경보호관 등 볼 것들이 좀 있었는데 보지는 못 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드디어 구마모토현을 벗어나 큐슈의 최남단 현, 가고시마 현에 도착했다
이즈미 시에는 별 볼 일이 없어서 편의점만 들렸어
오늘 잘 아쿠네 시의 중심역, 아쿠네 역이다
외관이 너무 예뻐서 홀린 듯 들어갔는데, 내장은 더 이쁘더라고
전체적으로 목조 느낌 나게 꾸며져 있고 안 쪽에는 감성있는 가게들도 많이 들어와 있었는데, 사진 찍는 걸 깜빡해서 구글에서 퍼온 사진인 게 너무 아쉬움...
뭐 무슨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간에 가고시마현 여행 오게 되면 아쿠네 역은 한 번 쯤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아쿠네역 하나 때문에 오는 건 좀 그렇고...)
이걸로 이번 에피소드도 끝이다
외국 나와서 와 외국이다~와 신기하다~ 하는 것도 첫 2~3일이나 그렇지 이 쯤 되니까 다 똑같아 보인다
똑같은 산길, 똑같은 해안길, 똑같은 깡촌... 맨날 반복되니까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 아닌 이상 글 쓰기도 어렵고, 나부터가 권태감이 살짝 드는 거 있지?
그래서 앞으로는 날을 많이 압축해서, 보여줄 게 있는 날에만 글을 쓸지도 모르겠음
로부이들도 기상, 아침, 업힐 힘들어잉~ 고양이 귀엽다, 다운힐 기분 좋아~, 취침 <- 이딴 글을 30편 씩 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럼 다음에 뭔가 쓸 거리가 모이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