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카 클래스(그리고 GTP 클래스)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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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하이퍼카 클래스와 GTP 클래스.
하이퍼카 클래스와 GTP 클래스는 각각 WEC와 IMSA의 최고급 프로토타입 클래스이다. 이들은 레이스에서 단순히 클래스 우승이 아닌 종합 우승을 노리고 싸우는 클래스이며 우승자들은 역사에 오래오래 남게되는 큰 혜택을 가지게 된다. 종합 순위가 1위가 아니지만 각 클래스에서 1위라면 인정되는 클래스 우승보다도 종합 순위 1위가 많이 인정받는 이유는 아마 멀티-클래스 시리즈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하이퍼카 클래스와 GTP 클래스에 출전이 가능한 레이스카들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하나는 르망 하이퍼카(LMH), 나머지 하나는 르망 데이토나 h(LMDh). 2024시즌 기준으로 하이퍼카 클래스에는 두 규격의 차량들이 참가하고 있지만, IMSA GTP 클래스에서는 LMDh 규격 차량만 나오고 있어 그렇지 않다. 하지만 2025년부턴 두 시리즈의 탑클래스에 출전을 선언한 애스턴 마틴이 발키리 AMR Pro를 LMH 규격에 의거해 차량을 개수하여 나오므로 GTP 클래스의 단일 규격 참가는 올해까지가 될 것이다.
흔히 하이퍼카=LMH, GTP=LMDh라고 언급하거나 그렇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게 이해하는게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하이퍼카, GTP 클래스 모두 LMH와 LMDh가 한 클래스 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허용했으므로 아주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애스턴 마틴에 대해 잠깐 상술했다시피, GTP 클래스에 LMH가 현재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LMH가 GTP 클래스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하이퍼카와 GTP는 단순히 시리즈별 클래스의 이름이며, LMH와 LMDh는 해당 클래스에 출전이 가능한 방식의 이름이다. LMH와 LMDh는 규정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모두 하나의 클래스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WEC 하이퍼카 클래스에 출전하는 BMW M 하이브리드 V8(LMDh)
IMSA GTP 클래스에 출전하는 BMW M 하이브리드 V8(LMDh)
하이퍼카와 GTP 클래스에 모두 출전하는 BMW M 하이브리드 V8의 사진이다. 대표적으로 WEC 하이퍼카 클래스와 IMSA GTP 클래스에 출전 중 차량이기에 예시로 가져왔다. 둘의 외관에서 보이는 큰 차이점에는 붙이는 참가 번호, 붙는 로고 차이가 있겠으며, 일부는 리어 파트에서 살짝 다른 에어로 디자인이 보이기도 한다. 차량 연료 공급은 WEC 하이퍼카 클래스의 경우 토탈이, IMSA GTP 클래스는 VP 레이싱 퓨얼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하이퍼카에 참가하는 LMH 혹은 LMDh가 IMSA GTP 클래스에 그냥 그대로 참가할 수는 없고 GTP 클래스에 맞게 승인된 버전에 맞추어서 다시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이퍼카와 GTP, 그리고 LMH와 LMDh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했다면 이제 다음은 LMH와 LMDh가 어떤 규격의 차량들인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하이퍼카와 GTP가 무엇이고, LMH와 LMDh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장. LMH (르망 하이퍼카)와 LMDh (르망 데이토나 h)
르망 하이퍼카(Le Mans Hypercar, LMH)는 WEC를 운영하는 주체인 ACO가 2019년 6월에 발표한 LMP1 규격을 대체하는 새로운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규격이다. 2021시즌 WEC 하이퍼카 클래스 런칭과 동시에 도입되었으며, 이 규격의 목표는 비용이 너무 늘어나버린 LMP1보다 프로그램 운영 비용을 70% 가까이 크게 낮추고, 제조사들의 디자인도 레이스카에 크게 반영하게 함으로서 로드카 마케팅과의 연계성을 높여 제조사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로드카와 접점을 더 내준다는 점에서 LMDh와 달리 LMH에서는 LMP와 비슷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뿐만 아니라 양산차량을 기반으로 두는 하이퍼카 레이스카도 허용해주고 있다. 양산차량을 기반으로 레이스카를 개발하여 승인을 받으려면 프로토타입보다 더 복잡하게 양산버전 차량을 20대 이상 생산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래 애스턴 마틴 발키리는 하이퍼카 규격으로 나가려했지만 무산되었고, 이후 프로토타입 규격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전환했다. 그에 따라 양산 버전을 기반으로 LMH를 제작하겠다는 제조사는 현재까지도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LMH의 가장 큰 장점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할지부터 도입하지 않을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클 것이고, 두 번째는 차량의 설계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7단 기어박스, 하이브리드 시스템, 섀시 등등)에 제조사가 차량 개발에 필요한 파트너를 직접 선정하거나 직접 개발하여 출전함으로서 자신들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이용한다는 것에 있다. 토요타와 페라리, 푸조는 자사의 하이브리드 기술 홍보를 두고 LMH를 선택했고, 글리켄하우스와 반월은 프로그램 비용 절감을 목표로 논하이브리드(Non-Hybrid, 하이브리드가 탑재되지 않음)을 선택하였다.
한편, 르망 데이토나 h(Le Mans Daytona h, LMDh)는 2020년 1월에 ACO와 IMSA가 함께 발표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규격이다. 이들은 계로 따진다면 IMSA의 DPi 규격을 대체하는 규격이지만 발표당시부터 IMSA뿐만 아니라 WEC에서 LMH와 함께 클래스 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위의 LMH와는 달리 LMDh는 ACO와 IMSA, 이 두 시리즈의 주체가 함께 협의하고 발표한 규격이었기에 당연한 처사였다. LMDh의 h가 무엇을 뜻하는 약자인지는 현재까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제조사들은 이 h를 하이브리드로 표현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LMDh는 기본적으로 섀시 파트너로는 달라라, 오레카, 멀티매틱, 리지에 넷 중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한정되어 있고, MGU 공급자로 보쉬, 배터리 공급에는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 7단 기어박스 공급에 XTRAC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 기본 토대에 제조사가 차량의 나머지 부분을 알아서 설계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이다. 하지만 엔진과 보쉬 MGU의 출력을 하술하듯이 최대 출력에 맞게 조화하는데 있어서는 제조사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기에 아주 완전히 스펙 하이브리드는 아니다.
섀시는 모두 차세대 LMP2 규격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제조사는 섀시 부분을 제외하면 외관이나 에어로 장치 디자인에 있어서는 제조사의 디자인 큐를 상당 부분 반영할 수 있다. 물론 리어윙과 샤크핀(엔진 커버 위로 돋아난 지느러미)은 디자인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더라도 규정에 따라 필수로 부착되어야 한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바디워크에서 제조사가 건들 수 있는 부분이 초록색 박스로 표시되어 있고 그것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MH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디자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LMDh도 비용을 줄이면서도 제조사의 로드카 마케팅과의 접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하이브리드(LMDh 포함)와 논하이브리드간의 격차는 이전 LMP1만큼 상당히 큰 편은 아니다. 그 요인들로 첫 번째, 각 차량들의 최대 출력은 모두 480~520 kW 사이를 맞출 수 있도록 조정되어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들의 경우 MGU의 최대 출력이 200 kW(LMDh의 경우 50 kW)로 맞추어져 있지만 전개시에는 엔진의 출력이 그만큼 낮아져야한다는 점에서 과거 LMP1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연비에서 큰 차이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이는 엔진과 모터가 "피트에서 나온 시점부터 피트로 들어가는 시점까지" 낸 총 에너지량을 통해 각 차량들의 핏스탑 주기의 격차를 좁히게 만들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바로 에너지 스틴트라고 칭해지며, 이 에너지량을 재충전 하는 방법은 재급유로 가능하고 이전 스틴트에서 사용한 에너지만큼 재급유 시간이 정해진다.
더군다나 하이브리드 LMH는 MGU가 전륜과 후륜 둘 중 한 곳에만 배치가 가능하며, 특히 전륜의 경우에는 하이브리드 전개가 필수적으로 일정 속도 이상에서 가능하도록 맞추기 때문이다. 현재 전륜에 MGU를 장착한 LMH 차량들은 190 km/h부터 MGU를 앞으로 작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전륜에 MGU가 배치된 LMH 차량들의 트랙션에서의 이점을 줄이고, 논하이브리드 차량들이 이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만든다. LMDh는 상술했듯이, 후륜 하이브리드가 강제되어 전개 제한이 없다. 다행히 피트레인에서는 전륜 하이브리드 LMH도 20 kW정도의 출력으로 구동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LMH에서 전륜이 성능 측면에서 이득을 보는 부분은 타이어 마모도 관리에 있어 비교적 유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부각되는 것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량의 중량도 LMH, LMDh 모두 1030~1100 kg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차량을 설계하고, 무엇보다 에어로에서도 다운포스와 드래그의 비율이 4:1을 유지하면서 다운포스의 최소 한도와 최대 한도를 (그 사이가) 좁은 편이지만 정해두었기에 차량들의 최고속도나 다운포스 생성량도 이론상 아주 큰 차이는 없다.
그리고 LMH와 LMDh는 모두 미쉐린이 공급하는 전륜 너비 29 cm, 후륜 너비 31 cm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중이다. 전륜 31 cm, 후륜 31 cm 타입도 있으나 현재는 푸조 9X8(2024시즌 1라운드 카타르 1812 km까지만)을 제외하고 쓰이지 않는다. 타이어의 종류에도 F1과 같이 하드, 미디움, 소프트 타입이 존재하며 각각 타입의 색은 빨강, 노랑, 하양으로 대표된다. 어찌되었든 타이어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으니 비용을 줄이는데 한 몫하기도 했다.
LMH와 LMDh 모두 각 차량은 한 번 승인되면 2027시즌까지 하이퍼카 클래스 or GTP 클래스로 출전할 수 있고, 차량의 대부분 사항이 그때까지 고정되기 때문에 ACO와 IMSA는 LMH와 LMDh를 개발할 수 있는 evo 조커를 각 제조사 별로 5번을 주고 있다. 다행히 신뢰성이나 안정성 개선과 같은 차량 업데이트의 경우에는 횟수 제한은 없다.
이렇게 설계된 하이브리드 LMH와 논하이브리드 LMH, LMDh 모두 최대 출력, 최소 무게, 최대 에너지 스틴트를 공통적으로 레이스 별로 BoP(Balance of Performance)로 관리하여 이들간의 균형을 조정한다. 이 BoP는 풍동과 시뮬레이터를 통해 나온 값을 기준으로 부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 BoP는 흔히 생각되는 빠르면 벌을 받는다는 개념이 적용되는게 아니라 BoP는 개발 비용을 오히려 억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참고로 같은 차량이라도 BoP는 IMSA GTP 클래스와 WEC 하이퍼카 클래스에 따라 다른 값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규정적인 억제들을 통해서 LMH와 LMDh의 프로그램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었고 제조사들이 다양해질 수 있었다. F1에서처럼 차량 업데이트라는 것이 이전 LMP1에서도 못해도 1년마다 차량을 업데이트해오면서 프로그램의 비용이 증가하여 결국 제조사들의 이탈을 불러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여기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LMH와 LMDh는 그런 부분을 크게 축소시키면서 비용 폭증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LMP1 시절의 기술 전쟁을 보고 싶던 이들에게는 참 아쉬운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지만, 다시 제조사들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 부정할 수 없다.
아무튼, LMH와 LMDh 모두 에어로는 코너보다는 직선에서의 속도, 드래그를 줄이는데 초점을 두었는데, LMP2보다 무거운 중량(950 kg)보다 더 무거운 중량(1030 kg)으로 인하여 드라이버들은 다들 한 입으로 LMP1과 같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차량보다는 아닌 프로토타입과 GT가 섞인 둔한 느낌에 가깝다고 LMH와 LMDh를 평하고 있다.
3. 그래서 LMH와 LMDh는 대충 어떤 느낌??
대표적으로 현재 WEC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토요타 가주 레이싱 드라이버로 출전중인 드라이버이자 슈퍼 GT의 GT500 클래스에서 챔피언을 했던 히라카와 료는 "(하이브리드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차가 실제로 다운포스와 무게 측면에서 나의 슈퍼 GT(GT500차량)와 유사하게 느껴졌다." 라고 증언했던 바 있다. (스포츠카365 인터뷰)
마찬가지로 WEC의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BMW M WRT 팀에서 BMW LMDh를 몰게 된 셸든 반더린데도 슈퍼 GT의 GT500 클래스와 유사한 규격을 지녔던 2019-2020 DTM에 출전했던 바 있었다. 히라카와처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인지, "이 차(BMW M 하이브리드 V8)는 내게 DTM(BMW M4 DTM)를 많이 생각나게 한다. 드라이빙 스타일이나, 속도를 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과거의) DTM과 정말 유사하다."라고 언급하면서도 파워가 LMDh쪽이 더 높으면서, 다운포스 레벨이 적다는 점에선 큰 차이점이 있음을 밝혔다. (모터스포츠닷컴 인터뷰)
LMH, LMDh는 슈퍼 GT의 GT500 클래스나 과거의 DTM과 차량 특성에서는 유사성이 어느정도 공유되는 듯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복합적인 시스템이 차량에 탑재되어 있고, 라 사르트 서킷(르망 24시가 개최되는 서킷)과 같은 직선 주로에 적합한 에어로 구성으로 고정된 것을 제외하면 분명히 비슷하다고 느꼈을 법할 것이다.
4. 개요를 마치며
이렇게나 큰 차이가 나는 규격끼리 하나의 클래스 내에서 경쟁을 하도록 하고, 하이브리드 LMH 입장에서는 손해만 보는 것인데 왜 해야되는 것인지 싶겠지만, 토요타나 페라리, 푸조는 제조사들을 불러 모을 수 있으면서, 본인들이 차량을 자유롭게 설계하는 규격(LMH)이 유효하다면 LMDh와의 클래스 통합은 괜찮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그 통합에도 수많은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원래는 LMH와 LMDh의 통합 역사와 같은 많은 내용들을 포함시키고 싶었지만 분량 문제와 이 글이 어디까지나 개요를 설명하는 것인 만큼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이미 방대한 내용에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