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니 작품들을 보면 영화의 중심이든
주변이든 항상 성 노동자 여성들의 모습이 나와
매춘부 스트리퍼 등등 많은 종류의 성 산업 여자들이
등장 하는데 어떻게 이쪽 계통에
관심 가지게 된거임?
션 베이커:
본격적으로 창녀 시장에 뛰어들어서
그 여자들의 삶을 실제로 보고 느끼고 소통 하면서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마음 먹었던건 '스타렛' 부터 였어

'Four Letter Words'로 첫 장편 영화를 찍었을때만 해도
난 인생에 그렇게 굴곡도 없었고 별로 세상을
다채롭게 바라볼 생각도 없었던 교외 뜨내기 였지

다이 하드 같은 그런 영화 만드는게 꿈이였음
그러다가 마약을 접하게 됐고 이게 내 인생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까지 완전히 바꿔 놨어
약쟁이로 살게 되니까 친구들도 다 떠나고
인맥도 다 사라지고 사회적으로 손절 당해서
같이 뉴욕대 영화 학교 다녔던 친구들이
예 들어 토트 필립스 이런 애들은
저만치 앞장 서서 벌써 그것도 그 할리우드에서
첫번째 영화 만들고 이러는 동안
난 약에 쩔어서 길바닥에서 살거나 인생의 낙도
목적도 없이 닥치는대로 살았던 시기가 있었어
이때 소위 사회의 밑바닥 (bottom line) 이라고 분류 되는
군상들과 많이 어울리게 됐었지
불체자 창녀 외노자 약쟁이 등등
그떄의 경험으로 냈던게 초기 2작품임


그러다가 스타렛 부터 이제 창녀들을 소재로
찍기 시작 했는데
사실 그 '밑바닥' 이라는 양반들 중에서도
성 노동자 외에 다른 카테고리들은
주류 문화계에서 엄청나게 많이 다루잖아?
불체자 약쟁이 외노자 들에 대한 슬프고 아름답고
멋지고 훌륭한 작품들은 많지만
그 카테고리들을 다 합친거 보다 숫자가 많고
당장 지금 길에 나가도 우루루 서 있는
창녀들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잘 없거든
우리 생활에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
현실에 발 붙이고 사는 규모가 이렇게 큰 집단의
존재를 모두가 다 아는데도
철저히 그들이 존재 하지 앟는 양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 꽤나 흥미롭게 느껴졌어
게다가 이쪽 산업에 종사 하는 사람들과 실제로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정말 흥미롭고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음
그야말로 현실 속 영화 같은 인생들 천지지
작품 만드는데 이보다 더 다양한 소재가
가득한 보물 같은 곳이 어딨어?
그 생각에서 시작 된거 같아
솔직히 말해서
난 매춘은 불법으로 규정 하면 안 된다고 봐
개개인이 스스로의 몸을 어떻게 하느냐는
순전히 개인의 권리고 자유야
물론 그렇다고 이걸 거창하게 주장 하면서
전면에 나서서 운동 할 생각 같은건 없고
내 영화들을 통해서 그런 시선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여김
그러면서도 마치 설교 하는 듯한 내용은 아니여야 하지
시대가 이렇게나 바뀌었는데도 우리가 여전히
창녀들을 부정적으로 보는건 이 사회가 너무나 오랫동안
그런 편견을 가지게 만들어왔고
거기에 맞춰서 우리가 커왔기 때문임
오히려 나라 자체가 점점 더 청교도적 분위기로 가면서
그게 더 심해지는거 같아
난 이런 잘못된 꺼풀들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천천히
영화 1편 한편에 걸쳐서 하나씩 더 더 벗겨 내고 싶어
관객들에게 이 성 노동자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 이라는걸 되새기게 하고
더 나아가서 그들에게 공감 동감 연민도 느낄 수 있게 말임
그렇기 떄문에 난 작품 마다 내 영화가
일종의 회색 지대로 보이도록 노력해
보편적인 흑과백의 시선으로 찍자면야
나도 눈 감고도 영화 뽑을 수 있어
근데 그딴건 의미도 없고 관심도 없어
인생이 으레 다 그렇듯이
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것에는
별의별 이유가 다 있고 어떤 상황이 생기게 되는데에도
오만가지 사정이 다 있는거야
그걸 흑색 백색 단순 논리로만 판단 할 수 있을까?
삶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시선도 복잡하고 다양해야해
순수한 영웅 같은 인물만 보여주는 작품에게서는
이제 더이상 배울게 없어진 시대임
현실을 다루지 않는게 난 정직하지 않다고 느껴져
기:
올해의 영화로 가장 기대 받고 있는
아노라 이 작품이 칸에서 상을 받았어
황금 종려상 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으면서
했던 수상 소감이
"이 영광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성 노동자들에게 바칩니다!" 였지
그리고 이 아노라는 지난 경력 내내
철저하게 비주류 인디 영화계에서 활동 하면서
주류와 거리를 두던 언더그라운드의 니를
메인스트림으로 아주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끌어올렸음
할리우드와 극단적인 대척점에 있던 니를 말이야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가난과 그늘은 디즈니 월드의 밑 이였고
이번 아노라도 마이키 매디슨의
매춘 행위만이 영화 내에서 일어나는 비극인게 아니야
러시아 독재자 (올리가르히)에 의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부하들의
거래 행위도 마찬가지로 비극으로 다뤄지고 있어

베:
이걸 뭐 굳이
"이게 나의 현대 후기 자본주의 (Late stage Capitalism)
현실에 관한 웅대하고 장엄한 성명서다!"
이러면 나도 너무 인위적으로 느껴지고 오글거리긴 한데
난 늘상 분명히 존재 하지만 사람들이 이 악물고
어떻게든 보지 않으려는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임 물론 그렇다고 내가 무슨
그들의 고통과 인생사 하나하나를 다 이해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아니야 그런 삶을 살지 않고서야
그건 온전히 알 수 있는게 아니지
다만 지난 30여년간 인디 영화 제작자로 살면서
아까 말했듯 나름 밑바닥도 쳐 본 사람 이고
집세도 못 낼 만큼 위태롭게 지내 보기도 했어
기:
이 아노라는 어떻게 구상 한거야?
베:
예전부터 브라이튼 해변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찍을려고 준비 중 이였는데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음
내 영화에 항상 나오는 배우 카라글리안 이랑

러시아 조폭들간의 브로맨스를 다룬 영화를 찍어보자는
대화도 했었는데 이건 안 하길 잘했제 ㅋㅋㅋㅋㅋ
아무튼 어느날
연인 에게 버림 받고 인질 까지 잡혀 버렸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여기서 뙇 삘이 오길래 구체적으로 작업 시작 한거임
난 보통 각본 완성 되기 전에 일단
배우 부터 뽑는 편인데
보리소프 매디슨 아이델슈타인 모두 진작 캐스팅 해놨지
마이키 매디슨 같은 경우는 확정 하는데 애를 좀 먹었어
투자자들이 좀 애매하게 굴었거든
난 처음에 스크림 에서 이 여배우 처음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서 그때부터 주인공으로 확신 했음

나중에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도
나왔다는걸 알아서 찾아봤는데
원어할의 마지막 그 몇분은 마이키가 다 훔쳤다고 생각해
어쨌든 난 그랬는데 쩐주들은 자꾸
"알겠는데 쟤 말고 또 누구 없농?" 이러길래
무조건 이 배우 여야만 한다고 고집 했음
아노라 촬영을 위해서 영감을 얻은 작품은
펠햄 123
프렌치 커넥션
경멸
밤피로스 레스보스 (레즈비언)




이 4개의 작품들의 독보적인 색감과 화면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 아노라도 내용은 현대를 다루지만
마치 한 1974년도에 촬영 된거 처럼 보이길 원했거든
내 영화가 아카데미에 이름 오르내려서 가장 기쁜 점은
이런 기류가 영화계에 더 다양하고 새롭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야
주류 할리우드 자본들에게 비록 소규모 영화
예술 영화 일지라도 대형 극장에 걸 수 있고
거대한 흥행을 할 수 있고 오스카에 오르내릴수 있다는걸
설득 시킬 수 있었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