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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악의 분식회계 Steinhoff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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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분석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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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한 번 다뤘던 주제인데 갤로그 밀면서 날아간듯

분식회계 이야기 나와서 다시 써 봄


1. 설립자 브루노 슈타인호프



태초에 브루노 슈타인호프(Bruno Steinhoff)라는 독일인이 있었음. 1964년, 세상이 반으로 갈라져 있던 당시, 동유럽에서 생산한 가구가 품질은 괜찮은데 낮은 인건비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굉장히 높음을 알아차리고 동유럽의 가구를 떼어다가 독일에서 파는 가구상으로 사업을 시작했음. 당시 동유럽 공산권 국가 중 일부는 소련과 따로 놀면서 서구권, 특히 서유럽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거라 생각됨.


2. 남아공으로의 이전



그럭저럭 사업이 굴러가며 제법 돈을 벌고 있던 1997년, 슈타인호프는 남아공의 인건비가 굉장히 저렴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됨. 21세기 직전이던 그 때는 동구권의 최저임금이 급상승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되며 남아공을 향한 경제제재도 대폭 완화되던 시기였음.



위의 짤은 2018년 달러 기준 최저임금들인데 동구권이 서유럽 부국보다 절반정도 낮지만 아프리카 수준의 이점을 누릴 임금은 아니게 되었음.



하여튼 1997년 슈타인호프는 이미 남아공에서 성업중이던 가구업체 GommaGomma 지분 30%를 인수했고, 바로 다음해에는 두 회사를 합병시킴. 합병 기업의 본사는 남아공으로 이전해 슈타인호프는 독일 기업에서 남아공 기업으로 거듭나게 됨. 같은 해에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JSE)에도 기업공개를 하게 됨. 당시의 주 영업 기반은 서유럽과 남아공이였음.



또 상장과 같은 해에 브루노 슈타인호프는 회장 자리로 옮겨가고 새로운 CEO로 사진의 마르쿠스 주스테(Markus Jooste)라는 사람이 들어옴.


3. 확장


이미 회사는 자리를 잡은 상태였고, 그래서 본업에서 돈도 잘 벌리는 상황에서 상장으로 자금도 널널해진 슈타인호프는 본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기 시작함. 2002년 8억 달러 매출에 7,1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두던 슈타인호프는 2006년에는 42억 달러 매출에 3억 6,194만 달러 영업이익을 거두는 회사가 되어있었음.


위키피디아에 나온 인수건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은데:

2005년: 홈스타일 그룹, 영국, 8,600만 파운드

2011년: 콘포라마, 프랑스(+스페인, 스위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12억 달러

2013년: 키카-레이네르, 오스트리아

2015년: 펩코, 남아공, 57억 달러(현금+주식)

2016년: 파운드랜드, 영국, 8억 파운드


그리고 위키피디아에 나오지 않은 인수건 및 실패건들을 추가로 나열하면:

2016년: 매트리스펌, 미국, 38억 달러(성공)

2017년: 쇼프라이트, 남아공, 20~30억 달러에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 시도(실패)


좀 중요했던 거래들을 보면


콘포라마는 당시 유럽에서 이케아에 이어 2번째로 큰 가구 유통상이였음.


매트리스펌은 슈타인호프가 무너진 뒤인 2018년 파산 신청한 뒤 사모펀드가 자금 지원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인수되었다가, 템퍼 매트리스로 잘 알려진 Tempur-Sealy에 40억 달러에 팔리게 됨.


펩코는 남아공 순위권의 유통 재벌이였는데, 슈타인호프가 펩코의 주주들에게 현금과 주식을 둘 다 주는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펩코의 회장 겸 지분 44%를 들고 있던 최대주주였던 크리스토펠 위제(Christoffel H. Wiese)가 슈타인호프의 지분 20%를 가져가면서 최대주주 겸 회장으로 올라갔음.



하여튼 이것저것 사들이면서 초고속으로 성장한 슈타인호프는 네덜란드에 지주사를 세우고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상장, 2016년에 시가총액 200억 유로를 넘기면서 최고점을 찍었음. 게임에 트럭 갖다 박듯이 현질을 해댔으니, 몰락 직전인 2016년에는 매출액 181억 1,851만 달러에 영업이익 5억 8,411만 달러를 기록하는 유럽과 남아프리카 유통의 거물이 되었음. 또, 같은 해 매출의 60%는 유럽, 30%는 아프리카(대부분이 남아공)에서 발생했음.


4. 크리스토펠 위제?



크리스토펠 위제는 슈타인호프가 인수한 펩코의 최대주주면서 인수에 실패한 쇼프라이트의 임원이기도 했음. 남아공의 잘 사는 백인 집안에서 1941년에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변호사로 일했었는데, 부모님이 설립에 도움을 줬던 인연으로 1965년 제임스 바슨(James Wellwood Whitey Basson)이 세운 신생 의류 할인점인 펩코의 이사로 일하게 됨.


나름대로 적성에 맞았는지 변호사보다 유통업 일에 푹 빠져들었고, 펩코에서 일하면서 점포 8개짜리 신생 슈퍼마켓이던 쇼프라이트 인수를 주도했음. 그 역시 인수합병 감각이 탁월했던 사람이였는데 쇼프라이트의 성공 이후로도 다양한 유통업체를 인수하고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성장을 거듭, 펩코를 슈타인호프에 팔고 현금과 주식을 받은 그의 자산은 2016년 최고점 기준에서 무려 68억 달러에 다다랐음.


하지만 회사가 망하면서 68억 달러 중 대부분이 공중분해 되었고 억만장자에서도 빠지는 험난한 노년을 보내게 됨.



그리고 쇼프라이트도 위제가 키운 회사인데(선술했듯이 설립한건 아님) 왜 슈타인호프랑 쇼프라이트가 합병하지 못했냐고 하면



- 쇼프라이트에 위제 본인이 많은 도움을 줬고 지분도 많이 갖고 있던건 맞지만 제임스 바슨도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고



- 주주들이 거래가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다며 불만을 표했고(때문에 양사 모두 합병 추진 발표 후 주가가 급락했다가 취소되자 다시 오르는 기현상이 일어남)

- 과독점 논란

- 위제가 갖고 있는 주식에 의결권이 있냐는 논란(인수합병 감독 당국에서 위제를 공동 경영자로 규정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음)


등등의 난관이 너무 많아서 취소됨.


5. 파멸



어쨌든 잘 나가던 슈타인호프는



2015년, 프랑크푸르트 상장 직전에 독일 사법 당국이 분식회계 혐의로 벌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의 결과가



2017년 연말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혐의 발표 바로 다음날 CEO 마르쿠스 주스테가 빤쓰런을 택하면서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였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게 됨.



분식회계가 드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타인호프는 채무 초과 상태에 빠져있음을 인정해야 했고, 청산법인으로 전환되어 기존에 인수했던 기업들을 포함한 자산들을 매각하고, 2023년 10월에 청산이 완료되고 소멸되며 63년간의 역사에 끝을 찍었음.



파멸의 핵심은 특수관계자 거래였음.


1998년 브루노 슈타인호프가 동유럽에서 가구 떼다 팔던 회사를 남아공으로 옮기고 상장시킬 때 부터 CEO로 들어와 2017년 연말 회사가 파멸에 빠질 때까지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한 마르쿠스 주스테를 비롯한 다른 전직 고위 임원들 총 8명이서 특수관계인 거래를 통해 슈타인호프의 자산 및 수익을 부풀렸던 것으로 드러남.


분식회계로 부풀려진 자산과 수익의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했음.



드러난 특수관계자 거래 중 일부의 목록은 다음과 같음:

- 슈타인호프가 Building Supply Group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위제와 그의 아들은 해당 회사를 매각한 Invicta라는 회사의 주주이자 이사였음.

- 이사진 임원이였던 자옌드라 나이두는 자기 소유 회사인 랭커스터101 등을 통해 쇼프라이트 인수 시도 정보를 가지고 이익을 취했음.

- 나이두는 자기 소유의 다른 회사를 통해 펩코와 수익을 배분하기로 하고 사업을 벌이기도 했음.

- CEO였던 주스테가 공동 사업주로 있던 MJD Aviation이라는 회사는 슈타인호프와 계약을 맺었음.

- 또 다른 과거 임원인 스테한 그로블러가 임원으로 있는 로펌 Hoffman에게 주식 매입 자금과 사무실 공간을 빌려주기도 함.

- 위제가 소유하고 있던 Toerama라는 회사와 항공기 관련 계약을 체결함.

- 다시 나이두로 돌아와서, 슈타인호프의 38억 달러 규모 매트리스펌 인수 과정에서 그의 회사가 자금 조달에 참여하고 수수료를 받아갔음.

- 슈타인호프의 몇몇 매니저급 직원들이 인수했던 Conforama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다시 Conforama에 임대해줌.

- 슈타인호프가 인수한 펩코는 전 CEO였던 마르쿠스 주스테가 간접적으로 지배한다고 여겨지는 로드스톤브랜드라는 회사에서 물품을 매입함.

- 또 슈타인호프의 자회사인 하부파(Habufa)는 마르쿠스 주스테가 보유중인 메이페어 홀딩스라는 회사에 6,500만 파운드를 빌려주기도 함.


등등...


그 외에도 엄청난 양의 허위 자산 매각을 통한 허위 이익 계상(같은 계열에 있는 회사에 자산을 매각하면서 이익으로 기록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남.


한마디로 마르쿠스 주스테가 CEO로 들어온 1998년 이후 장장 20년간 임원진끼리 서로 회삿돈으로 해먹고 해먹는 관계로 얽혀있었고,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발생한 것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이사회마저 해먹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에 내부감시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못했음.



회사가 날아가기 직전에 들어온 위제 역시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거래를 슈타인호프와 해온 것으로 드러났음.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거래였고, 특이한 거래도 아니였으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음.



20년간 알차게 해먹은 전 CEO 마르쿠스 주스테는 분식회계 스캔들이 터진지 7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도 전혀 처벌을 받지 않고 법정 출두 거부만을 이어가고 있음. 주스테는 사태가 벌어진 이후 법정에 딱 한 번만 출두했고 그때도 전 사업 파트너와의 분쟁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변명만 했음.


알차게 해먹는데 큰 도움을 준 전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더크 슈라이버(Dirk Schreiber)는 7년이 지난 작년 8월에서야 독일 법정에서 고작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고, 그마저도 조사가 너무 오래 걸렸다는 이유로 1년 감형을 받음. 또 전 이사였던 지그마르 슈미트(Siegmar Schmidt)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2년의 집행유예만을 선고받음. 이 둘은 6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4개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각되었고, 2011년과 2012년에 있지도 않은 자산을 매각해 허위 이익을 계상시킨 혐의로만 처벌을 받아서 형량이 낮았던 것임.


또 다른 임원이였던 조지 앨런 에반스(George Alan Evans)는 2023년 4월, 3만 유로를 내고 풀려남.



여러모로

시가총액 200억 달러가 날아간 희대의 분식회계 및 부정거래 사건 치고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끝남.



참고 자료

영어 위키피디아 관련 인물 및 기업 문서

블룸버그 뉴스(Steinhoff Europe’s Ex-CFO Faces Jail Over Accounting Scandal, Billionaire Wiese Faces Hurdles in Attempt to Combine Assets 등 관련 기사)

TIKR


Disclaimer

해외에도 깔끔하게 정리된 글이 일부 논문 빼면 없는 것 같아서 여러 기사랑 위키 페이지들 보면서 정보들을 조각조각 모아서 쓴 글이라 사실관계 등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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