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몸치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공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었고... 어릴 때 수영을 했지만 이것도 배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후 대학, 군 시절 족구도 하고 여러가지 운동을 해봤지만 좋아하는 만큼 잘하지 못했다.
타고난 약한 발목 인대 때문에 수시로 다쳤다. 발목 깁스는 수도 셀 수 없이 많고 축구하다 어깨 탈골도 겪었다.
딱 하나 남들보다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건 하나 있었다. 오래달리기. 러닝이였다.
첫 마라톤 대회는 고등학생 때 고등학교 개교기념일 행사였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10K 정도 되는 거리를 뛰는 대회였다.
고등학생들이 오래 달리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좋아했다. 버티면 되니까.
나의 기억엔 전교생이 뛰었고 꽤 나 상위권에 들어온 기억이 있다. 내 앞에 25명 정도 있었던 거 같다.
이때 나에게 달리기에 작은 재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후로 운동과는 멀어진 삶을 살았다. 대학에 들어간 후 매일 술을 마셨다.
또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가 매일 술을 마셨다. 그렇게 점점 살이 늘어갔다.
2016년 회사원 시절 급격하게 늘어난 살 때문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예전 기억을 찾아 사는 아파트 단지를 달렸다.
이땐 페이스 개념도 없이 달렸다. 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고 우연한 계기로 사는 지역에서 마라톤 대회를 한다는 정보를 듣고
회사 동료들을 구슬려 첫 10K 대회를 나갔다. 17회 이천 도자기 마라톤.
이때 첫 기록은 "1시간 4분 1초" 였다. Finish를 600m 남겨 놓고 숨이 차서 주로에서 나와 나무를 잡고 오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잦은 야근과 연애, 결혼, 이사를 하며 다시 운동과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
결혼 후 나는 돼지가 되었다. 아니 결혼 전부터 돼지였다. 작은 키 170에 몸무게 100kg... 말 그대로 키 작은 돼지였다.
22년 4월 최고 몸무게를 찍고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할 줄 아는것 러닝.. 러닝뿐이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런데이라는 어플을 깔고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등산도 하고 헬스도 등록하고 살을 뺐다. 이때 처음 아울렛에서 유튜브 추천 초보 러닝화를 구매했다. (나이키 인피니티런2)
런데이 8주 30분 달리기 마치고, 50분 달리기도 끝나고
22년 10월, 6개월 지나 몸무게 80kg 근처가 되었을 때 나는 두번째 10K 마라톤 대회를 신청한다.
사는 지역 대회인 23회 화성 효 마라톤..
이때 기록은 "54분 19초"
이후 22년 11월 첫 메이져 대회인 제마 10K를 나간다.
이때 기록은 "51분 05초"
이렇게 큰 대회는 처음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사랑하는구나.
또 이곳에서 러닝크루 및 마라톤클럽 들을 보고 가입을 결심한다.
그리고 느꼈다. 이 세상엔 정말 잘 달리는 사람 많구나... 나는 정말 초보구나..
지역 러닝크루에 가입해 점점 러닝에 매력에 느끼면서 10K 대회 "48분 43초"를 기록하고
23년2월 첫 하프 대회를 신청한다. 2023 챌린지 레이스. 기록은 "1시간 52분 16초"
10K와 전혀 다른 난이도 였다. 17K 부터 어깨가 아프고 다리는 안 움직였다. 정말 죽도록 힘들다 라고 느꼈다.
이 대회 후 런갤에 가입한다.
이후 여러 대회를 나가고 기록이 향상되며 풀코스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때부터 골반, 무릎 등 여러곳이 아팠다... 병원비만 100만원을 넘게 썼다..(물론 실비처리 했다. 실비보험 짱....)
풀코스는 좋은 기억 남아있는 23년 11월 제마 였다. "3시간 46분 14초" 첫 출전에 너무 만족한 기록이였다.
이 대회 이후로 자녀 출생으로 육아하며 짬짬히 새벽러닝, 주말 오전러닝 다음 풀코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부탁하여 화요일 저녁 크루 훈련도 최대한 참가한다. 이때부터 단주를 시작했다..
어제 대회 전날 몸무게 100kg -> 72kg 까지 줄이고 기적에 2초 차이로 330 주자가 되었다...
유일한 취미 이자 운동인 러닝은 앞으로 계속 할 것이고
기록 단축에 욕심은 있지만 건강하게 행복하게 뛸 것이다.
그리고 단주도 지속하려고 노력할 것 이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러닝 합시다!! 춘마야 기다려라!!
그저 두서 없이 러닝 초보 때를 기억하며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