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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의 특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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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4대 원료, [물, 맥아, 홉], 그리고 [효모].


맥아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크붕이라면 다 알 것이고


홉 역시 맥주의 표면적인 큰 차이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일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물도 잘은 모르지만 연수 경수가 있듯 미네랄 함량이 다른 물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고.


그런데 효모의 경우 어떤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맥주 효모, Saccharomyces Cerevisae는 소위 말하는 에일 효모고,


라거 효모라고 불리는 S. pastorianus 나, 브렛이라 불리는 Brettanomyces 등의 효모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에일 효모, 그리고 라거 효모 내에서도 선택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임.


이런 각 효모의 개체, 균주들을 Strain(스트레인)이라고 부르는데


이 스트레인들은 각각 특별한 '능력'들을 지니고 있음.


오늘은 이 효모 스트레인들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함.







1. 효모끼리는 왜 달라졌는가?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얘기 먼저.


위에서는 스트레인마다 효모의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같은 효모임에도 이렇게 다른 능력을 지녔을까?




효모 전문가들에게 물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이해한 바를 기준으로 설명을 해보겠음.




태초에는, 그저 맥주 효모가 있었음.


사실 정확히는 맥주 효모는 아니지. 이 때는 맥주라는 것도 없었으니, 그냥 효모였겠지.


그러나 어느날 이 효모가 우연히 물에 불려놓은 빵에 들어가게 되고 인류 최초의 맥주를 만들게 되고


이걸 보고 감탄한 고대 인류들은 더욱 더 연구하여 맥주 만드는 방법을 깨닫게 됨.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는(대사되는) '발효'라는 과정이 효모에 의한 사실이라는 것은 1800년대 후반에 와서야 발견되었지만


그럼에도 과거 사람들도 '무언가 일어나야지' 맥주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음.


만들어놓은 맥즙 위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고,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와야지 맥주가 만들어지고


아니라면 뭔가 잘못된거였지.


그리고 확실히 제대로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람들은 이전에 만든 맥주를 한 바가지 퍼서, 새로 만들 맥주에 담기 시작했음.


우연히 공기 중의 효모에 맥즙을 접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선택된 효모들을 투여해주기 시작한것이지.




이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전에는 기도 메타로 맛있는 효모가 우연히 맥즙 위에 앉아서 맥주를 만들어 줬고, 


개똥같은 효모가 붙었으면 맥주를 그냥 버렸어야 했는데


이 이후로는 맛있는 맥주를 만든 효모를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물론 오늘날처럼 정교한 방식으로 접종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이후로 각기 집, 양조장, 나아가 문화권에서는 특정한 효모를 계속 쓰기 시작했음.


그리고 이렇게 효모의 분화가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인간도 추운데 살던 인류와 더운데 살던 인류가 다르게 진화하듯


발효 조건에 따라서 효모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고 진화해나가기 시작했음.


고온에서 발효를 시키던 문화권의 효모는 고온 발효에 익숙해졌고


고도수의 맥주를 만들던 양조장의 효모는 고도수 발효에 익숙해졌고


깔끔한 향미를 찾던 문화권의 효모는 이취 생산 능력이 감퇴하게 되었음.


이거를 몇십년, 몇백년동안 반복하다보니 각 양조장이나 지역의 효모는 확연하게 분화되었고


이런 것을 선택적 압력(Selective Pressure)이라고도 부른다.




오늘날에는 전문 연구실에서 그렇게 분화된 효모를 기반으로 효모 스트레인을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양조장 직원들에게 하우스 효모로 전달되던 미국 동북부의 한 효모는


시초의 뉴 잉글랜드 IPA에 사용되면서 유명해지자, 이후 효모 업체들에게 노획되어 '코난 이스트' 라는 이름으로 제품화되기도 했고


북유럽의 지역 양조장들이 집에서 자가 양조하며 사용해오던 효모들이 한 맥주 애호가의 서적에 의해 유명해지자


수많은 효모 연구소들이 해당 효모를 배양해서 자사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기도 함.



양조장 덕후이기도 한 내 입장에서 좀 재미있는 부분이라면


보통은 슬쩍해서 제품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직접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데


어느 양조장꺼를 긴빠이쳐왔을까? 예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여튼 효모는 이런식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이런식으로 지역, 혹은 스타일, 혹은 양조장마다 스트레인이 분화되어왔다라는 것을 이해하면 됨.


그래서 대부분의 오늘날 시판 효모들은 그 모태가 되는 양조장들이 있음. 찾아보면 재미있다.





2. 효모의 특성들


그렇다면 효모들은 각기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


이런 특성들은 양조사들이 효모를 선택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


하나하나 알아보자.




- 발효도 (Attenuation)


이름 그대로 맥즙 내부의 당분을 얼마나 발효시킬 수 있냐에 대한 능력임.


맥주를 먹으면 약간의 단맛이 느껴지듯, 웬만하면 맥즙에 있는 당분이 100% 발효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남는 당분의 양은 보통 사용한 효모의 발효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평범한 경우에는 70~80% 사이를 유지하지만


아래에서 설명할 특수한 케이스에는 떨어지거나, 반대로 늘어나기도 함.


내가 만약 드라이한 맥주, 혹은 고도수 맥주를 만들고싶다면 발효도가 높은 효모를 쓰고


반대로 풀바디의 맥주, 달콤한 맥주, 저도수 맥주를 만들고 싶다면 발효도가 낮은 효모를 쓰는 식.




- 발효 캐릭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 효모가 발효하며 어떤 캐릭터를 맥주에 더하냐는 것인데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향 성분은 이전에 갤에 쓴 적이 있으니 한번 찾아보셈.


모든 효모들은 에스테르를 생성하지만, 양에 편차가 있는 편임.


예를 들어 미국 에일 효모는 발효 캐릭터가 정말 깔끔하지만


세종이나 바이젠 효모는 에스테르를 어마어마하게 생성한다.


그래서 내가 깔끔한 맥주를 만들고 싶다면, 그에 맞는 깔끔한 중립적인 발효 캐릭터의 효모를 고르고


반대로 풍성한 향을 내고 싶다면 바이젠이나 벨기에 효모를 사용하는 식.




- 발효 온도


일반적으로 에일 효모는 높은 온도, 라거 효모는 낮은 온도에서 발효한다고 하지만


사실 효모는 높은 온도에서는 대부분 발효를 한다.


라거 효모도 고온에 갖다두면 신나서 발효를 함.


다만 문제는 '할수있냐?' 가 아니고, '해도 괜찮냐?' 인데


라거 효모나 몇몇 에일 효모를 고온에서 발효시키면 향이 확~ 튀게 될 것임.


반대로 발효 온도가 높은 세종 효모 같은 경우는 30도 가까이 온도를 끌어올려도 오프 플레이버를 생성하지 않음.


효모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효모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이고


그러면 결국 효모의 발효부산물 생성이 가속된다는 얘기인데


이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내가 만들고싶은 맥주의 특성에 따라 효모를 다르게 선택하고, 발효 스케쥴을 다르게 가져가야함.




불가능 가능의 영역보다는 상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라거 효모를 고온에서 발효시키는 대신, 압력을 걸어 에스테르 생성을 낮춰서


고온 발효의 장점인 발효 속도 가속은 얻으면서


고온 발효의 단점인 발효부산물 생성 과다를 압력 발효로 틀어막는 형식이 유행임.


무슨 아이템 조합하듯 이렇게 발효 스케쥴을 조합할 수 있는게 양조의 재미라고 생각함.






- 응집성 (Flocculation)


효모는 털손 같은게 나있어서 가까이 있으면 서로 잡으면서 응집되는데


응집을 하기 시작하면 함께 맥주 위로 떠오르고, 이후 맥주 아래로 가라앉게 됨.


그러니까 응집력은 맥주의 맑고 탁함과 연관이 있게 됨.


바이젠 효모의 경우 응집력이 낮아서 웬만큼 오래둬도 탁도가 유지되고


반대로 미국 에일 효모는 응집력이 높아서 금방 투명해짐.


또한 응집이 너무 빨리 되는 효모는 발효가 다 끝나기 전에도 가라앉기 시작해서


발효가 덜 된 맥주가 간혹 나올 수 있기도 함.





알코올 내성


알코올을 몇 도 까지 버틸 수 있냐에 대한 특성임.


와인과 달리 맥주는 도수 레인지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낮은 경우 8도 정도부터, 높으면 20도까지 다양하다.


웬만한 경우에서 문제될 일은 없지만, 만약 고도수 맥주를 만들고 싶은데 실수로 알코올 내성이 낮은 효모를 쓰게 되면


그 만큼 잔당감이 과하게 생겨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


반대로 패스츄리 임스 같은 경우는 이런 현상을 의도해서


당분을 때려 부어서 효모를 아예 말려 죽이고, 당분을 고의로 남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가격


소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액상 효모 쓰게 되면 효모 값이 맥주 원료값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경우도 생겨서


재사용 안해면 존나 손해보는 이 기분...


그래도 효모 선택지가 적은 스타일을 만들 때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효모 쓰게 되는 것 같음.





3. 효모의 '이능'들


위에서 설명한 것들은 일반적인 효모의 특성들이고


아래에서 설명할 것들은 그 중에서 특별한 효모들이 가진 특별한 기질들임.


하나씩 알아보자.



- 페놀 생성(POF)


말 그대로 페놀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임.


신기하게도 오늘날 인류의 손에 길들여진 맥주 효모들은 페놀을 생성하지 않는데


막상 야생희 효모들은 대부분 페놀을 생성한다.


이 얘기는 인류는 페놀을 생성하지 않는 효모들만 사용해오며 길들였다는건데


아주 몇몇 효모는, 여전히 페놀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음.


대표적으로 바이젠 효모와 벨기에 효모들.


페놀에 관한 얘끼도 이전에 꽤 자세히 한 것 같으니 자세한건 그 쪽 글에서 읽어보셈.






- 특정 당분 분해/분해불가


대부분의 맥주 효모는 포도당, 과당, 그리고 엿당(Maltose)과 말토트로이스(Maltotroise)를 대사 할 수 있음.


하지만 몇몇 효모는 이 중 말토트로이스를 발효하지 못하는데, 이런 효모들은 자연스럽게 발효도가 낮아지게 된다.


대표적으로 몇몇 영국 효모, 그리고 체코 라거 효모가 이런 케이스인데


우르켈이 달달한 이유를 이전에 설명했으니 고 글을 또 참고하셈.


또한 이런걸 극단적으로 만들어서, 아예 엿당도 발효하지 못하는 효모를 사용해서


저알코올(<0.5%) 맥주를 만드는 케이스도 있음.




반대로 몇몇 효모는 특수한 효소를 지니고 있어서, 


일반 효모는 대사가 전혀 불가능한 덱스트린을 작은 당분으로 분해시킬 수 있음.


이 유전자 이름을 STA-1이라고 부르는데,


이 유전자가 활성화된 효모를 쓰면 발효가 끝없이 일어나며 당분이 완전히 분해됨.


대표적으로 세종 효모가 이 케이스인데, 그래서 보통 세종을 마시면 굉장히 드라이하게 느껴진다.


또한 브렛도 마찬가지로 모든 당분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 때문에 람빅이나 와일드를 마시면 비슷하게 굉장히 드라이하게 느껴짐.


이런 특성 때문에 이런 효모들에 맥주가 오염이 되면 발효가 끝없이 일어나면서 도수가 계속 올라가는데


그래서 민감한 브루어리들은 세종 효모를 쓰는 장비도 그 외의 맥주랑 분리하는 경우가 있음.


나도 겁나서 세종 효모 건드렸던 가스킷이나 탱크는 좀 더 구석구석 씻어주려고 노력하는 편. 




- 향 성분 추출


뉴 잉글랜드 IPA를 만들 때 주로 언급되는 단어 '바이오트랜스포메이션'


뭔가 효모가 하긴 하는데, 도대체 뭘 하냐에 대한 토론이 2010년대 중후반 뜨거웠었는데 


오늘날에는 이게 두 가지 기전이라는 것으로 정리된 느낌.


하나는 b-lyase 효소에 의해 , 그리고 다른 하나는 b-glucosidase 효소에 의해 일어나는데


최대한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홉 내부에는 향기로운 향 분자들이 많지만


다른 분자랑 결합되어 있어서 향을 못 내고 있는, 마치 박스 내에 숨어있는거랑 비슷한 향기 성분들도 있음.


보통은 그냥 거기서 끝인데, 이 효소들을 이용하면 향기 성분들을 박스에서 꺼낼 수가 있다.


이 열쇠를 몇개 가지고 있냐 없냐, 그리고 몇 개 가지고 있냐 없냐에 따라 효모가 해금할 수 있는 향의 양이 달라지는데


최근에 유행하는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서 열쇠 무제한 복사 버그를 쓴 효모들을 만드는거임.


최근 이 효모를 직구해서, 홈브루를 하나 만들어봤는데 캐스케이드만 좀 넣었는데 향이 그냥 소비뇽 블랑 그 자체라서 어이가 없더라.


여튼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라고 생각하는 부분.




- 브렛


마지막으로 브렛.


얘는 상당히 특이한 성질을 지닌 효모임.


물론 브렛 내에서도 스트레인 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공통적으로


1. 모든 당분을 분해할 수 있음


2. 페놀을 생성함


인데, 맥주 효모가 후추에 가까운 페놀을 생성하는 것에 비해서


브렛의 경우 이 페놀을 가지고 한단계 더 진화를 시켜서


쿰쿰한 가죽내로 변환시킨다. 



그림으로 풀자면 이런 느낌.


그렇기에 브렛은 그 특징적인 쿰쿰함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맥주 효모의 에스테르는 사과, 혹은 바나나에 한정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브렛은 훨씬 더 풍부한 에틸 계열의 에스테르를 만들어 내면서, 유니크한 과일 풍미를 가지게 됨.


정말 매력적인 녀석이다.



.....






그 외에도 효모에는 여러가지 특성이 있음. 그러나 오늘은 이 정도 까지만 하겠음.


여튼 오늘 얘기하고 싶은건 효모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고 무궁무진하고


또한 똑같은 효모를 어떻게 다루냐 역시 맥주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음.


맥주에 어떤 효모가 쓰인지는 알기 힘드니 드링커 입장에서 이를 완벽히 알고 즐기기는 어렵지만


만약 맥주에서 어떤 효모를 썼다고 한다면 그 때는 시트라나 넬슨 소빈에 관심 주듯


한번 그런 점들을 조금 더 관심 가지고 즐긴다면


좀 더 즐거운 맥주 생활이 되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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