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새벽 세시가 가까운 평일의 어느 날 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 백수로 지내는 본인에게
사실 시간같은건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취객들의 목소리도 사라져간 쉰새벽 그 시간은
그런 나조차도 적막함과 스산함을 피해 이불로 숨어야 할 시간
내가 주로 올리는 오백원 또는 라면한봉지교환 식물은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사가고 있고,
거래시간은 대부분 점심을 지난 오후시간대.
낮에 도착 해 있을 몇개쯤의 메시지를 생각하며
매물을 올려두고 잠이 들려는 찰라
지금 가도 되냐는 말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질문이었다
라면 한봉지나 500원만 줘도 되는데,
라면도 두봉지나 주고 돈도 준다니.
대로변이지만 차하나 보기 힘든 이 시간에..?
순간
“근데 저 혈압도 높은편이고 간도 안좋고 위도 안좋아요 혈액형이 O형이긴 한데 평소 먹는 약때문에 헌혈도 못하는데..”
라고 채팅을 쳐야 고민했지만 이내 관뒀다
바로 차끌고 가면 십분 뒤 도착이란다
댜급하게 키친타월 신문지 랩을 소환하여 포장한 뒤
슬리퍼와 코트만 대충 걸치고 약속장소로 나간다
지레 겁먹은 마음 감추려고 일부러 구부정하게 서있었지만
덜덜 떨리는 것은 도대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어느정도 기다렸을까
제법 좋아보이는 흰색 중형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고
검은색 스타랙스가 아니란것에 안심하려는 찰나,
차에서 내린건 앳된 젊은 청년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들고있던 그 검정 비닐 봉지에 들어있던
너구리와 짜파구리
아아 어쩜 이 젊고 예의바른 청년은 센스까지 게쩐단 말인가
쐬고기면으로 연명하는 나의 지난 날들이 스쳤다
중간에 친구가 던져 준 무빠마 한 번 먹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자리에서 후두둑 눈물떨어뜨릴뻔
라면만 줘도 된다고 손사레치는 나에게
기어코 오백원까지 쥐어주고는 순식간에 사라진 청년
그저 작은 콜레우스에게 반해버린 한명의 예비 식물인
그를 만난건 아직 겨울이었다 이주 쯤 전이었는데
여긴 그때도 아직 그시간 영하였다 젠장
중간에 덜덜 떤건 추워서 그런거였음 ㅅㄱ
작년 겨울에 집안에 도저히 다 들일 수 없어서 진짜 엄청 헐값에 잔뜩 팔긴 했음. 대화 매너가 너무 좋으셔서, 그리고 옥상도 있으시다기에 이거저거 많이 소매넣기를 하기도 했음. 만나서까지 서로 너무 많이 주시는 거 아니냐며 인사만 열번씩하고 헤어짐 ㅋ
끝까지 카페 이름은 안 알려주셨지만 블로그 후기로 내가 판 유칼립투스 화분사진으로 매장 찾아내서 가끔 커피마시러 가게되는 집이 되었음.
이런 경험도 생길 수 있으니 너무 겁먹지 말고 츄라이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