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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공짜로보던스포츠…이젠‘OTT티켓’끊어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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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분석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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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비중 늘리는 OTT

2403230015232340.jpg쿠팡플레이가 중계한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에서 LA 다저스의 오타니가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3월 21일은 한국 스포츠 이벤트사에 ‘쿠팡 데이’로 기록될 것 같다. 대한민국 양대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의 빅 이벤트를 쿠팡의 OTT(over-the-top)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로 중계했기 때문이다.

3월 20,21일 밤에는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인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가 서울 고척돔에서 열렸다.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첫 선을 보인 LA 다저스와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2연전(1승1패)을 벌였다. 입장권은 판매 8분 만에 매진됐는데, 쿠팡와우 회원만이 티켓을 신청할 수 있었다. 두 경기는 오직 쿠팡플레이에서만 중계했다. 박찬호·김병현·김선우 등 메이저리거 출신 레전드들이 특별 게스트와 해설위원으로 나왔다.

21일 오후 8시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태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열렸다. 아시안컵 참패, 손흥민-이강인 탁구장 사태, 클린스만 감독 경질, 황선홍 임시감독 선임 등 엄청난 이슈를 깔고 있는 경기. 그런데 이 경기도 TV는 TV조선, OTT는 쿠팡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었다. 3월 21일은 국내 스포츠 중계와 관람의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하루였다.

쿠팡은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의 프레젠팅 파트너, 마케팅 파트너이자 주관 중계권자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는 보도 중계권을 받아 뉴스에 짧은 경기 영상만을 내보낼 수 있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적 빅 이벤트는 모든 국민이 무료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며 ‘보편적 시청권’을 주장하던 지상파 3사는 달라진 세태를 실감해야 했다.

쿠팡플레이는 월 4990원을 내는 쿠팡와우 회원에게 제공되는 10여 가지 서비스 중 하나다. 영화·드라마·예능 등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데, 최근에는 스포츠 쪽에 힘을 싣고 있다. 편당 수백억원을 들여 제작한 드라마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반면, 스포츠 중계는 고정 시청층이 탄탄하고 충성도도 높기 때문이다.

21일 쿠팡플레이가 중계한 월드컵 예선 태국전에서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장면. 김경록 기자
쿠팡플레이는 2022년 손흥민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를 초청한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재미를 봤다. 지난해는 유럽 축구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을 데려와 외연을 확장했다. 올 여름에도 김민재의 소속팀인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초청해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연다.

쿠팡플레이는 K리그 전 경기를 중계한다. 지난 연말에는 KBS에서 한준희 해설위원을 스카우트했다. 매 라운드 가장 핫한 경기 하나를 선정해 자체 제작하는 ‘쿠플픽’은 K리그 흥행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준희 위원은 “쿠플은 방송사가 아니어서 상업광고를 따 오기 위해 시청률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수준 높은 중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만 집중하면 된다. 쿠플픽은 경기 전 프리뷰 쇼에서 풍부한 자료를 활용해 승부를 전망하고 경기 후에도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CJ 계열의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에서 프로야구를 중계한다. 시범경기 중계에서 티빙은 등번호 22번 선수를 ‘22번 타자’라고 소개하는 등 준비 부족으로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중계에서 OTT의 영향이 커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사장 출신인 이태일 한국체대 교수는 “그동안 지상파의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강고했지만 지금은 ‘스포츠도 돈 내고 본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OTT에서 스포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스포츠 소비자의 선택권이 더 넓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소비자들이 돈을 낸 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중계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범 오산대 교수(스포츠마케팅)도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OTT까지 뛰어들면서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크고, 그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중계 주체들은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특화된 중계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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