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프로야구영상마음껏쓰세요…'승자'CJENM이꺼낸파격카드

 2024~2026년 프로야구 뉴미디어(유무선) 중계권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CJ ENM은 두 가지 파격 조건으로 경쟁사를 눌렀다. 우선 연간 400억원 이상 거액을 제시, '머니 게임'에서 압도했다. 그리고 프로야구 중계 영상 재사용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CJ ENM을 2024~2026년 KBO 유무선 중계권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세부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CJ ENM과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 그리고 에이클라(SPOTV)가 참여했는데 CJ ENM이 KBO의 평가 끝에 최종 승자가 됐다.

KBO는 이번 입찰과 관련해 평가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참고로 2019년 입찰에선 가격 평가 60\%와 기술 평가 40\%가 반영됐다.

아무래도 가격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유무선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확률이 크다. 5년 전 승자가 된 통신·포탈 컨소시엄(네이버·다음·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KT)은 당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100억원(연 평균 220억원)을 제시해 가격 평가에서 60점을 받았다.

이번에 CJ ENM은 400억원대의 입찰액을 써내 각각 연간 200억원대 후반, 300억원대를 제시한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에이클라를 압도했다. 기존 계약보다 두 배에 가까운 파격적 규모다.

여기에 CJ ENM이 꺼낸 승부수가 하나 더 있다.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에 프로야구 영상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했다.

앞서 5년 간 프로야구 영상 소스는 아무나 사용할 수 없었다. 유무선 중계 사업권을 가진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프로야구 영상 관련 저작권자이기도 했고, 이를 무단 사용하는 것을 단속했다. 이를 침해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구단조차 경기 영상을 활용하려면 별도 계약을 맺어야 했고, 팬들이 상업적 목적이 아닌 이유로 올리는 영상이나 움짤(움직이는 짤림 방지용 사진의 줄임말)조차 불허됐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값비싼 비용을 낸 만큼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침해받는 행위에 대해 강력 처벌하겠다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야구계와 야구팬은 수익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것을 불법 영상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선수들도 비슷한 견해를 가졌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22년 KBO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내가 봐도 야구는 너무 길다.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 좀 더 쉽게 (야구를) 접할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움짤 금지 등이)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구 영상 오픈과 재활용 여부는 이번 유무선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쟁사가 여전히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CJ ENM은 실시간 중계를 제외한 하이라이트, 클립서비스 등 영상의 개방을 약속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CJ ENM이 향후 KBO와 세부협상을 거쳐 최종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로 확정되면 올해부터는 팬들이 자유롭게 야구 영상 소스를 가공해 2차 창작을 하거나 유투브 등에 쓸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