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동대문 옷시장, 용산 전자상가와 더불어 서울의 3대 던전이라 불렸던 곳이다
다만 이 3대 던전은 죄다 과거의 악명을 잃었다.
동대문, 양아치들이 여전히 많지만 여기서 옷사는 새끼들은 힙스터뿐이고
용산에서 전자제품 사는 사람들은 발견하기 힘들며
노량진도... 이젠 모둠 숙성회 문화 때문에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사는 경우가 적어지다보니, 쇼핑 난이도가 낮아졌거든.
(겨울철에 먹은 노량진 모둠 숙성회(방어중심) 아래가 5만원치였던걸로 기억 위는 6만? 6.5?)
나는 11년 전부터 노량진을 다녔음
집 근처기도 하고, 친구들도 죄다 정상인이랑 거리가 멀어서 '우리 과자 사먹을돈 아껴서 노량진에서 회먹자' 하면 그걸 또 같이 하자는 애들인지라
지금은 일주일에 최소 한번은 노량진 수산시장 감
(노량진 방문일)
이런 입장에서 이야기해주면
옛날의 노량진(구시장시절)은 마굴이었음
고딩시절 6명이서 같이 돌아다니는데 10분쯤 돌아다니면 두명정도는 실종되는 장소였어
호객이 너무 심했나면ㅋㅋ
하나는 홍어집에, 다른 하나는 문어집에 붙잡혀있더라
근데 지금 노량진은, 모둠숙성회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런 게 많이 적어짐
생선 한마리를 통째로 흥정해서 사는게아니라
모둠 숙성회 한그릇 얼마! 하고 사는식임
이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이점이 존나게 명백함
1. 기본적으로 활어회보다 숙성회 밸류가 높다는 점
같은 동조건이라면 이론적으로, 숙성회>활어회임
활어회 특유의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
3~6시간 단기 숙성회 먹으면 더 좋아함
저렇게 한 접시 얼마! 하니까 일반인 입장에선 흥정 안해도 돼서 좋거
그 한 접시 가성비 따져보면 동네횟집보다 나은경우가 많기도 하고
저번 글에 이야기했는데 그냥 이건 과학임
생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숙성할수록) 식감이 약해지며 대신 감칠맛이 오르는데
3~6시간 숙성은 '식감을 안 잃으면서 감칠맛만 상승' 하거든
모둠 숙성회를 먹으면 숙성 정도를 주문할수있어서, 일반 활어회 시절보다 밸류를 더 챙길 수 있음
2.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줄어듬
물론 저런 건 이론상의 이야기임
내가 활어보다 6시간 숙성회 먹고싶어요! 해봤자 니가 직접 원물사서 숙성하지 않는한(나는 이렇게 함) 그걸 다 맞춰주긴 현실적으로 힘들거든
근데 노량진은 어느정도 다 맞춰줌. 소비가 워낙 많아서 맞춰줄 수 있음.
니가 6시간 숙성 요구하면 6시간 전에 잡아서 해줌.
남은거? 12시간 숙성, 24시간 숙성 원하는 애들한테 팜
3. 큰 생선을 먹을 수 있음
생선은 거거익선임
몇몇 예외 제외하면 크면 클수록 맛있음(장어같은 극소수 제외)
실제로 단가도 오름
쉽게 말하면, 1kg 광어 세마리보다 3kg 광어 한마리가 1.5배는 비쌈.
그런데 이제 숙성회 문화가 자리잡은만큼, 1kg 광어 한마리가 아니라 3kg 짜리 광어의 3분의 1만큼을 살 수 있는거임
4. 흥정 안해도 됨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 기본 모둠회 단가는 어딜가나 2인(400g)기준 6만원임
가게에 따라 주는 어종, 양이 조금씩 다르긴한데... 사실 별로 안다름. 똑같다고 보면됨.
즉, 어딜가든 바가지 안쓰고 무난한 퀄리티의 모둠회를 먹을 수 있다는 거임
'내가 씨발 돈주고 회먹는데 왜 공부해야함?'
이라는 분들한테 나쁘지 않은 문화가 자리잡은거지.
그래서 실제로....
현재 노량진은 평일인데도 꽤나 사람이 많음
나처럼 20대 친구들도 많이보임
30대는 더많고
소위 3대장이라고 불리는 곳은, 저렇게 키오스크 앞에 줄설정도임
(물론 지금 온누리 이벤트기간이긴한데, 겨울 지나 4월이라 원래 비수기임)
수산시장, 극혐하는 사람이 많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량진은 부활했음.
옛날엔 거들떠다보지도 않던 미리 떠둔 포장회 문화를
고급화에 성공해서 숙성모둠회 문화로 바꿨기 때문임
객관적으로,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은 한국에서 가장 선진적인 수산시장임(유감스럽게도 이게 그럼)
그래도, 구시장을 알던 입장에서 이 정도 발전한 거 보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음
하지만
칭찬 대충 하고 끝낼거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겠지?ㅋㅋ
나는 저 모둠 숙성회 안 먹음
진짜 걍 어쩔수 없는 경우에 먹는데, 어지간하면 안 먹음
내가 1년 전부터 어제까지 노량진 간거 합치면.... 60번은 넘기거든?
위치 정보 끄고다니는거 고려하면 ㅇㅇ
딱 최근 1년치만 따져도 그럼
근데 내가 모둠숙성회 먹은건, 두세번뿐임
왜?
비싸니까
내 입장이선 비싸니까.
네? 회 400g을 광어 참돔 요런걸로 맞추면서 6만원이요?
시발 나한테 6만원 주면 저걸 돌돔으로 쫙 깔고도 남는데?
아니, 그냥 보는순간 당신이 얼마 남겨먹는지 알거같은데?
예전엔 이정돈 아니었는데 왜 점점 많이 남기는 느낌이지?
사람들이 그냥 냅다 사먹어줘서 그런가?
사실 나는, 이해함.
그 정도 남겨먹어야 그래. 월세 내고 자식새끼 대학 보내고 소고기 사먹고 차도 끌고 그러지.
원가 따지자면 뭐, 아메리카노 원가는 얼마고 삼겹살 원가는 얼만데?
남겨 먹으니까 그 시장이 유지가 되는거임
근데, 대중들은 암
커피 원가가 몇십원인지
그걸 알고도 사먹음
마찬가지로 알지
삼겹살 원가가 얼마나 싼지. 코스트코로 사면 얼마나 싼지.
그래도 사먹잖아. 왜? 서비스에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김밥 한줄조차 따져보면 대충 원가 얼만지 감 잡힘
근데 님들, 회 한접시 원가 얼만지 암?
요즘 핫한 노량진 숙성회.
2인분 소짜 6만원. 원가 얼만지 암?
매일같이 새벽시장 다니는 친구들 아니고서야, 당연히 모르겠지.
나는 이야기하려고 함
수산시장 유튜버들이 조심스러워서 밝히지 않던 정보들....
결국 '관련자'라 말하기 부담스러워했던 걸 순수 소비자 입장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소비자도 일단 원가를 알아야, 합리적인지 아닌지 나름 판단할테니 말이야.
수산시장 관련글이 워낙 길다는 평이 많아서, 이쯤에서 한 번 끊어감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