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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가자미 후기(씹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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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이 제철을 맞는 봄이다

근데 어류들은 대부분 산란기이거나 산란기가 막 끝나서 하나같이 이 어종 강추한다고 말할 수가 없는 철이기도 하다

(물론 양식은 제철 같은거 크게 상관 없음)

대신에 제철을 맞은 갑각류나 패류 혹은 쭈꾸미나 낙지 등으로 눈길을 돌릴 얼마 없는 찬스

그래서 노량진으로 출발했다

목표 어종은 꽃게, 주꾸미, 낙지, 대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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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ㅅㅂ


이틀 전만 해도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오늘은 물량이 없댄다

그리고 국산 주꾸미는 요즘 가격이 열권을 뚫고 올라가서

원래 kg 3.5만원 정도 하던게 지금은 5~6만원 이런댄다

봄철 새조개 쭈꾸미 샤브샤브의 꿈은 접어두고 뭘 구할 수 있을지 한 번 둘러보자



레어템 철갑상어

가끔 올라온다

있을지도 모르는 캐비어는 (한 번도 안 먹어봤지만) 사먹는게 낫겠다 싶어서 패스



환도상어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데 꼬리지느러미가 정말 길다

몸통 위에 박스에 담긴 벨트 같은게 잘린 꼬리지느러미의 윗부분이다



경매장을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이것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횟감 생선 중 가장 단가가 비싸다는 줄가자미다

다만 이건 kg수에 따라 다른데 1kg를 넘는 순간 줄가자미의 kg단가는 급상승한다

실제로 이번 시즌엔 가격이 정말 엄청났는데 도매가 기준으로 kg급 이상 되는 놈들은 kg단가 15만원 정도 보면 되시겠다

당연히 그런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은 대신에 kg 미만급 작은 줄가자미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저것도 kg 6만원 정도는 된다



얘는 노량진 경매장에서도 레어템이고 대부분 소량 들어오고 예약 주문으로 나가버려서 경매장 점포에서 깔아놓고 팔 만큼 많이 들어오는 일은 극히 적음

근데 이날따라 뭔가 줄가자미가 많이 들어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단골 점포에 혹시나 몰라서 대리 입찰 부탁드렸었음

도착했을 때는 아직 경매중이라서 단골 점포 사장님이 입찰에 성공했는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일단 보험용으로 경매장에서 한 마리 골라서 샀다

0.7kg짜리인데 몸통이 가장 두꺼운 걸로 골랐음



경매 끝나서 점포로 가봤는데 엥 입찰 성공하셨네

4번인가 예약했는데 드디어 성공함

0.8kg짜리인데 수산대전(국산 수산물만 가능) 먹이면 가격이 무려 3만원대 후반

이 맛에 내가 새벽 노량진을 못 끊는다



암튼 가져온 와이어로 전처리를 해주고 얼음에 잘 담아서 가져왔음



그렇게 갑각류 사러 갔다가 줄가자미 2마리를 획득해서 귀가함

얘네는 줄가자미속의 유일한 종으로 가자미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데

우선 상어마냥 저렇게 두꺼운 가죽이 유안부에 덮여 있다

그래서 일어명이 사메(상어)가레이(가자미)라고

보통 이시가리라고 많이 부르는데 돌가자미의 일어명인 이시가레이에서 잘못 유래된 말임

다만 돌가자미랑 얘는 너무나도 다르게 생겼기에 사진 한 두 번만 봐도 수산시장에서 속을 일은 절대 없을듯



무안부는 저렇게 자주빛이 돈다

그리고 저 가죽이 엄청 흐물흐물하고 점액질이 엄청나다



빵이 꽤 좋다

저 가죽 그냥 돌기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실수로 꼬리에서 머리 방향으로 맨손으로 쭉 훑는 순간

손이 쫙 갈린다

사실상 사포나 마찬가지이니 목장갑을 착용하는게 좋다

내장을 확인해보자



(내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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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고래회충이 좀 있었는데 이번 건 아쉽게도 없다

줄가자미 간은 진짜 존나 맛있으니 꼭 챙기는게 필수다

참고로 얘네는 심해에서 거미불가사리를 먹고 사는데

위를 까보니 거미불가사리 조각이 조금 남아있었음

다만 한 번도 못 본 알록달록한 빨간색 종류였음



위가 0.7kg짜리 밑이 0.8kg짜리

얼굴은 이렇게 생겼다

빵은 내가 골라온 0.7짜리가 더 좋은듯



주사방혈도 해주고 매달아서 물기를 뺀 뒤 통숙성 포장



다음 날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줄가자미는 손질 난이도가 끝판왕인 생선으로 악명이 높은데

노량진 소매점들 중에서는 이거 손질해주는 곳이 한 곳이었나 빼고는 전무할 정도

그러니까 손질할 줄 모르면 경매장에서 이걸 어찌저찌 사더라도 먹을 방법이 없는거다

아래는 내가 손질하는 방법임



먼저 지느러미 쪽 껍질 바로 밑에 젓가락을 이렇게 집어넣음



지느러미 쪽은 엄청나게 쉬운데 마치 쥐치 껍질처럼 한 번 길을 내 놓으면 이렇게 잘 들어간다



깔끔하게 지느러미 부분은 껍질을 벗겼다

저기 무수히 많은 실들이 보이는데 저게 다 껍질과 몸통살을 연결하는 섬유질이다

저걸 칼로 일일히 끊어주면서 껍질을 천천히 벗겨낸다

수세미 같은걸로 벗기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는데 살에 무리가 갈 것 같아 난 솔직히 별로다



칼로 긁어가며 섬유질을 끊다 보면 이렇게 유안부 탈피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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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줄가자미 탈피의 진정한 최종보스는 바로 무안부 탈피임ㅋㅋㅋ

무안부는 흐물흐물한 겉껍질 속에 속껍질이 하나 더 있다



지느러미는 유안부와 동일하게 젓가락으로



속껍질이 남으면 일이 존나게 귀찮아진다

겉껍질 속껍질 한 번에 제거되도록 칼로 열심히 섬유질을 끊어준다



무안부 탈피 완료

이 짓을 2번 했음

만약에 숙성할거면 이 상태로 하는게 좋음

숙성한 뒤에 탈피하면 살이 뜯겨나갈 확률이 크다

적당히 소분해서 나머지는 숙성했음



지금 철에는 저렇게 알을 배는데 상당히 깊숙히 박혀 있음



간도 조려주자



0.8kg짜리

지금 시기에는 뼈가 좀 질겨져서 세꼬시 말고 포 떠먹는게 좋을 것 같아서 앞부분은 포 뜨고 뒤에 꼬리 쪽만 세꼬시로 썰었음



0.7kg짜리

포를 떴는데 저기 허옇게 살이 뜬게 뭔가 해서 봤더니

ㅅㅂ 살에 물이 먹은건지 푸석거리더라

이런건 또 처음 보네



몸통살이랑 지느러미살의 중간 지점 부분만 저렇게 살이 허옇게 떠있는데

주사방혈 하다가 살에 물이 먹었다기에는 저 부분만 저런거고 같이 한 0.8kg짜리는 멀쩡했음



얘는 ㄹㅇ 멀쩡함ㅋㅋㅋ

어쩐지 0.7kg짜리보다 0.8kg짜리가 확실히 만졌을 때 몸이 단단하던데 원래 상태가 안 좋은 놈이었나 봄

빵도 좋고 활력도 좋은 놈으로 내가 직접 골랐는데 속살은 이러니 매우 당황스러웠음

문득 저번 민농어 ptsd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줄가자미 회 한 접시 완성



뼈다짐 쌈장

뼈가 제법 질겨서 칼로는 안되고 가위로 자르면서 다지는게 편함



0.8kg짜리 줄가자미 등살

얘는 정상이었음

근데 그냥 당일날 먹을걸 하고 후회함

신케지메 확실히 했는데도 살이 아주 빨리 물러짐

그나마 탱글함은 좀 남아 있긴 함



전 날 미리 작업해둔 해삼 내장(고노와다)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

하루 숙성했어도 식감이 엄청 단단할 줄 알고 얇게 썰었는데 아니더라ㅋㅋㅋ



세꼬시

살 식감도 단단해야 어느 정도 뼈의 식감이랑 어울리는데

이건 살과 뼈의 식감 차이가 커서 별로였음

포 뜬 것보다도 더 당일에 먹어야 할 필요성을 느낌

대신에 지느러미 쪽 세꼬시는 맛있음



지느러미 살

줄가자미 맛은 거의 여기서 난다

기름에서 약간 황새치 뱃살 같다고 해야하나 특유의 향과 맛이 있음

다만 이번 건 그게 잘 안 느껴져서 아쉬웠음

이거 전에 마지막으로 먹었던 회가 띠볼락이었어서 그런가ㅋㅋㅋ



0.8kg짜리는 그나마 먹을만한데 물 먹은 0.7kg짜리는 진짜로 맹물 맛이었음 ㅅㅂ

주사방혈은 물고기 체액보다 높은 농도의 소금물을 쓰니까 이게 원인이었다면 짠물 맛이 났을테니 주사방혈이 원인은 아님

무엇보다도 어떻게 하면 저 자리만 저렇게 살이 뜰 수 있는지 궁금함

아직도 원인이 뭔지 감이 안 잡힘ㅋㅋㅋ

원래는 가자미 고를때 빵만 봤었는데 다음부턴 만졌을 때 무조건 단단한 걸로다가 사야겠다

저거 한 마리가 4.2만원 정도였으니 수업료치고는 상당히 비싸다



마지막으로 뼈다짐

고소하고 좋은데 문제는 좀 뼈가 질겨서 먹다보면 턱이 아픔ㅋㅋㅋ



마지막으로 내장 요리

검은 것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무안부 껍질, 조린 알, 조린 간, 창자, 위

역시나 간이 진짜 맛있음 기름지고 아주 부드러움

알도 꽤 맛있더라 일반적인 가자미 알인데 좀 더 깔끔하고 싱싱한 느낌

껍질은 맛있다고 해서 데쳐봤는데 무맛에 흐물텅거림 ㅅㅂ 걍 버리는게 맞다



수분이 엄청나니 피칫토로 응급처치를 해준다

빨리 물러지는 생선은 대부분 수분기가 원인이므로 수분기만 잘 잡아주면 찰진 식감이 된다



0.8kg짜리는 하루 정도 마일드 피칫토로 싸놓고 그 다음에 숙성지로 옮겼음

그렇게 해서 4일차



포를 떠보자



감칠맛을 있는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오지메도 해줌

근데 이 날 할 요리들이 많아서 그만 너무 오래 해버림 ㅅㅂㅋㅋㅋ



줄가자미 초밥

의외로 꽤 맛은 있더라 식감이 찰지고 맛은 오히려 하루 숙성했을 때보다 훨씬 나음

작은 줄가자미라 숙성을 해도 몸통살에는 기름이 거의 없었음



숙성한 지느러미살

이건 띠볼락 초밥 하듯이 수평으로 반 갈라서 네타로 써야겠더라

0.8kg짜리라 지느러미 살 면적이 그냥 쓰기에는 작음

암튼 숙성하면 띠볼락처럼 기름 향이 엄청나게 깊어질 걸 기대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

고소해서 맛은 있었음



8일차

문제의 0.7kg짜리 물줄줄가자미는 아직 남아있다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소금 쳐서 마지막으로 물기를 빼주고 토막내준다

피칫토로 수분을 쫙 뺐지만 안타깝게도 허옇게 뜬 살은 되돌리지 못한다



그나저나 줄가자미도 이빨이 있긴 있네



뼈다구들은 육수를 뽑아준다

한 번 데친 뼉다구를 끓는 물에 넣고 혼미림 한 숟갈 참치액젓 한 숟갈 혼다시 반 꼬집 뿌려서 끓이자

육수는 약간 범가자미처럼 맑게 나온다

뼈만 건져내서 육수만 쓸 거다



???

그렇다

그 귀하다는 횟감(이었던) 줄가자미로 미역국을 끓여버림

마늘 건더기가 거슬린다면 마늘은 대충 썰어서 체에 받치고 국물에 향만 내주면 됨




완성

국물이 감칠맛이 좋고 깔끔하다

가자미 살도 익혀먹으니 담백하고 단단해서 좋다

심지어 뼈도 물고기 중에서는 그나마 약해서 씹어먹는게 가능하다

사실 가족 생일이라 마침 횟감 안되는 줄가자미도 있겠다 해서 끓여봤는데 맛있더라



줄가자미는 5번밖에 안 잡아봤지만

진짜로 솔직히 말하면 1kg 미만의 것들, 특히 600g 미만의 작은 애들은 별로 돈값 못하는 것 같음ㅋㅋㅋ

내가 아직 좋은걸 못 만나봐서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나올때마다 사려고 하고 있긴 한데 이번 시즌은 요 두 마리가 끝일 듯

그 700g짜리 물 먹은 줄가자미는 대체 뭐가 원인이었을까 아직도 감을 못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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