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이치란?
일본시가현의 비와코(비와 호수)를 일주(이치) 하는 코스로
200km가 좀 안 되는 호수 한바퀴라고 생각하면 됨
아싸찐따로부이... 작년 어느 날 갤에 올라온
'비와이치 같이 갈 갤럼 모집'글을 보게 된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습니땃...
원래 즉흥적인거 좋아하기도 하고
당시에 좀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서
어디로든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항공권부터 예매하고 벙짱한테 오픈톡을 걸었워요
원래는 금요일 저녁~월요일까지 좀 더 여유로운 일정을 생각했는데
회사 사정으로 월요일 연차가 잘리면서
금요일 저녁 비행기 > 토요일 갤럼과 새벽 출발(무박) > 일요일은 혼자서 오사카 시내 투어의
상당히 빡센 일정으로 변경됨
아무튼... 금요일 조퇴 후 여차저차 인천>간사이 입갤...
비행기는 날개석이었습니땃...
처음엔 날개뷰라고 좋아했는데 어두워지니까 아무것도 안보이는건 똑같았음 ㅋㅋ
공항버스 타고 우메다 입성.
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브루아카이부 아시는구나!
정.말.갓.겜.입.니.다.
일본여행 이번으로 얼추 두자릿수 다닌거같은데
오사카는 근 10년만에 온거같읍니다...
하도 간만이라 어떤 분위긴지 전혀 몰랐는데
공항 리무진에서 하차하자마자
길거리에 술 꽐아서 드러누운 아저씨들 천지 오이오이wwwwwwwwww
그동안 생각했던 일본의 깨끗한 거리와는 사못 다른 모습이었음
재밌긴 했는데 취객이 너무 많아서 좀 무서웠읍니다...
역 화장실도 개판
변기마다 술먹고 캔 놓고감ㅋㅋ
차로 마중나와주기로 한 갤럼 기다리는동안
세븐일레븐에서 빵+딸기우유로 미리 칼로리 충전
큰 기대 안했는데 진짜 개맛있었습니다...
어지간한 카페가서 만원쯤 내고 빵에 딸기라떼 사는거보다 맛있는데 이게 3000원돈ㅋㅋ
일본 편의점 음료+빵은 저점이 굉장히 높다는 걸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땃...
우여곡절 끝에 갤럼과 접선 후
차 조수석에서 쪽잠
새벽 4시쯤 나가하마 도착, 라이딩 전 간단히 요기
연어주먹밥 진짜 맛있었음.
첫 200km 라이딩이라 일부러 좀 많이 샀는데
덕분에 다 먹을때쯤 배가 너무 불렀음..
요기 후 새벽 5시쯤 주차장에 차 대놓고
아무도 없는 노상에서 남자 둘이 스트립쇼하면서
잽싸게 빕졎으로 갈아입고 출발
출발지는 나가하마
저는 갤럼에게 자장구 빌려서 탔지만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가하마역에 비와이치 자장구 렌탈 서비스가 있더라구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가서 빌리는것도 괜찮을거같습니다...
자기 자장구 비행기에 들고 가려면 보통 일 아니니...
예쁜데 많았는데 사진을 드럽게 못찍음ㅋㅋ
북쪽에서 제일 좋았던 곳
진짜 고요하고 파도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곳이었는데
물도 엄청 투명해서 다 비쳐보임.
여기서 좋아하는 책 펼쳐놓고 하루종일 있고 싶은 장소였음...
근데 언덕 아래 있어서 오고 가는데에는 고생좀 함ㅋㅋ
개같은 클릿슈즈 신고 갑자기 분위기 암벽등반
그 후 여차저차해서 한 50~60km쯤 타서
시계로 치면 호수의 11~10시쯤 도착했을 때
한 60대 일본인 아조시를 만남
(* 시계 역방향으로 도는 중)
아조시의 이름은 '신 상(신 아조시)'였는데
본인을 신쿤(신 군)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셨는데 ㅋㅋ차마 그렇게는 못 불렀음
후술하겠지만 이 아조시와의 만남이 이 날 라이딩의 가장 큰 추억 중 하나가 되었땃...
처음에 신 아조시와 만났을 때는
저는 그냥 제대로 말도 못 해봄ㅋㅋ일본어를 잘 못해서...
벙짱이랑 신 아조시랑 둘이서 얘기하는거 간신히 알아들을 정도였음.
(*벙짱은 일본 현지 체제중이라 네이티브임)
그렇게 아싸찐따 아니랄까봐 말도 제대로 못 꺼내고 맞장구나 좀 치다 한 5km쯤 가서 아조시가 편의점 가야한다길래 헤어짐
이후 점심
벙짱 추천으로 먹은 치즈규동+톤지루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그동안은 날계란 푸는거 별로 안좋아했는데
이날은 라이딩중이라 배고파서인지 맛있게 잘 먹음ㅋㅋ
사진 맛집 백울 신사
그렇게 점심 먹고 한창 라이딩 중 문제가 생김
새벽에 아싸찐땃쥐 픽업한다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벙짱이 컨디션을 조져서
다카시마시 언저리부터 점점 힘들어하더니
라이딩이 어려울 정도의 상태가 됨.
그래서 둘이 상의한 결과
벙짱은 비와호대교를 건너 반대쪽에서 기다리고
저는 오쓰시를 지나, 비와호 최남단을 찍고
비와호대교 건너편에서 다시 합류하기로 결정을 함.
벙짱과 헤어진 후 오쓰시에 진입했는데
여기가 이 날 라이딩 중 최악이었음
코스가 완전히 시내에 위치해있어서
수십km를 공도에서 타야 했는데
길이 좁아서 사이드미러가 어깨를 스쳐지나갈 정도였고
신호가 너무 많아서 거의 2분에 한 번씩 멈춰서야했음ㅋㅋ
그렇게 오쓰시 한가운데쯤 들어왔을 때
익숙한 헬멧+자전거를 발견함
아까 호수 최북단 언저리에서 헤어졌던 신조시를 다시 만난 것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는데
중간에 비 온다고 바람막이를 껴입어서인지 ㅋㅋ처음에는 못 알아 보셨음
땃: ㅋㅋ 다시 뵙네요
신: 오 아까 그 사람이구만. 같이 타던 사람은 어디?
땃: 몸 상태가 좀 안 좋다 해서, 다리 건너편에서 다시 합류하기로 했어요.
신: 그럼 같이 타쉴?
땃: 좋죠. 근데 저 오늘 저녁에 식당 예약이 있어서, 최대한 빨리 가려구요
신: ㅇㅋ 따라감. 혹시 페이스 안 맞으면 그냥 버리고 가
땃: 저 허접이라 ㅋㅋ 잘 못 타서 그럴 일은 없을거같워요
하여 난생 처음보는 60대 일본인 아조시랑 즉석에서 2인조 결성
근데 이 신조시랑 만났던게 진짜 행운이었던게
비와호 풀 코스는 사진의 '카라하시 다리'가 최남단 포인트인데(빨간 원)
사람들이 대부분 그 위의 '오미오하시 다리'에서 꺾어서 다리를 건너간 것
코스를 안내하는 표지도 오미오하시 쪽으로 되어 있어서
혼자 탔으면 기껏 일본까지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풀코스가 아니라 세미코스를 탈 뻔했음.
오미오하시 도착했을 때 신조시가
'여기 카라하시 다리 아닌 것 같은데? 좀 알아보고 가자'고 해서
확인해보니까 루트가 두개ㅋㅋ 다른 사람들 따라갔다가는 큰일날뻔함
덕분에 다행이 오미오하시 안 건너고, 방향 틀어서 카라하시 다리로 직행
그렇게 신 상과 최남단인 카라하시 입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땃...
(*어떻게 도시 이름이 코스ㅋㅋㅋ)
오쓰의 자동차 많은 헬구간 지난 이후부터는
신조시와 함께 항속 33~36정도로 풀개스 시작
카라하시 다리, 구사쓰, 야스(ㅋㅋ)를 지나
벙짱 비와호대교 건너편에서 합류...
여기서 지친 신 상과 헤어져
드디어 마지막 50km를 달리기 시작
50km 남은 지점에서 최종 보급
일본여행 중 푸딩은 늘 옳땃
벙짱도 저도 많이 지친 상황에서
마지막 50km는 거의 평속 15정도의 라이딩이었음
벙짱은 다리가 털리고
저는 한 달 전부터 어깨 및 승모근 통증으로 물리치료중이라
해당 부위 통증이 도져서 말 그대로 고통의 라이딩이 되었음...
그래도 여기 지날 때 잠깐 멈춰서 일몰 구경하는데
진짜 피로가 싹 풀렸음
사진을 못 찍어서도 그렇지만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평온함과 이쁜 풍경이... 진짜 엄청나게 힐링이 됐음
작년부터 최근까지 회사에서 힘든 일이 많았는데
싹 씻겨져 나가는, 힘들었던 일들이 아무래도 좋아지는 느낌을 받음
그렇게 둘이서 악깡버 하면서
마침내 출발지였던 나가하마로 재입성
비루한 기록이지만
인생 최고로 재미있는 라이딩이었땃
여기부터는 라이딩 이후의 번외편
벙짱 추천으로 간 '나가하마 로망 비어'
미쳤음
개인적으로 나름 맥덕이라고 자부하는데
진짜 시발 ㅋㅋㅋㅋ 어지간한 크래프트비어 다 오징어로 만드는 맛
보통 크래프트 펍 가면 샘플러 시켜놓고 간부터 보는데
여기는 노미호다이(음료 무한리필)가 2000엔대라서 그냥 무지성으로 들이키기 가능
보통 일본 사람들은 술을 벌컥벌컥 마시질 않는 편이라
막상 노미호다이 가도 3~4잔쯤 넘어가면 눈치 주면서 술이 점점 천천히 나오거나
애초부터 리필 주문해도 느리게 나오는 집이 많은데
여기는 맛도 미쳤는데 술도 리필 주문하는 족족 가져다줌...
특히 에일이랑 IPA가 수준급이었음...
유튜브나 국내 블로그만 봐서는 제 능력으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가게였음
다시 한 번 벙짱에게 감사...
헌데 마시고 좀 문제가 생긴게
술을 마셨으니 대리를 부르기로 했는데
벙짱의 차 뒷자석에는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대리를 부르면 조수석+운전석에 둘이 탈 수가 없는 상황
그래서 벙짱+대리가 함께 호텔로 가고
저는 적당히 택시를 잡고 가기로 했는데
제가 그만ㅋㅋ... 노상에서 뻗어서 자버림
두시간동안 연락이 두절되자 걱정된 벙짱은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고
자고 일어나니 몇 명의 사람에게 와 있는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
이 자리를 빌어...다시 한번 죄송합니땃...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길바닥에서 자다 일어나서
벙짱 및 주변인들에게 사과 전화 돌리고
호텔 도착해서 가볍게 한 잔 하고 폭풍 수면
다음날 벙짱과 헤어져서 홀로 오사카 투어
원래 가려던 스시집에 웨이팅이 20팀쯤 있길래
대충 막 들어간 스시집
음식은 뭐 쏘쏘헀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음
다찌에 앉아서 서빙하는 아주머님이랑
조리하시는 분이랑 계속 노가리까면서 술먹는데
진짜 술이 계속 들어감 ㅋㅋ
원래 한두점 먹고 별로면 일어나서 다른데 가려고 했는데
맛보다 분위기때문에 한참 앉아있었음
추천초밥 5피스, 참치 육회, 고등어 및 정어리 사시미, 게내장초밥 및 광어 지느러미 초밥 2pc
맥주 2잔, 고구마소주, 보리소주 미즈와리 조짐.
전날 로만비어를 너무 맛있게 마셔서
캔을 사와서 귀국 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했는데
생각해보니 위탁수화물 없이 배낭여행 온거라 액체류 발송이 안 됨ㅋㅋ
그래서 위의 스시집 나온 이후
노상에서 맥주캔(4캔) 까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님
로부이 아니랄까봐 이런거 찍음
친구 부탁으로 휴먼메이드 줄 서서 샤쓰도 사고
씹덕 아니랄까봐 남은 잔돈으로 가챠도 굴림
봇치는 오와콘 아님
그렇게 간사이로 복귀 후 인천으로 돌아옴.
근데 인천 출국장에서 갑자기 대포만한 카메라 든 사람이 몇십명이 나오길래 뭔일인가 했더니
사쿠라여? 사쿠라네?
르세라핌 왔더라
저번에 후쿠오카 갔을땐 마침 세븐틴 라이브중이었는데
이번엔 르세라핌 ㅋㅋㅋ 운이 좋은듯
아무튼 우여곡절도 많고
우연도 많고 참 예상치 못한 여행의 즐거움이 있는 투어였음
그리고 바이바이 내 지갑아.... 고작 1박 3일 여행에 이래저래 한 백만원 태운듯
그래도 짧지만 농밀했땃
가장 즐거운 여행 중 하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