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라던가 운동 진짜 싫어하지만
지인이 후지산 갈거라고 해서,
'멋지자나' 라는 생각에 따라가게 되었어
평소 운동 안해서 막막했지만
체력은 어느정도 있기도 하고 일 저지르는거 좋아해서 와버렸다
대충 3~4시쯤 출발했어.
나와 일행들은 요시다 루트로 5합목 부터 출발했는데
여기까지는 나무들도 있고 산림을 보는 재미가 있더라
6합목쯤 오는데 여기저기 공사하고 있더라
지금은 무엇이 생겼을지 궁금하네
해도 져물어가서 더 멋있었어.
더운 낮보단 저녁이라 선선하고
노을과 야경미가 더해질테니 멋있겠네 라며 올라갔었어
6합목 올라왔는데 노을지길래 구경하면서 직원분들과
스몰토크 조금 하다가 다시 출발..
정작 멋진 노을은 안찍고 수다만 떨었네
하려는데 저질체력의 한계에 봉착..
HP포션이 필수였어
7합목까지 가는데 너무 힘들더라
차라리 가파르더라고 짧게 올라가고 싶었는데
6에서 7합목 올라가는게 거의 죽음이었어.
잠깐동안 4발로 기어서 올라갔다...
86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거기 '저거넛' 이라는 탱크같은거 나오는데
그거 생각하며 4발로 올라갔어.
지인이 영상도 찍어준게 있지만 너무 추하고 처절하더라
그리고 7합목에 겨우겨우 도착했지...
7합목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되기 전이었는데
꽤 쌀쌀했어.. 7에서 8 오는데 2시간은 걸린기분?
그래도 7에서 8합목 올라가는 사이는
가파르지만 거리자체가 짧아서 좋았어
나는 단거리 타입이라서 7합목 부터는 재밋었다고 생각해
안에 있었던 티가 초 기능성이라 땀/열배출 엄청 잘되는
티셔츠였는데... 긴팔로 입을껄 후회했지만 쩔수없음
라면으로 HP보충하고 야경 찍을 정신도 없이 올라감
가파름은 이정도의 느낌이야
대충 8합목 사이에 이런 식으로 휴게소들이 많아
중간중간 휴게소에선 스탬프 랠리? 처럼 나무에다가
쇳덩어리 스탬프로 도장을 찍어줘
나도 지인들도 했는데 개당 2~300엔정도임
7~8이 가파르고 짧다지만 절대 짧지 않음
요시다가 쉽다 쉽다 하지만 욕을 얼마나 하며 올라간건지
8합목 거의 다 와가서는 너무 추워서 몸이 떨리더라
너무 추운데 강제로 몸을 움직여 올라가다
골반을 삐끗했는데 팔 힘으로 올라갔어
골반쪽이 너무 아픈데 올라가야만 하니까 핫팩을 붙여서 참으며 올라갔다.
저온 화상 입는중도 모르고.. 흉터는 아직도 남아있음
어찌저찌 올라와서 8합목 숙소 토모에칸에 도착했어
이때가 새벽1시였다..
6시간 넘게 걸리더라ㅜ
내가 제일 체력이 약해서 같이 와준 일행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어..
나중엔 골반 부상 때문에 짐 일부를 들어줬어.. (민폐)
일행이 오전출발조 A팀과 오후출발조 B팀 있었는데
나는 B팀이었고 우리중에는 고산병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
A조에는 고산병환자가 있어서 출발못함
우리 조에는 고산병은 아니어도 잠 포기 못해서
일출포기하고 잔 친구들도 있었다
2시간 자고 이 악물고 일어남
솔직히 골반도 아프로 화상 물집 터트리고 약 밴드 바르고
씻지도 못했고 피곤해 죽겠는데 그냥 다 모르겠고
자고 싶었는데....
산을 오르기 전에 씹덕마인드로 약속한게 있어서..
회사원 마인드로 욕한번 시원하게 하고 일어나서
커피타서 올라갈 준비했다
그 와중에 기압차이로 카누 빵빵해서 귀엽ㅋ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싸구려 보온병이라
올라가니 차가워져서 못 마심
정상을 거의 앞뒀는데 빨간색이 올라온다
구름에 가려서 멋진 절경은 못볼거 알았지만
그래도 멋지더라
이미 사람들이 꽤 많았어
나도 빠르게 언덕으로 가는 중
자리잡고 보니 다들 일출촬영준비에 바쁨
문제는 구름땜에 일출 따위 못본다 ㅋㅋㅋㅋ
올라와서 해보고 싶었던것 라면 끓여먹기.
찾아보니 누군 된다하고 누군 안된다하던데
등산용 버너는 된다고 나와있어서 챙겨왔었음.
돌아다니시는 분께 물어보니 먹는건 괜찮은데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래서 쓰레기는 다 챙겨옴
라면 맛있었다
개고생해서 왔는데 일출 제대로 못보니 속상했음
그래도 멋지더라
체력도 오버였고 부상도 있어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너무 많았다
그런더 올라가기 전에 우마무스메 트윈터보 에피소드를 봤던터라
'이것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는 메세지를 새기며
터보짱과 함께 올라왔어
올라오고 나니까 일출은 못봤지만 내 마음의 일출을 보았다면서 웃을 수 있더라
(대충 정신승리했다는 말)
이제 내려가려 아래 보는데 비행기 타는 기분이었음
'구름 맛있겠다, 입벌리고 가야지' 이 생각 함
내려오는건 껌이더라 2시간 정도만에 내려왔어
경사가 있으니 쉬운데 6합목부터는 경사가 적어서
진짜 재미도 없고 힘들더라ㅜㅜ
말타고 가는거 보면서 다음엔 나도 말타고 가야지 생각함
다들 느꼈겠지만 6합목쯤부터 다시 초록색이 보인다
지루한 평지를 한없이 걸었어
겨우겨우 5합목 입구로 다시 도착하는데 눈물나더라
버스타러 나와서 바라본 후지산
오르기 전과 후의 느낌이 다르더라
구름이 많이 지나가서
아마 이날 올라가신분들은 다음날 일출 보셨을거야
다음에 또 갈일은 없겠지만 다시 간다면
짐이라던가 옷이라던가 더 잘 챙겨갈 수 있을 것 같아
긴 글 읽어준 유붕이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