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국민대차대조표 상 저축으로 분류됩니다. 소득에서 지출을 뺀 나머지 항목을 저축이라고 합니다.
주식과 부동산이 상승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경제가 성장하거나, 돈이 늘어나면 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실질적 상승이고 후자의 경우는 명목적 상승, 즉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전 세계가 장기적 저성장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 주가는 경제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급등합니다. 이를 버핏지수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버핏지수는 시총/GDP로 계산됩니다.
경제성장이 아닌 화폐발행을 통해 자산가격을 부양한다는 관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입니다. 배짱을 부려 달러를 찍어내도 뭐라 할 수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오히려 전 세계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미국이 달러를 무지막지하게 찍어줘야 합니다. 전 세계 모든 국제결제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2023년 말 국제결제의 60%가 달러를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미국은 이러한 결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만큼 달러를 찍어줘야 합니다.
다음은 미 연준의 자산 현황입니다.
미 연준의 자산은 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2배, 코로나시절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또 2배 증가합니다. 이는 곧 (정확하진 않지만)달러발행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미 연준 자산 증가 과정을 보면, '미 정부의 국채 발행 → 미 연준의 매수와 그에 상응하는 달러 발행 → 재난지원금 지급 → 전체 통화량 증가' 입니다. 그 결과 2021년 인플레이션이 뒤따라오죠. 반면 08년 금융위기는 미국 정부가 발행한 게 아닌 시장에 있는 채권을 사줬습니다. 정부가 돈을 뿌리진 않았으므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진 않습니다. 결국 미국 자산가격 급등의 원인 중 하나가 무지막지하게 풀린 달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위급할 때마다 show me the money 치트키를 쓸 수 있습니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므로 이런 식의 자산가격 부양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처럼 채권을 찍어 중앙은행이 사준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동반될 것입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입니다.
한국이 원화를 발행하려면 순전히 국력으로 발행해야 합니다. 바로 순수출입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달러가 없는데도 미국처럼 국채를 찍어냈기 때문입니다.
저축에 대해 알아봅시다. 경제학원론 교과서에서는 저축이 증가하려면 투자와 순수출이 증가하면 된다고 가르칩니다.
한국은 고정자산형성이 어느 정도 완료된 나라입니다. 또한 저출산으로 인해 내수가 성장하기도 글렀습니다. 따라서 투자(I)가 증가하긴 어렵고, 순수출(NX)이 저축의 규모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순수출이 증가하면 원화 발행이 증가하고 그에 더해 저축도 증가하여 자산가격의 부양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이 아닌 화폐의 측면에서 한국의 자산가격은 이렇게 결정됩니다.
또한 유동성이 말라가고 저성장에 접어든 한국의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이 동시에 상승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저축의 흐름에 실물자본과 금융자산의 상충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한국 가계의 자산구성입니다. 여기서 한국의 문제점이 또 드러나는데, 돈을 찍어서 주식시장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보낸다는 점입니다.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은 60%에 육박하는 반면, 주식의 비중은 10%도 채 안됩니다. 건물은 지어놓으면 끝이고 오히려 감가상각만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나라 국민들은 부동산에 미쳐있습니다. 건설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입니다. 아파트 하나에 엄청난 벨류체인이 엮여 있으므로, 저성장을 둔갑하는 데 이만한 산업이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부동산을 왜 죽일 수 없는지 이해가 됩니다. 문제는 부동산 산업이 마약과 같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을 통한 성장은 끽해야 10년 정도밖에 안됩니다. 수도권에 부동산이 올라갈 만한 땅에는 이미 부동산이 다 올라갔습니다. 지어놓고 나면 어떡하죠? 새로운 땅을 찾아 부동산을 올릴까요? 그렇게 되면 자기네 집값 떨어질 게 뻔한데, 기존 집주인들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최근에는 1기신도시특별법에서 용적률 상향을 놓고 이러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세금인상과 부동산공급을 억제한 것에 이러한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자기네 집값 떨어지는 정책을 절대 내놓지 않습니다. 문재인정부의 뻘짓은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와 임대주택사업자제도 도입, 그리고 DSR 도입 지연입니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은 세금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미친소리를 지껄입니다. 하지만 수요는 세금이 결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부동산 공급자를 겨냥한 부동산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가 문제였는데요, 이 경우 부동산공급자들은 세금을 가격에 반영하여 수요자에게 같이 부담시킵니다. 결국 공급은 감소하고 가격이 오릅니다.
이 원리에 따라 서울 부동산 가격도 상승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은 경제학을 몰랐거나, 천재적으로 국민을 우롱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임대소득자 등록제도는 오히려 부동산 보유자의 세율을 낮춰주어 부동산 투기를 더욱 크게 일으킵니다. 주전세의 도입입니다. 갭투자와는 조금 다릅니다.
집을 사고 바로 전세를 들인다는 점은 갭투자와 유사한데, 주전세의 경우 집주인이 또다른 곳에 전세로 들어갑니다. 이 경우 더 낮은 비용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죠. 서울 집값이 미쳐돌아가게 됩니다. 전세자금대출의 허점을 이용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한때 이 갤러리에서 입지전적의 위치에 있던 모 갤러도 이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마지막으로 DSR도입 지연입니다. 대출 레버리지 규제 3종세트 LTV, DTI, DSR중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원래 2021년 도입될 계획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를 주택가격 붕괴를 이유로 단계적으로만 도입하며 실질적 도입을 뒤로 미룹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 전세계적 금리인상으로 채권, 주식, 부동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하락하고 있었죠. 이것의 의도는 아마 급락 전 탈출 기회를 준 것입니다. 문재인정부 인사 중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게 아마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말만 내뱉지만, 이제와서 돌아보니 그들의 검은 속내가 돋보입니다. 이 외에도 문재인정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동산정책은 셀 수도 없습니다.
정치인도 결국 이익집단일 뿐입니다. 누구누구가 나라를 살린다느니 마지막 희망이라느니 하며, 대가리 깨진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모두 반성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절대로 자신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권력을 발휘합니다. 서울 부동산을 죽여야 나라가 사는데, 그러면 자기 집값이 떨어지니 부동산을 가격을 올린 것이죠. 선거철마다 정치 테마주가 뜨는 이유도 이에 있습니다. 정치인을 조사해보면 돈 벌 기회가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을 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식시장을 죽인 정황도 있습니다. 바로 대주주요건 하향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입니다. 대주주요건 기준금액 하향은 주식부자들을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이동시켰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코스피 할바에 부동산 투기나 하라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 정책이었습니다.
해외에서도 금투세와 유사한 세제를 운영중인데, 해외의 금투세는 조세 정의와 과세체계의 합리성에 입각하여 설계된 반면, 한국의 금투세는 그냥 세금 더내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부동산 상승을 위해 주식시장의 돈마저 빼가려 했죠. 코로나19 유행 당시 코스피가 오른 것은 문재인이 잘해서 오른 게 절대로 아닙니다. 코로나 이전 코스피가 2000 박스권에서 머물던게 대표적이죠.
한국의 경우, 보통의 상황이라면 부동산과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에 상충 관계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주식이 오르기 요원한 상황입니다.
어찌 보면 윤석열은 문재인에게 부동산버블이라는 빅똥을 얻어맞은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도 주식이 오르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점입니다. 윤석열은 취임하자마자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냅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대출규제 완화 및 인위적인 대출금리 조절을 통해서입니다. 부동산에 아주 진심입니다.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는 분이 은행에 대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합니다.
이게 어떻게 시장경제입니까? 이건 계획경제입니다. 정부 개입이라면 치를 떠는 분이 좌파의 논리를 빌려옵니다. 아주 웃긴 사람입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부동산을 위해 40조원 특별 펀드를 조성하거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허용해주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윤석열 본인과 그 주변이 서울에 집이 있으니 당연합니다. 반면 이들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40조원 펀드를 조성하거나 상폐기업 지원을 해주었나요? 이 부분에서 윤석열이 주식보단 부동산에 진심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이 주식시장에 눈을 돌린 계기는 지지율 하락입니다.
경제는 안좋아, 그렇게 공들였던 부동산까지 시원찮으니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립니다. 시장에 예고도 하지 않은 채 공매도금지를 기습 발표합니다. 국회의원끼리 카톡이 유출되며 공매도 금지가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이 드러나죠.
이들이 공매도금지를 심사숙고하여 결정했을리 만무합니다. 그 역효과가 지금의 코스피 변동성 심화로 되돌아왔습니다. 어쨌든 당시에는 개미들이 환장했죠. 개인투자자 중 공매도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나저라나 공매도자는 개인투자자의 적이죠.
이 뒤에도 대주주요건 10억→50억 상향, 금투세 폐지, 저PBR주 개선 공약 등 주식시장 개선책을 우후죽순 발표합니다. 그러나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발표된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추진 방향' 보도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상법개정을 한다고는 써놨는데, 손배책임 구체화만 써놨지, 이사의 주주이익 극대화 책임은 쏙 빼놨습니다. 손배책임 구체화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후진 집단소송제 제도에 있습니다.
법제의 문제점으로 이사에게 소송을 걸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걸어도 소송에서 원하는 목적을 이뤄내기 힘듭니다. 상법개정이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미끼를 던진 채 조그맣게 '근데 주주권리는 관심없음 ㅋ'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②번의 경우도 뭐 어쩌란건지 모르겠습니다. 승계 이슈가 있는 지주사들이 애초에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할 리 없습니다. 테마 형성을 위한 연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을 띄우려면 이보다 더 강한 부양책이 필요합니다. 4월 총선 이후에도 이 스탠스를 유지할지가 코스피의 최대 리스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유동성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주식과 부동산을 동시에 띄우려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은 부동산 편인 것 같습니다. 주가와 부동산 동시부양에 성공한다면, 윤석열은 성군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코스피에서는 정치인의 의중을 잘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성을 버리고 2차전지, 초전도체, 저PBR같은 테마에 빨리빨리 선동당하는 게 부자되기 가장 쉬운 길이죠. 머리가 아프다면 미국주식이나 코인으로 넘어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