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1939년에 처음 탄생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DC의 굵은 기둥으로 우뚝 선 초인기 히어로
이런 배트맨에게 영향을 준 것들은 무수히 많다
배트맨의 공동 창작자인 밥 케인이
자신의 자서전 [배트맨과 나(The Batman & Me)]에서 밝힌 바로는
1920년 영화 [조로의 표식(The Mark of Zorro)],
1924년 영화 [박쥐(The Bat)] 등이
배트맨을 만드는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이 중 조로의 표식은 1919년에 나온
[카피스트라노의 재앙(The Curse of Capistrano)]이라는
펄프 소설에서 처음 나온 쾌걸 조로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참고로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은 쾌걸 조로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정발되어 있다
영화 박쥐는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가 1908년에 쓴 소설
[나선계단의 비밀(The Circular Staircase)]를 원작으로 삼은
동명의 1920년 연극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나선계단의 비밀 또한 이북 전용으로 우리나라에 정발되어 있다
1970년에 나온 [스테란코 만화사(The Steranko History of Comics)]에 따르면 배트맨의 공동 창작자인 빌 핑거는
배트맨의 첫 등장 이야기는 섀도우에서 출발했다고 고백했다
다들 알다시피 배트맨은 1939년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의
[화학 회사 사건(The Case of the Chemical Syndicate)]이라는
이야기로 처음 데뷔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1936년에 나온 섀도우 매거진 113호의
[위험한 동업자들(Partners of Peril)]을 거의 그대로 따왔다
두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한 화학 회사를 소유한 4명의 사업가 중 한 명이
나머지 3명의 동업자를 죽이고 회사를 혼자 다 먹으려고 한다
동업자 2명이 죽은 시점에서 배트맨/섀도우가 이를 막고
사악한 사업가를 물리친다
섀도우는 90페이지 이상의 소설이고 배트맨은 고작 6페이지짜리
만화에 불과하기에 섀도우에서 등장하는 이야기의 잔가지들은
배트맨에서는 모두 사라졌다
화학 회사 사건의 장면, 유사성이 느껴지는가?
또한, 위험한 동업자들은 1940년에 나온 배트맨 1호의
조커 이야기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 있다
조커가 범죄를 예고한 뒤 경찰들이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모이지만 피해자가 속수무책으로 살해당하는 구조가
해당 섀도우 이야기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것
얘기가 나온 김에 섀도우에 대해서 소개해보자면
1930년 7월 31일, 스트리트 앤 스미스의
월간 펄프 잡지 [디텍티브 스토리 매거진]의 판매 촉진용으로
만들어진 라디오 프로그램 [디텍티브 스토리 아워]의 나레이터로서
데뷔했다
(짤은 깁슨의 전기, 월터 B. 깁슨과 섀도우)
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섀도우의 잡지를 요청하는 문의가
많아지자 스트리트 앤 스미스의 유통 매니저 헨리 월리엄 랄스톤은
월터 B. 깁슨에게 섀도우 이야기를 만들라는 의뢰를 넣었다
그렇게 깁슨은 맥스웰 그랜트라는 필명으로 1931년 4월 1일,
섀도우 매거진 1호에서 첫 번째 섀도우 이야기,
살아있는 그림자(The Living Shadow)를 내고
그 후 20년 동안 282편의 섀도우 이야기를 달마다 두 번씩 써냈다
섀도우에게 영향을 준 것들로 깁슨은 드라큘라와
에드워드 불워리턴의 [The House and the Brain]을 뽑았지만,
1916년 프랑스 영화 [쥐덱스(Judex)]도 섀도우에게 영향을 줬다고
여겨진다
쥐덱스가 미국에서 The Mysterious Shadow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는 점, 그리고 쥐덱스와 섀도우 복장의 유사성 등이
그 증거로 뽑힌다
1940년대의 프랑스에서는 섀도우 만화가
쥐덱스의 모험담이라고 소개됐을 정도
이 친구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랑 비슷한 과로서,
악당에게 아버지를 잃은 뒤 복수를 위해 활동하는 영웅이다
뛰어난 전투기 조종사이자 변장의 달인이며,
성 아래에 비밀 기지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쥐덱스도 무언가의 영향을 받았으니
그건 바로 1911년 프랑스 범죄 소설 팡토마스
팡토마스는 1911년에 처음 나와 1963년까지 무려 43권이나 나온
범죄 소설 시리즈로 국내에도 4권까지 정발된 바 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더 사악하고 잔인한 루팡 같은 캐릭터
쥐덱스를 만든 루이 푀이야드 감독이 1913년에 팡토마스 영화를
만든 바가 있으며 그 영화와 흡혈귀단(LES VAMPIRES, 1915)이
범죄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있자 영웅물을 만들기로 하고
소설가 아서 베르네드와 협엽해서 만든 것이 쥐덱스
깡패들을 수하로 부리고 변장술이 특기인 악당 팡토마스,
섀도우랑 비슷하지 않은가?
참고 자료
Judex, The Shadow, Fantomas 영문 위키피디아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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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가 배트맨한테 큰 영향을 줬다길래 삘 받아서 찾아봤는데
파면 팔수록 뭐가 계속 나오는 게 재밌음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