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항공에서 1년을 마치며 - 스압 포토 잡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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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아침 - PHNL visual 8L)
모두 안녕! 오랜만이다 ㅎㅎ
2024년도 이제 딱 한달 남았네. 시간은 정말 잘 가는 것 같아! 다들 잘 지내고 있지?
지난번 트레이닝 후기 글을 올리고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이제 내가 하와이안 항공에 취직한지 딱 1년이 지나서 업데이트 글을 올려볼까 해.
(자주 보이는 동네 쌍무지개)
미국 항공사에서는 취업 후 1년을 넘기는게 상당히 큰 이벤트야.
Probation (수습 기간?) 이라고 해서 처음 1년동안 이런저런 사고 안치고 잘 넘기면 이제부터는 미국 파일럿 노조의 보호를 받으면서 일 할 수 있거든 ㅎㅎ
수습기간 동안은 회사가 마음대로 조종사를 해고 할 수도 있지만 이제부터는 어지간해서 회사가 나를 해고 할 수 없게 되어서 마음이 참 편해.
노조 비용으로 매달 월급의 2% 정도가 깎이기는 하지만 ㅠ 강력한 노조의 일원이 되면서 얻는 이득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1년을 무사히 넘기는 것을 다들 서로 축하해 주고 있지.
(빅 아일랜드 Hilo 공항의 아침)
하와이에서 1년을 보내면서.... 솔직히 지금껏 살면서 이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던것 같아!
예전에 알래스카 오지에서 사냥하고 낚시하고 살때도 참 행복했었는데 지금도 참 좋네. 하루 하루가 기쁘고 미소짓는 날이 대부분이어서 아주 만족하고 있어.
(카우아이 섬 Lihue 공항의 한적한 오후)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섬에서의 삶은 정말 느릿느릿~ 하고 슬로우라이프 느낌이 나!
1년의 대부분이 화사한 날씨여서인지 다들 항상 싱글벙글 웃고 있지.
하와이에서의 비행은 이제 아주 숙달이 되어서 편하고 즐거워!
보잉 717로 다니는 곳은 하와의 섬들의 5개 공항 밖에 없거든? ㅋㅋㅋ
이제 어디에 어느 웨이포인트가 있고 어떻게 비행 해야 하는지 꿈에서도 줄줄 외울정도로 너무 익숙해.
하루에 이/착륙을 7번씩! 하는 날도 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 버렸어. 옛날 교관 할때 트래픽 패턴 도는 느낌? ㅎ
(내가 제일 좋아하는 shoreline visual)
매일 같은 5개의 공항만을 간다고 지루하지 않으세요?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진 전혀 그렇지 않아!
세상에서 돈 받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해. 모든 순간이 특권 같고 결코 그냥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뜰때 "아... 오늘 일 하러 가야된다 ㅠㅠ"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서 참 좋아!
일 하러 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일 -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몰라.
미국에 처음 이민 왔을때 엄마 아빠 따라서 야간 건물 청소에 쓰레기 줍고 다녔을때도 있었는데 ㅎㅎ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
역시 행복의 비결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비교를 하며 지금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게 좋은것 같다.
이곳에서 30년째 같은 비행만 하고 계신 기장님들도 하와이는 질리지 않는 환상적인 뷰라고 하시며 자주 사진 찍으시지.
진짜 아름다운 곳이다! 하늘에서 보는 파라다이스는 매일 가슴이 뛸 정도로 매력적이야.
이런 멋진 해안선을 오토파일럿 끄고 비행해서 파이널에서 90도 턴 하면 정말 재미나!
(하와이안 항공의 717 트레이닝 부서는 오토파일럿 끄고 비주얼 비행 하는것을 항상 적극적으로 격려함)
보잉 717은 fly by wire 가 아닌 옛날 방식의 케이블 컨트롤 탭;;; 과 피드백이라 진짜 비행 하는 맛이 난다는게 업계의 정설이지 ㅎ
에어버스 사이드 스틱 가지고 '툭툭' 거리며 장난치는 거보다
마우이 섬의 악명높은 윈드시어를 뚫고 하루에 여러번 착륙하는 717의 전사들이야 말로 진짜 조종사들이다능!!! 하는 마인드가 퍼져 있어 ㅋㅋ
(웃자고 하는 소리고 구닥다리 비행기를 몰아야 하는 슬픈 조종사들의 정신승리 멘트임)
하지만 진짜로 미국 121 항공사 중에서 가장 원시적으로 비행을 하는 조종사들이 바로 하와이안 항공의 717 부대가 아닐까 해;;
717은 쫌 오래된 비행기라 이런저런 기믹이 많은데 ㅋㅋ 가끔 이런 골때리는 짓을 하기도 하지.
맨 왼쪽 상단의 숫자를 보면 기내에 보내지는 공기 온도가 0도 라고 나타내고 있지? 이거 화씨임 ㅋ
비행기 냉방을 담당하는 왼쪽 PACK 이 갑자기 맛이 가서 슈퍼쿨링을 하기 시작 했는데 영하 18도의 바람과 얼음 파편들을 퍼스트 클래스 쪽에 내뿜기 시작했지.
근데 앞좌석 손님들이 환호성 지르면서 무지하게 즐거워 함 ㅋㅋ 역시 하와이!
(카우아이 섬)
참! 하와이안 항공은 알래스카 항공에 인수되었어!
하지만 하와이안 항공이라는 브랜드가 없어지는건 아니고 알래스카/하와이안 듀얼 브랜드로 계속 간다고 하네?
기존 루트들이 사라지는건 아니기 때문에 나와는 지금 크게 상관 없고 그냥 월급을 누가 주는지만 바뀐 느낌이야 ㅎ
하지만 나중에 상황이 변해서 본토 쪽이나 알래스카 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 알래스카도 내가 정말 좋아하거든 :)
하와이안 항공의 로고인 '푸알라니' 라고 해! 폴리네이시아인 여성의 얼굴인데 -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울 회사 비행기 도색 예쁘다구 훗!
올해로 95년 역사의 참 오래된 항공사 였는데 (그동안 인명피해 1도 없었구...) 이렇게 알래스카에 팔려 가 벼렸으니 ㅠㅜ 회사에 무척 슬퍼하는 분들도 계셨지.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뭘 어쩌겠어?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계속된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다녀야지...
내 월급을 누가 프린트 하는건 중요하지 않고 누가 되었든 어쨌거나 계속 프린트 된다는게 중요한거지 뭐. 아 몰라~ 계속 다닐거임.
(빅 아일랜드 코나 공항의 저녁)
일 하면서 소소한 즐거움들이 여럿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야. 바로 코나 공항 야외 제트브리지 아래에서 손님들 배웅 해 드리기 ㅎㅎ
하와이안 항공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하와이 거주자 분들도 많지만 하와이의 여러 섬들을 다니는 외국인 손님들이 참 많은데
이렇게 좋은 풍경에서 야외 브리지를 이용해서 내리는걸 정말 즐거워들 하셔.
다들 함박웃음을 지으며 카메라로 두리번 두리번 촬영 하면서 내려오는데 조종사들이 아래서 배웅 해 드리면 정말 기뻐하시지. 물론 같이 사진도 듬뿍 찍어드림.
소소한 즐거움 #2! 꼬마 손님들 조종실로 모셔와서 사진 찍어 드리기 ㅎㅎ
미국 항공사들은 손님들이 비행기에 승/하차 할때 조종실 문을 열어놓고 반겨드리거든?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꼭 한번씩 '우와~' 쳐다 보면서 신기해 하시지.
조금 용감한 꼬마손님들은 조종실로 찾아와서 인사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꼭 이렇게 앉혀서 사진 찍어드리곤 해.
너무 흥분해서 입을 못 다무는 아이도 있고 진짜 감정에 겨워서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어 ㅠㅠ
한 동양인 부모들은 아들이 조종실에서 너무 즐거워 하자 계속 90도로 감사하다고 몇번이나 인사하셔서 기억에 남네 ㅎㅎ 자기 나라에서는 이렇게 못 한다고 하시더라고
비행기 좋아하는 어린 손님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평생 가는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해. 꼬마기장님 나중에 커서도 꼭 하와이안 항공을 이용 해 주세요~!
즐거운 하와이 여행에 빛나는 한 조각이 되길-
소소한 즐거움 #3. 손님들이 선물 해 주시는 온갖 음식들 ㅎㅎ
하와이안 항공의 널널한 알로하 분위기는 참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데 손님들도 자주 이렇게 동참하셔서 승무원들에게 온갖 선물을 가져다 주셔.
"안전비행 부탁해요~" 하면서 스팸무스비 세트를 선물 받으면 정말 행복하지~~
이런 좋은 뇌물? 이 들어오면 기장님들이 기분이 좋아지셔서 비주얼 접근 할때 약간 더 일찍 고도를 낮게 비행해서 이런저런 기내방송 투어를 해 주시기도 하셔 ㅎ
회사에서도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조종사들의 역량대로 자유롭게 비행하고 하는걸 신경 쓰지 않아서 참 좋아.
(석양을 향해 나는 드래곤 717)
내가 어렸을때 제일 좋아했던 책이 이영도 작가님의 '드래곤 라자' 라는 책이었는데 마지막 장에서 인간 세상을 등진 드래곤이 석양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이 있어.
소설의 여러 주제를 아우르는 의미심장한 장면이라 어린 나의 상상 속에서 정말 멋지게 보였거든?
그래서인지 어느때 부터인가 석양을 향해 움직이는걸 참 좋아하게 되었어.
산책도 그렇고 운전도 그렇고... 그리고 물론 비행 할때도 석양을 추적하며 가는 비행을 제일 좋아해. 정밀 멋진 순간이거든?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더 고요해지는 순간, 드넓은 태평양의 하늘에서 붉은 수평선을 향해 날아가는 느낌이란.... 그 어떤 언어로도 잘 표현 할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좋다.
(요건 아침! ㅎㅎ )
하와이안 항공에서 717 비행의 최고 장점은 바로 규칙적인 생활이야.
하와이에서 비행이라는 것은 - 항공사의 세계에서 비행기 조종이라는 그 본질에 제일 가까운 직업 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조종사들의 삶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기도 해.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 오후나 저녁에 집으로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항공 업계에서 정말정말정말 드문 일이거든?
잠을 제때 잘 잘 수 있어서 피곤하지 않고, 가족과 함게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고, 그리고 피곤하지 않기 때문에 쉬는 날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어.
물론 같은 회사 내에서 330 이나 787 대형기 모는 조종사들 보다는 월급이 낮지만 - 이 부분은 사람들의 의견이 꽤 갈리는 것 같아.
이게 어떤 이야기 인지 설명 해 볼까 해.
어느정도의 수입이 있어야 만족 할 수 있을까?
우선 월급이 많다고 싫어할 사람은 없을테고 (나를 포함 해서), 우리가 사업을 해서 큰 부자가 되는거도 아니기 때문에 은퇴할때까지 계속 일은 해야 할텐데 일단 젊었을때 한푼이라도 더 저축 해 놓으면 좋긴 하겠지?
하지만 돈이 저절로 돈을 만들게 하는 찐부자가 아닌 우리 같은 월급쟁이의 삶이란 것은 결국 우리의 시간을 갈아 넣어서 돈과 맞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한계가 있어. 바로 시간이지. 주어진 시간을 나누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우리들은 무엇보다 시간이 제일 큰 제한 요소 이기 때문에 다른 것들과 밸런스를 정말 잘 맞춰야 하는 것 같아. 한국도 요즘 워라밸 이야기 자주 하잖아?
잠 자는 시간 빼고 계속 일만 한다면 물론 그에 상응하는 더 큰 월급이 나올테고, 그에서 오는 풍족함과 기쁨도 있을것 같아.
하지만 다른데 쓸 시간은? 정말 진부한 이야기지만 인생을 돈만 벌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즐겁게 살고 싶어.
일도 물론 열심히 하고 또 다른 부분에서 나에게 큰 의미를 주는 곳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
미국 조종사들의 월급은 노조가 회사와 협의한 계약대로 모두 오픈되어 있지만 월급에 관한 질문을 내가 정말 많이 받기에 이번에도 다시한번 오픈 할께.
미국은 2주에 한번씩 보통 월급을 나누어 받게 되어 있어.
그 달 처음 페이가 최소기본급여의 반절이고 그달 두번째 페이가 최소기본급여 나머지 반절 + 여러가지 다른 수당이 붙는거지.
그럼 하와이안 항공에서 2년차 부기장, 그것도 제일 급여가 낮은 717 조종사 월급은 얼마일까?
내가 11월에 받은 월급이야.
세금 내기 전 총 월급은 $19632 (~2730만원) 이고
하와이의 ㅎㄷㄷ 한 세금을 다 내고 보험/노조 비용 내고내면 실수령 금액은 $11928 (~1650만원) 정도가 되는 것 같아.
사업 하시거나 의료쪽에 계신 분들하고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나는 이 정도로도 너무 충분하다고 생각 해!
게다가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 아니고 아름다운 곳에서 살며 재미난 비행 하면서 이렇게 돈을 받는 다는 것은 너무나도 감사 할 일이야.
급여는 노조 덕에 매년 많이 올라가게 되어 있고 또 1년 뒤쯤 기장으로 업글 한다면 연봉이 또 크게 뛰기 때문에 지금부터 아둥바둥 살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어.
같은 회사 내에서 330 이나 787 타는 친구들은 내 월급보다 30-40% 더 받는다고 보면 될 것 같아. 정말 많은 돈이기는 한데 그만큼 한달의 대부분을 외지에서 보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장거리 비행이니 시차 적응 문제도 있기도 하고.
하지만 개의치 않고 대형기에서 열심히 일 해서 돈 잘 버는 분들도 분명 많이 계시고 그 분들의 선택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뭐라고 이야기 할 부분도 못 되! 개인이 결정 할 문제거든. 나도 앞으로 한국으로 자주 다니고 싶어서 그쪽으로 관심이 있기도 하구.
이렇게 717 쪽은 급여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거일 매일 집으로 출퇴근 하다보니 처자식이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시는 기장님들이 대부분 선택 하시는 것 같아. 어쨌거나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향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 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 해서 참 좋아.
급여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미국 항공사의 401k (연금) 에 관해서 조금 덧붙일게.
미국 항공사는 조종사 세전 급여의 17% 를 꼬박꼬박 연금 계좌 401k 에 적립 해 줘. 이거 진짜 좋은 베네핏 인것 같아!
내가 이곳에 입사 하기 전에는 401k 쪽에 한번도 투자 한 적이 없었어서 (받는 대로 먹고 살기 바빴어서 ㅠ) 작년 10월에 입사 했을때 정확하게 0원 있었거든?
1년이 지난 지금 내 연금 계좌에는 이만큼 돈이 쌓여 있어.
$64000 중에서 $23000은 내가 월급에서 까서 직접 넣은 금액이고 (미국 국세청에서 지정한 개인 연금투자 상한선)
나머지 $41000 는 회사에서 꼬박꼬박 적립 해 준 돈 + 그걸 지속적으로 투자한 SP500 복리 수익이야.
이렇게 앞으로 은퇴할때까지 남은 30년동안 꾸준히 이어 나간다면 훗날 연금 계좌에는 정말 내가 꿈도 못 꿔봤던 큰 돈이 쌓여 있을거야. 복리는 기적이니깐. 물론 미국이 폭망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ㅎ
매달 받는 월급을 따로 저축/제테크 하지 않고 매번 펑펑 쓰더라도 401k 만 계속 이어 나간다면 훗날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것 같아. 여기에 내가 세금을 내는 미국 연방정부에서 주는 연금도 따로 있을테니 (세금을 많이 낸 만큼 많이 받음) 마음이 한결 편해.
다시 말하지만 이런 연봉과 베네핏은 미국 모든 레거시 항공사에서 대부분 평준화된 것이기 때문에 어디든지 무조건 입사만 해서 존버하기만 하면 되 ㅎㅎ
(하와이안 항공은 레거시 항공사 중에서는 급여가 낮은 편에 속해. 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 같은 빅3 사가 서로 비등비등 하고 알래스카/하와이안은 0.5 티어 낮은 느낌이야. 하지만 나는 본토의 대도시에서 북적거리며 사는게 싫어서 ㅠ)
(오아후 섬 북부 해안가의 어딘가..)
조금 길어졌저만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이거야. 나는 지금 내 생활과 급여에 크게 만족하고 있어. 지금 이 상황에서 큰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아. 더 이상 바라지 않아.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상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아름다운 해변가에 가서 혼자 궁상 떠는거야 ㅎㅎ
고운 모래 속에 발을 파묻고 발가락을 꼼지락 대며 주저앉아서 태평양의 밀려오는 파도를 구경 하다 보면 어느덧 내가 좋아하는 석양이 찾아오고 이런저런 생각이 송송 떠오르지.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너무나 좋아해. 계속 이런 여유를 즐기면서 살고 싶어. 사랑해요 717 <3
(환상적인 석양에서 멀리 혼자 서핑하는 bro. 나는 상어 무서워서 절대 멀리 못나감;; 매년마다 몇명씩은 꼭 물린다구 ㅠ)
마지막 사설로- 내 생활을 돌아보면 나는 한달에 $5000 벌때나 $10000 벌때나 생활패턴이 크게 변한게 없는 것 같아.
파인 다이닝 / 명품 같은 거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항상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음식만 계속 찾게 되고 다른 물욕도 크게 없어서 차도 옛날부터 타던 300만원짜리 잘 굴러가는 차 계속 타고 있고 바꾸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래. 쓸데없는 지출이라면 위스키/꼬냑 좋아하는 것 정도?
그렇다고 내가 엉뚱하게 검소한 사람이거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야. 나는 그냥 있는것에 고냥고냥 만족 하고 크게 바꾸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인것 같아.
하지만 말이야 -
내 기준으로 어느정도 돈을 조금 벌게 되면서 정말 행복헤진 점 하나는,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줄 수 있게 된 점이라는 것 같아.
나 자신에게 돈을 쓰는것은 싫어하는데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즐거워.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행복하다는 말은 진리야.
내 어머니/아버지 자식들을 위해서 미국 이민 오셔서 영주권 얻으려고 닭공장 다니시고 여러 험한 일 하시느라 몸도 상하셨는데 지금은 한국 시골에 은퇴해서 살고 계셔. 내가 너무나 고맙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야. 그동안은 나도 자리 잡느라 잘 해드리지 못했는데 지난번에는 한국 나가서 아빠 차도 바꿔드리고 호캉스라는 것도 한번 가 봤고 좋은 횟집도 모시고 가서 제일 비싼 코스 요리 사 드렸고 용돈도 많이 드리고 왔어.
평생 큰 지출없이 사셨던 분들이라 적응이 안 되셔서 그런지 저녁때 눈물을 흘리시는데 내가 꼭 안아드렸어.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셨던 사랑하는 부모님께 앞으로 나도 펑펑 잘 해드릴거야. 이런 여유로움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감사하고 행복해.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아.
(쨘!! 내가 착륙하는거 누가 찍어줌 ㅎㅎ)
나는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여기 오지 않았어. 부모님은 물론이고 그동안 나에게 멘토가 되어 주셨던 많은 분들이 계셨고 지금도 먼저 입사하신 선배분들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셔. 하나같이 정말 좋은 선배 분들이라 내가 참 좋아해. 우리 회사는 어쩜 어떻게 이런 알로하~ 같은 사람들만 모이는지 모르겠어 ㅋㅋㅋ
도움을 받았던 것 만큼 나도 앞으로 조종사를 희망하는 꿈나무 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고 싶어.
항조갤에서 활동 한 이후 많은 분들이 연락 주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했고 하와이로 비행 나오신 현직 분들과도 몇번 만나서 식사도 같이 했지 ㅎㅎ
앞으로도 기꺼이 조금이나마 멘토가 되어 주도록 노력 할께! 미국 항공사에 관해서 궁금한게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줘도 되요!
(참고로 나는 한국 사정은 정말 잘 몰라 - 내가 아는 범위는 미국 항공사 뿐이야 ㅠ)
그럼 모두들 화이팅!
AI 가 우리 일터를 뺏어가기 전에 노력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