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K의 회장님에게 경배. 전직 프로 복서이자 무서운 사람으로서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회장님이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꽤나 즐거운 아저씨였습니다.
회장님을 따르던 제가 회장님이 팔에 감고있던, 집을 살 수도 있을만한 금 시계를 빼앗아 저의 팔에 감아보면 오~! 어울리는데! 하고 웃어주셨습니다. 사려 깊은 상냥한 사람이었지만 주먹 만큼은 무서웠습니다.
R-TYPE에서 생각해낸것으로 마크로스의 젠트라디군과 같은 거대 전함과 싸우는 스테이지를 만들어내려는 생각에 흥분했고, 곧바로 ABIKO군이 거대 전함의 약점만을 표시한 사양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원형을 던지는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덧붙이자면 전함의 약점은 Mr. 헬리의 대모험에서 스프라이트를 담당한 선배가 그려주셨습니다.
메탈슬러그 2의 개발중에, Akio군이 영험한 모스크를 파괴해버렸다며 사내가 술렁였습니다.
저로서는 고질라가 오사카성을 부수는 기분으로 생각한 스테이지였지만, 잘 생각하면 벌을 받을수도 있겠더군요.
그래서 조국 분들을 모셔와서 모스크의 파괴 장면을 보여드렸더니 [우와! 굉장하네요!(아랍어)] 라며 극찬하셨습니다.
R-TYPE의 최종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미츠군은 원래 배경색에 맞춘 피부색이었지만, 이전에 [고맨더는 내가 책임진다!] 라고 해주셨던 상사분이 통칭, [미즈코 미츠군] 이라는 이름에 반응해서
"미츠군 인간 같아서 불쌍하잖아. 총에 맞을때부터 녹색으로 만들어줘."
라는 연민의 마음에 인해 녹색이 되었습니다.
나즈카에서는 차장 이사였지만, SNK에 합병될 때 저 같은 사람이 차장이 되면 SNK 임원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억지를 부려서 과장으로 강등되었는데 과장직은 생각보다 바쁘고 수면 시간도 깎였습니다.
아침까지 잔업하고 출발하는 지방의 회사 설명회가 너무 힘들어서 오늘도 아침까지 잔업인데 시들시들했습니다.
[메탈슬러그 2 미션 4]
[폴리스 스토리/홍콩국제경찰] 이라는 영화, 보신 적 있으십니까? 산비탈에 밀집한 판잣집들을 호쾌하게 파괴해버리는 자동차 추격신이 있었는데요, 그 장면을 탱크로 바꿔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승용차보단 탱크가 화력도 있고 무조건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건조물이 기분좋게 부숴지지 않는다거나, 발이 묶여버리는 적을 배치한다던가, 처리 누락이 심해지거나 해서 생각만큼 상쾌하진 않았습니다.
빅 셰이에 대해 말하자면 고각포가 너무 약해서 좋은 일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좀 더 강력한 무기들을 많이 장착해서 여러분들을 겁주고 싶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메탈슬러그의 상주 멤버는 모두 부부장 (일본의 회사 직급, 부장과 차장의 사이쯤인 느낌이라고 한다) 이었기 때문에 잔업 수당이 제대로 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잔업비를 청구할 수 있는 주사 (일본에서는 비교적 하급의 사무직 정직원을 칭하기도 한다) 후배가 회사에 사는 우리보다 수입이 높은 역전 현상도 종종 있었습니다.
연금 생활이 길어지면 잔업 시간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평사원으로 받는 편이 좋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ㅋ
메탈슬러그 3의 미션 4 보스 로카님, 그러니까 솔 데 로카는 아즈텍한 디자인이니까 금이 어울리겠죠?
그래서 로카님에게 저주를 받으면 금이 되어버립니다. 꽤나 재밌는 죽음을 떠올려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학생일 때 자주 플레이했던 판타지 존의 흉내를 내고있습니다.
적을 쓰러트리면 보상으로 주어지는 금화와는 다르게, 저주로 죽어서 흩날려지는 금화를 주워모으려는 천박함을 노려서 발광황탄에 집중하기 힘들게끔 해주마! 라는 약간 심술궃은 마음이었지만, 로카님은 그러지 않을때도 최흉의 보스였던것 같네요...
드럼통에서 튀어나오는 물고기는 이름도 외형도 그대로인 플라잉 킬러입니다.
[살인어 플라잉 킬러 (원제: 피라냐 2 플라잉 킬러)] 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그 터미네이터나 에일리언 2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데뷔작이라고는 해도 중간에 감독직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본인은 데뷔작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해서 여러번 봤었죠. 기회가 있다면 오마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크리쳐였습니다.
플라잉 킬러가 내던 이상한 소리는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름도 외형도 그대로니까, 차라리 그 이상한 소리도 넣을걸 그랬습니다.
어느 날, 연금되어있던 메탈스라도터즈 (메탈슬러그 도트 담당자) 는 후배가 갖고 있던 디지털 몬스터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외계에서는 이런 물건이 유행하는구나 하며 휴식시간에 디지몬을 사러 달리는 메탈스라도터즈. 오락에 목말라있었던 메탈스라도터즈는 디지몬에 중독되어 먹이주기와 똥 치우기라는 육성 작업을 원숭이처럼 반복합니다.
일하는 중에도 디지몬의 모습이 신경쓰여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 꼴이냐! 보다 못한 상사가 결국 디지몬 금지령을 내려서 디지몬 붐이 떠나게 됩니다. 손수 기른 디지몬이 알을 낳고 죽게 된다는 리얼리티가 좋았습니다.
저는 가정용 게임을 거의 하지 않지만요, 너무 빠져서 죽을뻔한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 7] 이었습니다.
메탈슬러그 연금 생활이 시작될때까지 심야 잔업을 2시까지 하기로 결정했던 시기에 FF7이 유행했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일하는 중에도 머릿속에서 FF7의 전투 승리 팡파레가 머릿속을 맴도는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일하기 힘들 정도였었죠.
새벽 2시가 넘어서 타임 카드를 누르고 퇴근,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해서 두 눈이 부을때까지 FF7에 몰두하다가 잠깐 눈을 붙이고 출근하는 날들이 과로사 직전의 아슬아슬한 체력 승부였습니다.
어쨌든 메타스라도터즈 내부에서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만 게임 진행이 늦어지면 순식간에 스포일러가 되어버렸죠.
그래서 저는 강력한 아군을 소환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들에게 레벨 올리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죠. 딸들 덕분에 어떻게든 세피로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습니다.
SPEED의 White Love를 들으면 메탈슬러그의 지옥같던 디버깅과 로케이션 테스트가 생각납니다.
네오지오랜드의 커다란 주크박스에서 매일 이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거든요.
시마부쿠로 히로코씨의 '하~테~시~나~♪' 가 머리에 달라붙어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게 되는 자이언스 효과로 인해서 지금도 이 곡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부르게 됩니다.
당시 우리는 쓰러질때까지 디버깅을 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고, 슬로우에 눈을 깜빡이면 눈을 허옇게 뜨고 의식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수면부족으로 죽어가던 우리를 본 지피 레이스의 부장은 이대로라면 이놈들이 전멸할거라 생각했는지
"잘했어! 로케이션의 데이터는 충분히 잡혔으니까, 내일은 더 이상 로케이션 테스트에 나오지 않아도 돼! 편하게 자!"
라고 자비로운 말을 건네셨습니다.
역시 우리의 지피 레이스 부장님. 바로 이런 때에 부하를 배려하는 상냥한 상사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후배들은 한계까지 디버깅을 한 뒤 이불에서 기분좋게 자고 있었습니다.
사실 로케이션 테스트에 갈 시간이었지만, 지피 레이스 부장의 말에 응해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그러자, 네오지오랜드에 들러 메탈슬러그의 모습을 보고 온 지피 레이스 부장이 나타나서 언성을 높였습니다.
"왜 아무도 로케이션 테스트에 나타나지 않은거냐~!"
그 큰 소리에 디버거들이 부글부글거리며 일어나 죽인다... 하는 눈으로 지피 레이스 부장을 노려봤습니다.
지피 레이스 부장에게 제가 "오늘은 로케이션 테스트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부장님이 말하셨거든요..." 라고 말하자, 지피 레이스 부장은 "그런 말을 했을리가 없다!" 라고 더욱 열을 올려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지피 레이스 부장이 가볍게 깜빡깜빡 하는구나 하고 생각한 저는 이만 슬슬 잘까 하고 있었지만, 석연치 않았던 후배들은 로케이션을 갈 생각이 없는것 같아서 TOMOHIRO와 둘이서 로케이션 테스트의 데이터 수집에 지원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TOMOHIRO도 한계였는지, 떨어트린 펜을 주우려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30시간동안 잠을 못잤으니 어쩔 수 없었겠죠.
쇠창살을 지나가지 못하는 T-1000과 같은 모습의 TOMOHIRO를 본 손님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어젯밤 먹은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White Love가 불러일으키는 기억은 선명한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