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거대한 유인원으로 알려진 기간토피테쿠스는 약 2백만년 전 플라이스토세 초기에서부터 중후기까지 중국 남부 및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서식했던 오랑우탄아과 영장류임
무려 3m에 달할지도 모른다는 초기 추정치로 인해서 높은 관심을 끌게 되었으나, 85년간의 추가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모식종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Gigantopithecus blacki)의 화석 기록은 4개의 하악골과 약 2000개의 치아 파편만 남아있을 뿐 전체 두개골과 몸통 부위 화석은 발견되지 않아 연구에 많은 난항을 겪고 있는 고생물 중 하나임. 정확히 어떤 외형이었고 어떤 크기였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기간토피테쿠스의 멸종 원인 가설도 비슷한 상황이었음
그래도 이번 달 11일에 나온 논문을 통해 기간토피테쿠스의 멸종 원인이 밝혀지게 되었는데, 이제 함께 알아보자
호주 맥쿼리 대학교의 키라 E. 웨스트어웨이 박사와 중국과학원의 장 잉치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가 살았던 중국 남부 지역 동굴 22개에서 기간토피테쿠스의 이빨 화석과 화석을 둘러싼 매장 퇴적물의 꽃가루, 토양 등을 수집한 뒤 6가지 연대측정기법을 사용해 157개의 방사성동위원소 측정 결과를 도출했음. 광물 입자가 햇빛이나 충분한 가열에 마지막으로 노출된 기간을 나열하는 발광연대측정법을 중심으로 사용했다고 함
또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만의 식습관과 행동 특징을 확인하기 위해 근연종인 중국오랑우탄이라고도 불리는 퐁고 웨이덴레이키(Pongo Weidenreichi)의 치아 화석과 비교 분석을 실시했음
분석 결과 230만년 전 중국 남부는 소나무과(Pinaceae), 참나무과(Fagaceae) 및 자작나무과(Betulaceae)가 지배적인 울창한 숲과 낮은 수풀이 모자이크처럼 얽혀 있고 계절적 변동이 크지 않은 환경이어서 기간토피테쿠스가 살기에 이상적인 조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음
그러나 70만년 전에서 60만년 전부터 기후의 계절성이 커지면서 식물 군집이 변하였는데, 빽빽한 숲 대신 양치류와 벼과 식물 등이 늘어나 초원 환경이 확대되어 먹이를 구하는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던 것으로 보임. 이 시기 퇴적물에 탄화된 숯의 빈도가 증가한 것 역시 주목할만한 사항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빈번한 화재가 초원 환경의 더욱 급격한 확대를 야기했을 것으로 추정됨
(발광연대측정법 모델범위를 기반으로 한 멸종 타임라인)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와 퐁고 웨이덴레이키의 치아 법랑질 미량원소 분석)
퐁고 웨이덴레이키의 치아 화석에는 큰 손상이 보이지 않았기에 식생이 변화한 후에도 풀과 나뭇잎, 곤충, 소형 동물 등으로 식단을 확대해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환경에 잘 적응했던 것으로 보임
그러나, 초대형 유인원인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는 치아 법랑질 미량원소 분석결과 영양가 낮은 나무껍질을 억지로 섭취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심한 치아 마모흔이 발견되어 이 시기부터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남. 더욱이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는 덩치 탓에 완전한 뭍 지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영역범위도 비교적 좁은 편이기에 변화된 환경에서 적절한 수원을 찾기 어려워져 이로 인하여 규칙적인 물 섭취 빈도도 감소했던 것으로 추정됨
연구팀은 두 유인원의 환경 적응 차이가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화석 수에 반영되어 나타난다며, 기후 변동 이후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의 화석 수와 지리적 분포는 퐁고 웨이덴레이키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음. 거대한 신체와 그로 비롯된 느린 성장 속도도 기간토피테쿠스의 개체수 유지에 치명적인 방해가 되었을 것으로 보임
이전부터 기간토피테쿠스의 주요 멸종 원인으로 환경 변화가 꼽히곤 했으나 이번 논문으로 인해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증거를 얻게 되었군. 또한 약 10만년 전에 멸종했던 것으로 추측하던 기존의 가설과는 달리 그보다 이른 29만년~21만년 전 사이에 멸종한 것으로 추산되는 것도 새로움
치아 화석으로 이런 연구 성과를 낸 점이 매우 인상깊지만 이제 다른 부위의 체화석도 많이 발견되어 기간토피테쿠스의 실제 외형이 더 밝혀졌으면 하네
논문 링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6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