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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와 게임의 역사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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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덤으로부터 오나니, 육신이 벌레와 오물의 동우리로다. 눈에는 생기가 없고 살갗에는 온기가 없으며 가슴도 뛰지 아니한다.

혼은 밤하늘처럼 공허하고 어둡도다. 칼날을 비웃고 화살에 침을 뱉나니, 이는 결코 그 육신을 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원토록 지상을 해매며 산 자의 달콤한 피 냄새를 쫓고, 저주받은 이들의 뼈로 잔치를 벌일진저. 조심하라. 그는 살아 있는 송장이니.


-제목을 알 수 없는 힌두교 경전, 기원전 1000년 경






음험한 새벽, 서늘하고 불길한 침묵이 가라앉은 가운데

인적 드문 버려진 공동묘지에서 파랗게 질린 손 하나가 튀어오른다


몸을 쏴도 죽지 않고, 쓰러트려도 다시 돌아온다

도망쳐도 사방에서 조여오는 광포한 허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머리를 파괴하지 않는 한 그들은 계속 돌아올 것이다


오늘날 무덤에서 뛰쳐 나온 살아 있는 시체는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와 게임, TV를 거닐며 허기진 손을 내밀고 피와 살을 뒤쫓고 있다







좀비는 본래 앙골라 북서부에서 사용하는 킴분두 어로 망자의 넋을 가리키는 '음줌베(nzumbe)'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카리브해 흑인 종교인 '부두교'에서 좀비와 좀비화 과정은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며 부두교의 웅간(houngan, 사제)들은

어떤 특별한 주술적 수단을 사용해 인간을 언데드 노예인 좀비로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이 사악한 신비를 간직한 주술인 좀비화 과정은 약물 남용과 뇌손상의 결과물일 뿐이다.


부두교 사제들은 맹독성 가루를 활용하여 인체의 신경 계통을 한시적으로 마비시켜 대상자를 가사 상태에 빠트린다

이때 미숙한 사제가 주술을 행했다면 마비된 사람의 신경계가 파괴되기도 하고, 뇌가 손상되기도 했다

정말 재수가 없다면 사망 판정을 내리고 깊은 땅속에 매장하기도 했다 이 불쌍한 피해자들은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환자처럼

손상된 뇌를 움켜쥐고 거리를 떠돌았다








1. 무덤 아래 괴물




불운한 희생자만을 남기고 카리브해를 떠돌던 이 사악한 전승은

전간기 아이티를 점령한 미국에 의해 할리우드의 호사가들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


이 무렵 미국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렬한 감정인 '공포'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드라큘라(노스페라투, 1922)가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을 떠돌고 있었고

프랑켄슈타인(1931), 미라(1932)가 할리우드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할리우드는 끊임없이 사악한 크리처들을 찾아 다녔고, 그들이 좀비를 가만히 놔둘 이유는 없었다





세계 최초의 장편 좀비 영화는 1932년 공개된 'White zombie'이다


매들렌 쇼트와 그녀의 약혼자 닐 파커는 결혼 계획을 세우고 아이티로 향한다

이들은 부유한 농장주 찰스 보만트의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는데

마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사악한 주술사 머더 르잔드르를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찰스 보만트는 매들렌 쇼트에 매혹되고 머더 르잔드르를 불러

그녀를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결혼식 날 매들렌은 머더 르잔드르의 음모에 의해 가사 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 시신은 죽은 것으로 여겨져 매장되었다가 르잔드르에 의해 빼돌려지게 된다


결혼식 날 신부를 빼앗겨 비통에 빠져 있던 닐은 선교사 브루너의 도움을 받아

르잔드르의 성에 잠입하게 되고 머더 르잔드르는 자신이 부리는 좀비로 그를 막아선다






사실 플롯만 봐도 알겠지만 이 좀비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기대하는 좀비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 당시 좀비는 여전히 부두교 좀비의 형태를 하고 있었고 주된 공포 요소는 주술사였다


좀비를 다루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서 이때의 좀비는 허기에 시달리는 군중이 아니라 주술사의 노예였으며

그들은 뇌를 파먹으려 하는 대신 주인공을 막아 세우고 주술사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며 봉사했을 뿐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드라큘라의 변형이었고 기존의 호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좀비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

드라큘라의 싸구려 아류작이었을 뿐이다






이러한 드라큘라의 아류작에 불과한 줄거리는 계속해서 반복되었고, 점점 진부해져 갔다

영광은 길지 않았다 냉전의 광기 속에서 1950년 SF 영화의 시대가 찾아오며 호러 크리쳐물의 시대는 저물었다






좀비는 진부해졌고 파티는 끝났다


몇몇 B급 영화들이 좀비를 소재로 썼지만 주류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새로운 기술과 과학의 성장에 힘입어 SF가 할리우드를 지배하고 있었고

살아 있는 시체는 다시 쓰러져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새벽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2. 새벽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오자 죽은 자들은 다시 돌아왔다

조지 로메로는 1968년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발표한다


본래 저예산 영화로 개봉했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전세계적으로 3천만 달러가 넘는 기볌비적인 흥행을 거머쥐었다

흑백 영화였고, 배우들은 배우 지망생이나 엑스트라가 경력의 전부였다 배경은 집 한 채였고, 분장도 촌스러웠다

하지만 좀비 만큼은 달랐다 고전적인 크리쳐와는 다르게 재앙처럼 맹목적으로 몰려드는 좀비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충격이었다


기존의 좀비는 주술로 되살려낸 노예였다 주술사는 드라큘라와 다를바 없었고 고전 호러 영화의 거미줄에 잡혀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조지 로메로는 그 거미줄을 벗겨냈고 좀비 영화의 규칙을 다시 썼다


더이상 좀비는 주술사가 조종하는 불쌍한 노예 무리가 아니었다

생각 없는 무리, 대화도 협상도 통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지도 않는 설명할 수 없는 대재앙이었다

이야기는 허무하고 암울한 허무주의적 어조 아래 쓰여졌다 거기에 영웅 같은건 없었다

할리우드의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을 위험한 모험이었지만 영화는 공포 영화중에서 가장 거대한 수익을 올렸다


좀비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부활했고, 장르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부두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본격적인 좀비 아포칼립스의 시대가 열렸다





좀비는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 갔다.


피와 내장이 점점 바깥으로 튀어나왔고 숫자는 점점 불어났다

누군가는 거기에 반발해 고전적인 방향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또다른 누군가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3. 군중




80년대에 들어와 가정용 컴퓨터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누구나 책상 앞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쥐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

꿈많은 아마추어들이 근성과 시간만 가지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좀비를 소재로 한 게임이 나오는 건 시간 문제였다







최초의 좀비 게임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업적으로 발매된적 없는 원시적인 형태의 아마추어 BASIC 게임중 하나가

그 기원으로 짐작될 뿐이다






세계 최초로 발매된 상업적인 좀비 게임은 ZX81에서 개발한 ZOMBIES(1981)이다

Chase라는 초기 Basic 게임에서 파생된 게임으로 좀비 군중을 구덩이로 유인하는게 주 내용이었다






좀비들의 AI는 간단했지만 숫자는 엄청났다

맹목적이고 느릿하게 플레이어를 쫓는 멍청하지만 많은 수의 좀비들

조지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초창기의 하드웨어 스펙은 좀비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초기의 램은 좀비 군중을 표현하려고 하지만 컴퓨터가 좀비가 되어버리기 일수였고

좀비들의 움직임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멍청했다






부족한 하드웨어 스펙에도 불구하고 좀비 군중을 표현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1984년 발매된 Qucksilva's Zombie Zombie는 부족하지만 좀비 아포칼립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게임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플레이어에게 기관총이나 바주카포 같은건 주어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은 높은 건물로 올라가 좀비를 유인해 떨어트리는 게 전부였다






사실 이 시기의 좀비는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좀비가 아니었다


드라큘라나 미라, 고블린, 유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자연적이고 사악한 출연진의 일부에 불과했다

좀비는 초반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잡다한 몬스터, 시간이 지나면 다른 괴물들에 의해 뒤로 밀려나고 잊혀지는 존재였다




그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4. 유혈




시대가 지나갈수록 게임은 하드웨어 스펙의 발전에 힘입어

점점 자극적으로 변했고 유혈이 낭자해졌다

80년대 후반에 다다라서는 영화든 게임이든 그야말로 과잉과 뇌절의 시대였다


16비트 컴퓨터가 자리잡고 그래픽과 색상은 좀 더 다채로워졌다

게임은 좀 더 현실의 모습을 반영할 수 있었고, 그만큼 잔혹해졌다


남코에서 발매한 'Splatterhouse(1988)'나 SNK에서 발매한 'Beastbusters(1989)'와 같은

고전적인 아케이드 게임들은 좀비를 큼지막한 스프라이트로 표현하고

화면 전체를 좀비의 폭발하는 사지와 잔혹한 붉은 핏물로 가득 채웠다


화면을 피와 고어로 가득 채웠던 고전적인 아케이드 게임은 곧 FPS 게임으로 발전했다







90년대에 들어와 울펜슈타인 3D, 둠, 퀘이크와 같은 고전적인 FPS 게임들이 발매되었다

이들 게임들은 좀비를 출연시키며 어떻게 다룰지 몰라 횡설수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울펜슈타인은 멀뚱멀뚱 서 있었고, 둠은 소총을 난사했으며 퀘이크는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녔다


흥미롭게도 초창기의 좀비는 기독교적 가치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피와 장기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사지가 절단되어 허리 아래 모든 것과 작별 인사를 하고 화면 전체를 붉은 피로 가득 채웠다

수십 명의 군중이 잔인하게 폭발하고 찢겨 죽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거대한 폭력에 누군가는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멍청한 좀비일 뿐인데







5. 공포




한편 누군가는 그런 유혈 낭자한 대량 학살에서 한발자국 벗어나 있었다


좀비는 좀 더 공포스러운 존재여야 했고 좀 더 정교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다

1987년 발매된 Fun project의 Shiryo Sensen War of the Dead는 완급 조절과 느릿한 속도, 심리적 공포를 활용했다

플레이어의 손에는 더이상 거대한 기관총이 쥐어지지 않았다 대신 완벽하게 무력한 상태에 놓여졌다

최대한 전투를 피해야 했고, 한 발의 총알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했다 좀비는 학살의 대상이 아닌 두려운 존재였다






Capcom은 1989년 서바이벌 호러 게임 'Sweet home'을 발매한다

자원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실수한 플레이어에게는 영구적 죽음의 철퇴를 내리찍는 혹독한 게임이었다

캡콤은 기념비적인 걸작까지 단 한 발자국을 남겨놓은 가운데 1992년 게임 하나가 발매된다






지금은 조롱거리가 되긴 했지만 1992년 발매된 Infograms의 '어둠 속의 나홀로'는 호러 게임의 새로운 표준이었다


완전한 3D 그래픽에 액션 지향적이고 영화적인 연출과 접근법을 택했다

다만 하드웨어 스펙은 여전히 저열했고 폴리곤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시점은 고정되었다

고정된 카메라 각도는 어색하고 관음적인 구성을 하고 있고 조작감은 괴팍했다

현대까지 이어지게 될 서바이벌 호러의 문법이 점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좀비는 그 필수 요소로 자리했다







6. 전염병




게임 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판매를 시작했고, 와이프아웃, 철권, 툼 레이더, 사일런트 힐 등

아직까지 사랑 받는 타이틀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6년 발매된 캡콤의 레지던트 이블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픽은 삐걱거리고 리소스를 아끼기 위해 여전히 시점은 고정되어 있지만

레지던트 이블은 좀비의 표현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을 내세웠다

조지 로메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기존의 진부한 클리셰들을 모두 버렸고

앞으로 나올 좀비 게임들의 원형이 되었다


일본에서 좀비가 굉장히 인기가 없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레지전트 이블 1의 흥행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덕분에 좀비는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사악한 신비나 부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레지던트 이블은 북미 시장에서 '바이오하자드'라 이름 지어졌고 좀비는 마법적인 존재가 아니라

생물학적 테러, T-바이러스로 인한 돌연변이 생물 병기가 되었다





1995년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도쿄 사린 가스 테러에서 영향을 받은 아이디어로 

캡콤은 좀비를 좀 더 세련되고 현실적인 존재로 재탄생시켰다


동시에 게임의 연출 역시 밀도 높아지고 긴장감 있게 변했는데 좀비와의 첫 조우부터 탈출까지

기존의 게임들은 시도해본적 없는 독특한 연출로 공포와 긴장감을 유지했다


적들은 다양했다 휘청거리며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멍청한 마법 언데드 무리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몬스터와 좀비들로 플레이어가 공포에 익숙해 지는걸 방지했다


레지던트 이블은 혁신적인 게임이었다

미카미 신지 특유의 B급 감성과 조악한 조작감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플레이스테이션 1은 서바이벌 호러의 황금기였다

사일런트 힐, 디노 크라이시스, 패러사이트 이브, 페이탈 프레임 등등 수많은 게임들을 탄생시켰다







한편 서양의 개발자들도 레지던트 이블의 영향을 받았다

둠 3의 어두운 복도와 하프라이트 2의 레이븐홈과 제한된 탄약 등등


레지던트 이블은 좀비를 다시 주류로 끌어올렸다


생각해보자

크리처 출연진의 일부는 촌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생물 병기라면 좀 더 쿨해보였다


무엇보다도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 제작자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더이상 고전적인 규칙이나 클리셰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플레이스테이션 2의 시대가 시작되고 하드웨어 스펙이 굉장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3D 그래픽은 당연시 되었고 컨트롤러에서는 트윈 스틱 제어가 표준이 되었다

메탈 기어 솔리드를 비롯한 액션 게임이 시장을 지배했고 캡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위대한 혁명가였던 캡콤은 수많은 레지던트 이블의 후속작과 스핀오프로

자신이 만들었던 시장을 자신의 손으로 박살내고 있었다 신선했던 좀비는 점점 진부한 것이 되어 갔다


서바이벌 호러는 한때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헤일로, 콜 오브 듀티, GTA 3등 수많은 액션, 느와르 장르의 게임들이 등장하며

그 명맥은 끊어질듯 흐릿해졌다 좀비는 다시 한 번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다








7. 새천년



새천년은 9/11 테러, 사스, 테러와의 전쟁,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미디어 문화 속에서 낙관론을 빠르게 박살냈다

2000년이 되어도 여전히 세상은 거지 같은 곳이었고, 비극적이며 우울하고 절망적인 곳이었다


한편 이런 비관적인 우울감 속에서 특이한 일이 하나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비디오 게임은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다 소재를 가져오고, 연출을 흉내낸다

언제나 비디오 게임은 영화에 빚을 졌다


그런데 새천년에 들어오고 나서 빚이 상환되었다







2002년 공개된 '28일 후'는 기록적인 수준의 상업적 흥행을 거머쥐었다

고전적인 조지 로메로의 영화와 레지던트 이블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였다






영화에서 등장한 좀비는 좀 달랐다

그들은 매우 빨리 달렸고 벗어날 수 없었다


레지던트 이블에서 영감을 받은 생물학적 요소도 있었다

분노 바이러스는 혈액을 매개로 전달되는 전염병 인자이며 아주 작은 상처도 간과할 수 없었다


미친듯이 달려오는 좀비는 죽어가는 좀비 장르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참신한 접근법이었다

새로운 문법으로 레지던트 이블의 공식 영화가 제작되었고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같은 코믹한 변형이 등장하기도 했다


새로운 접근법과 진보한 하드웨어 스펙으로 좀비는 다시 무덤 속에서 튀어나왔다







8. 좀비 아포칼립스



새로운 콘솔과 함께 2005년 발매된 캡콤의 '레지던트 이블 4'는 기록적인 흥행과 함께 시리즈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기존과는 다른 어딘가 황당하고 코믹하면서도 액션 지향적인 게임 플레이로의 전환은 시리즈를 선두에 올려놓았다





이후에 캡콤은 2006년 더 황당하고 덜 심각한 새로운 프랜차이즈인 '데드 라이징'에 투자한다

막대한 숫자의 좀비가 등장하는 샌드박스 게임으로 로메로의 시체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쇼핑몰을 배경으로 한다


진지해질 생각이 전혀 없는지 황당하고 터무니 없지만

엑스박스 360은 어느때보다 거대한 맵과 좀비를 처리할 수 있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좀비 아포칼립스를 구현한 것이었다






한편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좀비와 오픈월드의 결합이 있었다

락스타의 '레드 데드 리뎀션'은 기존의 게임에 추가 콘텐츠로 '언데드 나이트메어'를 발매했다






이러한 게임 업계 흐름은 콜 오브 후아레즈를 제작한 테크랜드의 '데드 아일랜드'에서도 나타났다

게임은 여전히 진부하고 일견 실망스러운 구석도 있었지만 잔인하고 경쾌한 근접 전투와

특이한 제작 시스템으로 높은 잠재력을 보여줬고 '다잉 라이트'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지나칠 정도로 유쾌해 보이거나, 지나칠 정도로 우울한 경우도 있었다

2012년 발매된 그래스호퍼 매뉴팩쳐사의 '롤리팝 체인소우'는 진지해질 생각이 전혀 없는지 시종일관 유쾌하고 가벼워 보인다

한편 2009년 '식물 대 좀비'와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는 단 4년의 차이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식물이 좀비에게 땅콩을 뱉어내고 있을때 한쪽은 음울한 종말 속의 로드 무비를 연출하고 있던 것이다






새로운 표준도 있었다


밸브에서 2008년 발매한 4인 코옵 슈터인 'LEFT 4 DEAD'는 세련되고 정교한 시스템으로 세공되어졌고

AI 디렉터가 게임 강도를 역동적으로 재편시키며 아무리 노련한 플레이어라도 궁지에 몰릴 수 있었다

레프트 포 데드는 높은 완성도로 이후에 등장할 4인 코옵 슈터의 표준이 되었고 영화 좀비랜드와 독특한 관계를 가졌다





좀비는 생존 게임에서 매우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했다


좀비는 그 인기가 이미 검증된 소재였고 마인크래프트와 DayZ가 각각의 방식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테라리아, 7 데이즈 투 다이, 언턴드 등 수많은 생존 샌드박스 게임에서는 좀비가 등장한다

물론 이들이 주류인건 아니지만 좀비 만큼 사회 붕괴로 인한 혼란과 적대적인 세계를 잘 보여줄 요소는 없다















9. 다시 무덤 속으로




오늘날 여전히 좀비는 TV 매체와 할리우드, 게임에서 인기 있고 매력적인 소재로 통한다

하지만 식상함을 느낀 사람들 사이로 크리피파스타 괴담에서 파생된 엔티티들과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노편의 피크닉에서 파생된 SF적인 괴물들이 점점 좀비를 밀어내고 있다


다시 한 번 좀비의 유행은 끝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중 문화에서 좀비가 등장한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와중에 그들은 몇 번이고 무덤에서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 좀비가 사라진다고 아쉬워 할 필요도 없고, 안심할 이유도 없다




좀비의 가장 성가신 점은 무덤에서 계속 돌아온다는 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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