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맏형같았던뷰캐넌,보고싶겠죠"…원태인이그와이별하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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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발표 직전까지도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은 "일말의 희망은 가져보려 한다"고 말했다. 든든한 기둥이자 스승이자 동료였던 데이비드 뷰캐넌을 떠나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삼성은 지난 4일 새 외인 투수 데니 레이예스 영입 소식을 전하며 뷰캐넌과의 이별을 공식화했다. 지난 4년간 뷰캐넌을 멘토로 삼고 따랐던 원태인의 아쉬움은 보다 진했다.
원태인은 "뷰캐넌은 정말 좋은 투수였다. 많이 믿고 의지했던 선수"라며 운을 띄웠다. 그는 "주위에서 나를 토종 1선발이라고 평가해 주신다. 그래도 팀에선 3선발의 위치였다. 뷰캐넌의 뒤를 받친다는 마음으로 시즌에 임해왔다"며 "나 역시 책임감은 컸지만, 뷰캐넌의 존재가 마치 선발진의 맏형처럼 느껴졌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내가 못하면 다음 날 뷰캐넌이 호투해 주고, 뷰캐넌이 조금 흔들리면 다음 날 내가 좋은 경기를 만들어 분위기를 바꾸는 등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무척 허전하고 보고 싶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경북고 출신인 원태인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뷰캐넌은 2020년부터 삼성에 몸담았다. 에이스로 활약하며 선발진을 이끌었다. KBO리그 첫 시즌 27경기 174⅔이닝서 15승7패 평균자책점 3.45를 만들었다. 2021년엔 30경기 177이닝서 16승5패 평균자책점 3.10을 자랑했다. 리그 승리 공동 1위였다. 2022년엔 26경기 160이닝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3.04를 빚었다.
2023년엔 30경기 188이닝서 12승8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자책점 3위, 승리 공동 5위, 이닝 2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공동 2위(21회)에 자리했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통산 113경기서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를 올렸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로 활발히 활동했다. 투수들의 선생님으로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2019년 초반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 시작한 원태인에겐 훌륭한 스승이었다. 원태인은 늘 뷰캐넌에게 질문을 던졌고, 뷰캐넌은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이 가진 것을 전수해 줬다. 덕분에 원태인은 루틴을 확실히 정립했다. 다음 등판까지 어떻게 준비해야 효과적인지 깨우쳤다. 주축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이제 뷰캐넌과 이별해야 한다. 원태인은 4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뷰캐넌과 함께 찍힌 사진 3장을 게시했다. 더불어 "항상 저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지난 4년간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알려주고 나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라고 적었다.
이어 "떠나는 게 너무나도 아쉽지만 어디서든 우린 서로를 응원하고 존경하기에,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시 만났을 때는 나에게 기대한 모습 그 이상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되어 있을게요"라고 다짐했다. 영어로 "I will miss you. Let's meet again"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울 것이란 한 마디와 다시 만나자는 인사였다.
삼성은 2023시즌 종료 후 뷰캐넌과 재계약 협상에 나섰다.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뷰캐넌이 원하던 다년 계약을 받아들이고 2년 계약을 제시했다. 금액 역시 외인 최고 대우였다. 하지만 총액엔 한계가 있었다. 2023년 KBO리그에 도입된 외인 샐러리캡 제도 때문이다. 외인 3명에게 투자할 수 있는 최대 총액은 연간 400만 달러다. 재계약 외인은 연차에 따라 연간 10만 달러씩 증액된다.
삼성이 2024시즌 외인 3명에게 쓸 수 있는 금액은 총 440만 달러였다. 삼성은 새 외인 투수 코너 시볼드, 새 외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과 각각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200만 달러를 사용했다. '이론적으론' 뷰캐넌에겐 최대 240만 달러를 줄 수 있었다. 2년 계약을 맺으면 올해 240만 달러에 내년 250만 달러를 합쳐 490만 달러까지 제시 가능했다.
그러나 샐러리캡 여유분 없이 뷰캐넌에게 금액을 모두 몰아주면 다음 시즌 외인 구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 뷰캐넌 측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뷰캐넌은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최종 제시안을 거절했다. 결국 재계약 협상은 결렬됐다.
새 외인 투수 레이예스는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 80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했다. 1996년생이며 우완이다. 좌타자 상대로 강해 왼손 강타자가 많은 KBO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투수로 평가받았다.
지난해엔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9경기(선발 3경기)에 등판해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7.78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선 20경기(선발 18경기)에 나서 91⅔이닝을 소화했다. 2승3패 평균자책점 5.79를 만들었다. 평균 구속 시속 147km, 최고 구속 150km대의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을 구사한다. 로봇심판에 최적화된 투심 패스트볼 또한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먼저 계약을 마친 투수 시볼드는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사인했다. 역시 1996년생이며 우완투수다. 지난 시즌엔 콜로라도 로키스에 몸담았다. 27경기(선발 13경기) 87⅓이닝서 1승7패 평균자책점 7.52, WHIP 1.65를 기록했다. 트리플A에선 통산 13승7패 평균자책점 4.13, WHIP 1.24를 쌓았다. 평균 구속 시속 150km대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을 던진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활용도가 좋은 편이다.
2022~2023년 삼성과 함께한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는 지난 시즌 도중 부상으로 교체됐다. 대체 외인으로 영입했던 테일러 와이드너는 합격점에 도달하지 못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외인 투수 원투펀치가 모두 KBO리그 신입이다. 토종 4, 5선발은 아직 확실치 않다. 원태인의 어깨가 무거워질 만한 상황이다. 원태인은 "새로운 외인 투수들이 다 잘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선발진 모두를 믿고, 같이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데이비드 뷰캐넌 2023시즌 성적 : 30경기 188이닝(2위) 12승 8패 ERA 2.54(3위) 139탈삼진 WHIP 1.15(6위), QS 21회(2위)
◆데이비드 뷰캐넌 KBO리그 통산 성적 : 4년 113경기 54승 28패 699⅔이닝 ERA 3.02 539탈삼진 승률 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