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약 한달 전, 이런 인식과는 꽤나 다른 연구결과가 나옴. 이제 함께 알아보자
프랑스 툴루즈 고등연구소, 미국 미네소타대, 미네소타 환경연구소, 에모리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 하버드대 인간 진화 생물학과 공동 연구팀은 보노보와 침팬지의 공격성을 비교하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 코콜로포리 보노보 보호구역 내의 보노보 무리 3개와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 내 침팬지 무리 2개를 선정해 비교 관찰하였음
총 9300시간 동안 수컷 보노보 12마리와 수컷 침팬지 14마리를 추적 관찰해 수컷 간의 돌진, 추격 등 비접촉성 공격과 때리기, 당기기, 깨물기 등 접촉성 공격 빈도를 기록하는 식으로 연구했다고 함
관찰 결과는 놀라웠음. 보노보 수컷은 침팬지 수컷보다 공격이 2.8배 더 자주 발생했으며 그 중 접촉성 공격은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남. 더 공격적인 수컷일수록 짝짓기 성공 확률이 더 높았다고
물론 차이점도 존재하였는데, 보노보의 공격성은 수컷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 반해 침팬지 수컷은 암컷에게도 공격적이었으며 이웃 무리 간의 영토 분쟁 또는 서열집단 간의 패싸움을 통해 서로를 죽이는 경우까지 존재하는 침팬지와는 달리 보노보의 공격은 주로 일대일로 이뤄졌고(더 개인주의적인 성향 탓으로 추정) 사망 사례는 목격되지 않았다고 함
보노보와 침팬지의 공격성을 각각 조사한 연구들이 존재는 하지만 같은 연구법으로 두 유인원의 행동을 직접 비교한 것은 이번이 처음임
마틴 서벡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보노보가 평화롭다는 이미지를 깨려는 것이 아니라 두 종 모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함
위 말대로 인간이 동물의 습성을 정의할 때 가장 눈에 띄는 특성으로 이미지가 일반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 예를 들어 침팬지는 잔인하고 공격적이다, 보노보는 성행위로 문제를 해결하니 평화롭다, 고릴라는 착하고 온순하다 등. 허나 동물도 인간처럼 굉장히 다면적이고 복잡한 특성이 존재하며, 이는 지능과 감수성이 높은 생물일수록 더욱 그럼
침팬지는 수컷 그룹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다른 개체를 죽이는 등 공격적인 모습들도 다수 관찰되지만 한편으로는 고도로 사회적이고 관용적인 모습들을 보여줌.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작은 그룹, 큰 그룹을 오가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사냥 후 고기를 습득하면 원할한 식량 분배가 이루어지며, 침팬지의 우두머리는 단순 힘보다는 유대관계와 사회성이 훨씬 중요시되는 자리이고 우두머리에서 끌어내려진 수컷 역시 살해 혹은 추방을 당하기보단 일정 지위를 유지하며 무리에 계속 머무르는 게 보편적임
대조적으로 성숙한 수컷 고릴라는 가족에게 무척 헌신적이고 든든한 가장이지만 혈연관계가 아닌 다른 수컷 고릴라를 자기 영역에 허용하지 않으며 만약 기존의 실버백이 외부의 수컷에게 싸움을 져 리더가 교체된다면 대규모의 영아 살해가 빈번히 발생함
사실 이번 연구 이전에도 보노보는 침팬지보다 덜 협력적이고 배타성이 강한 데다 암컷 보노보는 암컷 침팬지보다 공격성이 높다는 연구도 존재해왔었지. 이처럼 어떤 동물종을 한 문장으로 규정하기엔 다들 너무나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행동을 관찰, 분석하며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생물종 연구라는 생각이 드네
논문 링크: https://doi.org/10.1016/j.cub.2024.02.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