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로꾸'도 용납않는 '당구여제' 김가영 독주행진..."트로피의 무게도 이겨내야죠"

'후로꾸'도 용납않는 '당구여제' 김가영 독주행진..."트로피의 무게도 이겨내야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트로피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겨내야죠”

 

이번에도 ‘어우김(어차피 우승은 김가영)’이었다. 이변은 없었다.‘당구여제’ 김가영(42·하나카드)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김가영은 지난 30일 새벽에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서 막을 내린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서 김민아(34·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2(6-11 11-9 11-8 8-11 11-7 11-7)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8월 3차 투어(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부터 6연속 우승이다. 프로당구 남녀 통틀어 이런 독주는 없었다. 개인 통산 우승 횟수도 13회로 늘렸다. 남녀부 합쳐 최다 우승 기록이다.

 

김가영은 최근 36경기 연속 승리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당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객관적인 실력이 앞선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종목이 아니다. ‘요행’을 뜻하는 영단어 ‘fluke’가 일본식 발음으로 변형된 ‘후로꾸’로 비공식 당구용어로 널리 사용될 정도다. 다른 말로 ‘뽀록’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김가영은 그런 ‘후로꾸’, ‘뽀록’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흔들림없는 실력과 멘탈로 어김없이 승리 행진을 이어간다. 이날 결승전에서 맞붙은 김민아도 “(김)가영 언니가 그전에는 한 세트에 평균 2~3개 정도 실수를 했다면 지금은 세트당 1개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프로당구 출범 이전에 또다른 당구 경기인 ‘포켓볼’에서 세계 최정상에 올랐던 김가영은 3쿠션 마저 완전히 평정했다. 다른 종목에 비유하면 비슷한 도복을 입지만 경기 방식은 전혀 다른 태권도와 유도를 모두 정복한 셈이다.

 

프로당구 첫 시즌 김가영의 애버리지는 0.860이었다. 한 번 큐를 잡으면 1점을 채 올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당시에도 여성 선수로선 높은 수준이었지만 냉정히 말해 프로선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김가영은 시즌을 치르면서 눈에 띄게 진화했다. 다음 시즌인 2020~21시즌 애버리지를 0.899로 올린데 이어 2021~22시즌에는 처음으로 시즌 애버리지 1을 넘어섰다(1.018).

 

1의 벽을 뛰어넘은 시즌 애버리지는 2023~24시즌 1.033으로 더욱 올랐다. 6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2024~25시즌에는 여성 선수에게 ‘마의 벽’으로 불리는 1.2까지 돌파했다(1,220).

 

당구 경력이 아무리 오래되고 연습을 열심히 해도 매년 애버리지를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기술적인 면을 넘어 멘탈적인 부분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김가영은 애버리지 상승에 대해 “(처음 3쿠션에 본격 뛰어들었을 때는)사실 더 빨리 오를 줄 알았다. 너무 쉽게 생각한 면이 있었다”며 “오히려 (스코어에 너무 신경쓰지 않고)막 들이댔던 것이 애버리지가 꾸준히 오른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초창기에 비해 올 시즌 실력이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며 “6승을 했지만 실력에 비해선 너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다.

 

김가영은 ‘자기 본인’과 싸움을 이어간다. 부담감, 자만심 등내면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잠깐 방심하면 끝없이 추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김가영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경기를 치를 때마다 어깨 위에 곰 두 마리가 올라가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트로피에 짓눌리는 기분도 느끼지만 그 무게에 깔려 허우적대지 않는 것이 숙제다”고 강조했다.

 

이석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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