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망이도강한‘철인47호’…다시태어나도포수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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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최다출장 기록 강민호
강민호 선수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전시돼 있는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처럼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갖고 있는 포수는 많은 경기에 출장하기 어렵고, 타격 성적도 다른 야수에 비해 좀 떨어지는 편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포수 강민호(38)는 이 모든 상식을 뒤집었다. 그는 지난 3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5번 타자 포수로 출전해 통산 2238번째 경기를 뛰었다. 박용택(은퇴)이 갖고 있던 KBO리그 최다출장(2237경기) 기록을 깬 것이다. 게다가 강민호는 이만수-박경완의 대를 잇는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다. 통산 안타·타점·홈런 등 포수 관련 공격 기록에는 그가 맨 윗자리에 있다.
KBO리그 최다출장 기록을 갖고 있던 박용택(오른쪽)이 자신의 기록을 깬 강민호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사진 삼성라이온즈]
지난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강민호 선수를 만났다. 나는 그에게 ‘철인 47호’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47은 그가 20년째 달고 있는 등번호다. 팀이 6연패에 빠져 있어서 강민호는 자신이 부각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그래도 특유의 넉살과 긍정 마인드는 여전했다.
어려울 때 피하기보다 부딪치는 성격
Q : 최다출장 기록을 세운 경기에서 남다른 느낌이 있었나요.
A : “솔직히 그 경기가 다가올 때는 좀 많이 설??는데 막상 당일에는 그런 느낌은 별로 안 들었고 그냥 제 야구인생에 지나가는 하루라는 생각이 들 만큼 평범했던 것 같습니다.”
Q :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고, 왜 포수를 했나요.
A : “저희 초등학교(제주 신광초)에 야구팀이 있었는데 그때 제주도는 야구 불모지여서 대회가 있으면 4,5,6학년이 다 같이 응원을 갔어요. 가서 보니 야구가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서 동네야구부터 시작했죠. 포수가 매력적으로 보여서 하고 싶었는데 우리 팀에 포수가 있어서 3루를 봤고, 중학교에 가서 포수를 하겠다고 강하게 요청해서 마스크를 쓰게 됐죠.”
Q : 포수가 어떤 매력이 있던가요.
A : “어린 마음에 장비도 좀 포스가 있어 보이고, 야수들 수비 위치 등을 지시하는 모습이 멋있게 보였나 봐요. 포수가 힘든 포지션이지만 후회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프로 와서 어린 나이에 경기를 뛰면서 포수의 매력을 좀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포수는 경기를 이기고 졌을 때 희로애락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더 큰 것 같습니다. 책임이 큰 포지션이다 보니 결과에 대한 반응도 더 강하게 나타나지 않나 싶어요.”
삼성 라이온즈에서 7시즌째 뛰고 있는 강민호. [사진 삼성라이온즈]
Q : 대기록 달성의 비결이라면.
A : “부모님으로부터 건강한 몸을 물려받아서 큰 부상 없이 경기를 뛸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크고요. 비시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몸 관리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썼습니다. 저희는 1년 동안 장기 레이스를 하기 때문에 오늘 웨이트를 한다고 내일 좋아지는 건 아니거든요. 운동량이 누적돼야 시즌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 상대의 볼 배합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서 타격이 좋은 건가요.
A : “그런 점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 포수가 어떤 카운트에서 어떤 승부구를 요구하더라 하는 게 있거든요. 경기를 많이 뛰다 보니 그런 데이터가 쌓이면서 예측이 들어맞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Q : 몸 관리 못지않게 멘털 관리도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A : “1년 시즌을 보내면서 수없이 많이 흔들리기도 하고, 안될 때는 숨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피하는 성격이 아니라 맞부딪치는 걸 좋아해요. 타격 컨디션이 안 좋으면 경기를 나가서 극복을 해야 하죠. ‘못하더라도 경기에 나가서 못하자. 언젠가는 좋아질 거다’는 긍정적인 멘털을 갖고 있습니다.”
강민호는 포철중·고를 졸업하고 2004년 전체 17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그 해 9월에 데뷔전을 치렀고, 다음 해부터 주전으로 나섰다. 14년간 롯데에서 뛴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된 2018년에 4년 80억원을 보장받고 삼성으로 옮겼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강민호가 있는 동안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언제까지 뛰겠다는 한계 정하지 않아
강민호 통산 기록과 순위
Q : 챔피언 반지는커녕 한국시리즈에도 못 나가 봤는데요.
A : “아쉬움이 굉장히 크죠. 제 야구인생에 옥에 티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좀 더 동기부여가 되고,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노력할 수 있다고 봅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꼴찌가 우승할 수도 있는 게 스포츠의 매력 아닙니까.”
Q : 부산 팬들은 강민호가 영원히 롯데맨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요.
A : “부산 팬들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저도 남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어요. 그렇지만 FA가 됐을 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팀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남고 싶었지만 남을 수 없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남고 싶은 선수가 팀을 떠나야 한다면 무슨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Q : 제주도 출신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유일한 선수라고 하더라고요.
A : “그 부분에 대해서 자부심이 크고 부모님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십니다. 제가 태어난 제주도를 알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부모님은 모두 제주도 출신이시고 지금도 제주시 노형동에 살고 계십니다.”
Q : 올해 도입된 ABS(자동볼판정 시스템)에는 적응이 됐나요.
A : “시즌 초반이라 모든 구장을 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구장마다 조금씩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람이 하는 스포츠 안에 기계가 들어와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데 사람이 기계에 종속되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게 대세고 팬들이 원한다면 거기에 맞춰 가야죠.”
Q : 피치 클락(투구시간 제한. 어기면 페널티)에 대한 생각은.
A :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데 선수들도 올해 좀 적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미국과 달리 주자가 나갔을 때 포수가 수비 위치 등을 정해주고 사인을 내고 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작전코치의 지시도 받아야 하고요. 주자가 없을 때는 피치 클락을 그대로 시행하는 게 문제가 없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좀 다르게 적용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Q : MLB 이반 로드리게스의 포수 최다출장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습니까.
A : “깨려고 노력해야죠. 이번 기록도 해야 되겠다고 한 게 아니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30대 초반까지도 제가 당연히 주전 포수라고 생각했는데 2년 전부터 그걸 버렸습니다. 후배들과 경쟁에서 안 처져야 경기를 뛸 수 있으니까요. 언제까지 뛰겠다고 한계선을 정하진 않았습니다.”
Q : 자신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포수와 최다출장 기록을 깰 선수를 꼽는다면.
A : “국가대표 포수로는 NC의 김형준(24) 선수가 앞으로 야구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최다 출장도 NC에 있는 손아섭(36) 선수가 유력합니다. 아섭이와는 롯데에서 워낙 친했기 때문에 제 기록을 깨도 조금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웃음)”
Q : ‘철인 47호’라는 별명을 드릴게요.
A : “아, 좋습니다. 등번호 47번은 프로 2년차부터 달았어요. 처음엔 40번이었는데 행운의 숫자 7을 갖고 싶었거든요. 마침 47번 선배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바람에 그 번호를 갖고 올 수 있었습니다.”
Q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 “최다출장을 달성하는 데 많은 분들한테 도움을 받았습니다. 좋은 지도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트레이너들이 몸 관리를 잘해주셨습니다. 아이 셋 키우면서 제가 야구에만 집중하게 도와준 아내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삼성이 지금은 성적이 안 좋지만 아직 초반이고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 다시 태어나도 야구선수를 할 건가요.
A : “당연합니다. 포수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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