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링크스,펜나드골프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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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나드 골프코스 전경. 웨일스 링크스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photo pennardgolfclub.com
"평생에 걸쳐 세계 최고의 골프를 추구하다 보면, 알려지지 않았던 지구 표면이 우리 눈에 들어와서 단순히 바다를 건너게 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지구를 일주하게 만드는 골프코스를 오직 두세 번 마주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펜나드(Pennard)다."- 제임스 피네건
웨일스에는 '하늘의 링크스(The Links in the Sky)'라고 불리는 펜나드 골프코스가 있다. 링크스와 하늘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골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웨일스 스완지에 위치한 펜나드 골프클럽에 가기 위해서는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천국에 하나의 골프코스가 있다면, 바로 이곳과 같을 것이다'라고 극찬했던 로열 포트콜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로열 포트콜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봄날의 링크스 코스는 고급 양탄자 같다
2개월 만에 다시 만난 로열 포트콜 골프코스는 이전과는 또 다른 코스였다. 영상 4도의 기온이 10도의 기온으로 변했을 뿐이지만,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비가 많이 왔지만 캐주얼 워터는 없어졌고, 지면 상태는 양탄자 같았다. 지표면 감촉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골프화도 감촉이 몸에 전달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하루 종일 걸어도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단순히 '땅이 푹신하다' '잔디 상태가 좋다'라는 말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 130년에 걸쳐 촘촘히 다져진 10여m의 모래층이 적당한 습기를 머금고 있을 때만 나타나는 경이적인 탄력이다. 이런 곳은 걷지 않으면 손해다.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돈을 준다고 해도 사양해야 할 일이다.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아카데미의 스콧 윌슨은 "좋은 구질은 좋은 볼 컨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지면 컨택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지면을 컨택해라, 그 감촉이 얼마나 좋은지 느껴라"라고 말했다. 봄날의 링크스에서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로열 포트콜 골프코스와의 지면 컨택이라면, 볼이 클럽의 어디에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클럽이 지면을 만날 수 있다면, 앞땅이어도 좋고 뒤땅이어도 좋다. 좋은 스코어는 없었지만, 플레이의 즐거움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펜나드 골프코스는 ‘하늘의 링크스’라고 불린다. photo penaard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골프를 마치고 프로숍에 들러 클럽 프로인 피터 에반스를 만났다. 악수를 하면서 그는 우리에게 "오늘 골프가 재미있었나?"라고 물었다. 그의 질문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것이었지만, 이날 따라 정곡을 찌르는 질문처럼 들렸다.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당신에게 골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골퍼가 이곳에 오는 목적은 누구에게나 오직 한 가지다. 웨일스의 다른 골프클럽을 방문하는 골퍼의 목적도 같다. 재미를 위해서다. 골프는 재미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이곳에서 3분 거리에 산다. 나와 골프코스 사이에는 갈매기와 서퍼(서핑을 즐기는 사람)뿐이다. 내가 이곳에 오는 이유도 단 한 가지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골프는 재미다. 그가 왜 갈매기와 서퍼를 언급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갈매기와 서퍼가 이곳에 오는 이유도 같은 것이라는 의미였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전 글에서 객관성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로열 포트콜을 칭찬했다. 그것은 우리 일행의 일치된 감흥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로열 포트콜이 좋았던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코스의 역사성, 코스의 완성도, 골프코스가 가진 스토리로 볼 때 로열 포트콜보다 좋은 곳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로열 포트콜이 가장 좋았다. 로열 포트콜이 자연적이라고 하지만 로열 더녹보다 그러한 것은 아니다. 로열 포트콜이 오래되었다고 하지만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코스만큼은 아니다. 클럽하우스에 스토리가 있다고 하지만 로열 블랙히스만큼은 아니다. 골프코스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하지만 뮤어필드만큼은 아니다. 풍광이 아릅답다고는 하지만 툰베리만큼은 아니며, 페스큐와 마람그래스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로열 버크데일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로열 포트콜이 가장 좋았다. 우리가 각각의 항목을 점수화하여 평균을 낸 것도 아니었다. 골고루 좋았기에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것은 재미였다. 가장 재미있었기 때문에 가장 좋았다. 이번에도 우리 일행 모두는 더블파를 하나씩 기록했다. 필자도 5번 홀에서 더블파를 기록했다. 세컨샷이 그린 50야드 지점에 잘 떨어졌지만, 그곳에서 친 미스샷이 벙커를 지나 벙커 턱에서 멈췄다. 보통의 링크스 그린 주변 벙커는 공이 멈추지 않고 벙커로 흘러들도록 잔디를 페어웨이와 같은 길이로 짧게 깎아 놓지만, 5번 홀 우측 그린 사이드 벙커는 주변을 와일드하게 조성해 놓았다. 경사가 심한 벙커 턱에서 친 네 번째 샷은 전진하지 못하고 후진하여 벙커에 빠졌다. 다섯 번째 샷이 다시 벙커 턱에 걸렸고, 여섯 번째 샷은 다시 후진하여 벙커에 빠졌다. 일곱 번째 샷에서 벙커 탈출에 실패했고, 여덟 번째 샷에서 그린에 올린 후에 두 번의 퍼팅으로 10타 만에 홀 아웃했다. 더블파라는 결과는 참혹했지만, 플레이어와 동반자 모두 크게 웃었다. 다른 동반자는 1번 홀에서, 또 다른 동반자는 12번 홀에서 더블파를 기록했다. 모두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색적인 상황에서 나온 더블파였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짜증보다는 웃음이었고, 실망보다는 재미였다.
그래서 피터 에반스는 만나자마자 재미 여부를 물었다. 방문 목적을 달성했는지를 물은 것이다. 우리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실패조차도 방문 목적에 부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펜나드 골프코스의 10번홀.
프로숍은 프로가 운영하는 숍이다
피터 에반스는 133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열 포트콜 골프클럽의 네 번째 골프 프로페셔널(이하 프로)이다. 첫 번째 프로였던 제임스 허치슨은 50년간, 두 번째 프로는 33년간 한 자리를 지켰다. 세 번째 프로였던 그레엄 푸어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13년 만에 프로 자리가 공석이 되었고, 그의 뒤를 이어 피터 에반스가 32년째 골프클럽의 프로 역할을 맡고 있다. 이곳의 프로는 골프숍을 운영하고, 골프 레슨을 진행하고, 클럽하우스 유지보수를 책임진다. 그리고 연습장도 운영한다.
골프클럽에서 골프 용품을 파는 곳을 '프로숍'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프로가 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정식명칭은 '프로의 가게(pro's shop)'다. 전통적 클럽의 프로숍은 프로의 개인 사업이다. 프로숍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프로가 가져간다. 골프클럽과 프로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클럽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전통 클럽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래 브랜드, 취급 품목, 제품의 가격을 모두 프로가 단독으로 결정한다. 피터 에반스의 전임자 모두는 죽을 때까지 프로숍을 운영했다. 기존 프로가 죽게 되면, 골프클럽은 차기 프로를 지정하여 새로운 계약을 맺는다. 기존 프로의 영업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존 프로 밑에서 일하던 직원 중 골프클럽에서 적임자를 선택한다. "영업권이 없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피터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대신에 프로숍을 운영하면서 로고 사용료는 물론이고 임대료, 전기세, 난방비와 수도세 등을 일절 내지 않는다. 골프클럽은 프로숍이 잘 운영되도록 최대한 지원해 준다. 프로숍을 운영하여 버는 돈으로 직원 세 명을 고용하며, 직원들은 필요하다면 골프클럽 업무를 돕는다. 클럽과 프로숍의 관계는 공평하고 이상적이다."
골프클럽과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은퇴 계획을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물어보았다. 그는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프로숍을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 자리가 가져다주는 수익 때문만은 아니고, 오랜 전통과 역사 속에서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펜나드 골프코스의 17번홀.
재미를 모토로 하는 웨일스 골프
피터 에반스의 소망 한 가지는 웨일스에서 디오픈을 개최하는 것이다. 셀틱매너에서 2010년에 라이더컵을 개최했고, 로열 포트콜에서 아마추어 챔피언십, 시니어 오픈과 워커컵을 개최했다. 1994년 워커컵에는 타이거 우즈가 참여하기도 했다. 2025년에는 여자 브리티시 오픈이 개최될 예정이지만, 아직 디오픈 소식은 없다. 언젠가 웨일스에서 디오픈이 개최될 것이고, 로열 포트콜이 개최장소가 될 것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피터 에반스의 생애에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 되기 위해서는 웨일스 골프가 더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웨일스 골프협회는 웨일스 골프의 특징으로 재미를 강조한다. 재미의 중심에는 로열 포트콜이 있지만, 또 다른 곳으로 펜나드가 있다. 로열 포트콜은 영국과 아일랜드 링크스 코스 중 가장 바다에 가깝고,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코스 중 하나다. 지대도 낮지만 바다와 코스 사이에 높은 모래 둔덕이 없어서 바다와의 일체감이 뛰어나다. 인근에 위치한 펜나드는 로열 포트콜과 정반대다. 링크스 코스 중 가장 해발이 높은 곳에 위치한 코스 중 하나다. 그리하여 펜나드는 '하늘의 링크스'라고 불린다.
펜나드 골프코스에는 어떠한 재미가 있을까? 제임스 피네건의 말대로 펜나드는 지구를 일주하는 한이 있어도 꼭 와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골프코스일까? 과연 최고의 골프를 지향하는 골퍼가 인생에서 두세 번밖에 만날 수 없는 그런 코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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